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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이나 지났다. 지난 번 밭에 놀러갔다가 근처 꼬마 저수지에서 건져 온 올챙이가 아직까지 세 마리 모두 살아있는 것이다. 애들은 두말 할 나위 없고, 나 또한 신기해서 언제쯤이나 다리가 나올 것인지 매일 매일 들여다보곤 했다.

▲ 올챙이의 모습
ⓒ 엄선주
아이들은 "엄마, 올챙이는 뭐 먹고살아?", "엄마, 과자 줘도 돼?" 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는데 난 사실 아는 게 없다. 인터넷으로 올챙이를 검색했다.

햇볕이 있으면 물 속의 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에 영양섭취에는 문제가 없다고도 하고, 동물성이나 식물성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것이다. 일단은 아무 것도 주지 않고 해가 간접적으로 비치는 곳에 올챙이 집을 놓아두었다. (올챙이집은 투명 PET병이다.)

그랬더니 2주가 넘게 잘도 움직이며 살아있다. 정수기 물을 받아 두었다가 물을 한 번 갈아준 것 외에는 올챙이들에게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했다. 두 번째 물을 갈아주고 났는데 올챙이 한 마리가 안 보인다. 분명히 조심조심 묵은 물을 따라 버렸는데, 이상했다. 애들하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엄마가 물 갈아줄 때 함께 쓸려 나간 것이 분명하다"였다.

올챙이 한 마리가 없어진 다음다음 날이다. 남은 두 마리 중에 더 통통한 놈이 비실비실 거리더니 급기야는 수면 위로 비스듬히 눕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분명 죽으려는 조짐이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미리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이들은 "어, 정말? 엄마 조금 있으면 죽어?" 하고 몇 번이고 되묻는다.

이윽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올챙이가 둥둥 떠올랐다.

"어, 안 움직이네. 정말 죽었나봐."

애들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올챙이 시체를 건져내어야지, 하며 집안 일을 보다가 몇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올챙이가 없는 것이다. 분명 죽어서 둥둥 떠올랐는데 시체는 온데 간데 없고, 젤 덩치가 적었던 올챙이만 있었다. 그것도 배가 불룩 나와서 말이다.

"설마, 설마..." 자세히 물 속을 들여다보니 물 아래로 올챙이 꼬리가 가라앉아 있었고 남아있는 올챙이 녀석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나머지 꼬리부분을 먹고 있었다.

혼자만 볼까 하다가 아이들을 불러서 그 광경을 함께 목격했다. 아이들에게 혹 잔인한 장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우려되긴 했지만, "동물의 적자생존"에 대해 말해 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큰 충격 없이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그러고 보니 처음 없어졌던 한 마리도 이 놈들이 먹은 게 아니었을까? 혼란스럽다.

▲ 수면 위의 먹이를 먹고 있는 올챙이
ⓒ 엄선주
올챙이는 부화 후 30일쯤 지나면 뒷다리가 나오고, 45일쯤 후에는 앞다리가 나오면서 개구리로 변한다고 한다. 이제 3주가 지났으니 며칠 안으로 뒷다리가 나올 것이다.

배가 고프다고 친구 올챙이를 잡아먹는 무심하고 잔인한 올챙이지만 개구리가 될 때까지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아이들은 물론이고, 자연에 대해 무지한 나도 신비한 자연의 일부를 직접 보고 싶다는 간절한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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