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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팀이 입은 옷에 새겨진 <반전평화>
ⓒ 이경숙
4월 13일 오후 4시 30분경, <반전평화>라는 글자가 또렷이 새겨진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동성로 거리에 나타났다. 평상시에도 붐비는 대구시내 한복판 동성로는 일요일이면 밀려드는 사람들 탓에 자칫 가려던 길을 놓치기 십상인 그런 곳이다.

계절에 앞서 계절을 입는 사람들이 모이는 화려한 동성로에 등장한 그들은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에 전쟁의 참상 사진을 내걸고 "전쟁을 뛰어넘어 희망으로" 라는 현수막을 달고 노래공연 시설을 하기 시작했다.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전쟁이 끝이 난 듯, 그리고 미국이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승리자가 된 듯 큰소리치는 이 찰나에 "전쟁반대"를 노래하러 나온 그들의 등장은 어찌보면 낯설기조차 하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아직도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 반전을 노래하다
ⓒ 이경숙
그들은 청소년도 "세상의 주인"이라고 외치는 대구지역 청소년 공부방인 <느티나무 배움터>의 교사와 학생들이었다. 십대에서 삼십대까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그리고 스스로 "내가 노래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는 공인된 음치부터 대학 노래동아리 회원까지, 그들은 함께 모여 5시부터 약 30분 가량 짧은 거리 노래 공연을 하였다.

ⓒ 이경숙
이라크 소녀가 세계인들에게 보낸 "나를 봐두라"던 그 편지를 읽고, '안녕', '전쟁과 평화' '얼마나 더" 등 반전 노래들을 그야말로 열창하였다. 핏대가 서고 얼굴이 붉어질 만큼. 처음하는 거리공연이라 아이들은 당황하여 가사를 잘못 바꿔부르기도 하고, 시작을 놓치기도 하였지만, 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공연중에 동성로를 지나던 많은 사람들은 사진전을 유심히 보았고, 때로 아들과 아버지가 멈춰서서 공연을 지켜보기도 하고 바닥에 앉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공연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전쟁을 하면 안된다고 이성적으로는 생각하지만 감성적으로 내가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자신을 의심스러워 하며 공연반대를 주장한 적도 있고, "전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데 과연 내가 사람들에게 전쟁반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따라, 아니면 아는 척하면서 내가 나서는 건 아닌가"를 고민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 때 "전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였던 친구도 있었다.

▲ 전쟁참상 사진전을 보는 시민들
ⓒ 이경숙
많은 고민과 논의를 거쳐 드디어 공연을 결정하고 연습하고, 공연을 하면서 오히려 그들은 "무심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고 배움터 학생들이 전쟁에 대해 스스로 쏟아내는 말들은 "해방을 위해" 전쟁한다고 소리치는 부시에게도,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단순하지만, 무엇이 선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잘은 몰라도 우리들도 전쟁이 나쁘다는 것만은 안다."
"전쟁은 몇몇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행위이다."
"이 전쟁이 마지막 전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세상에 모든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세상이 왔음 좋겠다."


▲ 공연을 보는 사람들
ⓒ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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