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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인 오후의 가을 하늘이 더욱 푸릅니다. 도심 한복판에 서있는 궁의 전경은 더욱 청아합니다. 아직 빗물이 다 마르지않아 운현궁의 전통 목재 건물에서 풍겨나는 나무의 향기는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 2003년9월16일 운현궁입구에서
ⓒ 공응경

서울 종로에는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등의 아름다운 궁들이 몰려있습니다. 하지만 운현궁은 다른 곳보다 찾는 이가 적습니다. 다른 궁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인지, 흥선 대원군의 정치적 거점을 시기해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선뜻 운현궁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운현궁은 한국 근대사의 유적 중에서 흥선 대원군의 정치 생활과 부침을 함께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흥선군 이하응이 능숙한 처세술과 정치력을 발휘했던 산실이자 집권 이후 대원군의 위치에서 왕도 정치로의 개혁 의지를 단행한 곳이었습니다. 현재 종로구 운니동 114-10에 위치하며 사적 257호의 문화유산입니다.

▲ 2003년9월16일 운현궁에서 만난 할머니
ⓒ 공응경

입구에서 노안당 서행각을 지나 노락당 북,남행각을 지나 이로당 동행각을 지나면 운현궁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궁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같이 가자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 2003년9월16일 참빛나무
ⓒ 공응경

할머니가 설명해 주신 참빛나무(Euonymus alatus)는 화살촉처럼 생겨서 화살나무라고도 불리며, 5월에 황록색의 꽃이 피며 10월에 빨간 열매가 익는다고 합니다. 운현궁 곳곳엔 이 화살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나무 코르크에는 탄닌질이 있으며 뿌리 껍질에는 고무질이 있습니다. 동의치료에서는 코르크와 가지는 산후 지혈제 등으로 사용하며 민간에서는 열매가루로 고약을 만들어 피부병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 2003년9월13일 나물을 해먹으면 맛있다는 풀
ⓒ 공응경

▲ 2003년9월16일 전통의상
ⓒ 공응경

노안당에 들어서면 마네킹에 전통 한복을 입혀 옛 생활을 연출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는 무섭다며 내게 가까이 다가오시며 얼굴을 붉히십니다. 얼핏 보기에도 굳은 표정의 마네킹들은 섬뜩해 보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을 해보며, 옛 흥선 대원군 시절의 많은 수하들을 떠올려 봅니다.

▲ 2003년9월16일 우물
ⓒ 공응경

이로당 동행각을 지나면 깊은 우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옛날엔 다 그런 우물에서 물을 길러다 먹었다면서 얼마나 깊은지 모를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큰 감나무에 달린 감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무 아래 잠시 앉아 더위를 식히며,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와 역사의 향기에 취해 봅니다.

▲ 감나무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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