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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오후 5시, 서울 평창동에 있는 서울경매에서 <우리의 얼과 발자취전>이 열린다는 것을 안 것은 며칠 전이었다. 신문 모퉁이에 나와있는 작은 기사를 보고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창동이라는 동네를 가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다. 전화를 받은 아가씨는 위치를 친절하게 알려줬다. '포 포인츠 서울호텔 (구 올림피아 호텔)에서 비보호 신호를 받아 육교 아래에서 좌회전을 한 후, 150m만 올라오면 녹색건물이 보일 것' 이라고 했다.

전화를 걸었을 때는 지하철을 타고 3호선 경복궁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경복궁역에 내리면 그쪽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여러 대 있으니깐. 전화를 받은 아가씨는 내가 차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135-2번은 종점인 '유성종점' 에서 내려줬다.

포 포시즌 서울호텔 맞은편 방향으로 50m 정도 올라오자 육교 근처에 <가나아뜨리에>라는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 맞은편에는 <가나아트센터> <서울경매>와 같은 커다란 간판들이 보여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평창동은 거의 산길이었다. 상당히 가파른 경사였다. 150m 가량 올라가니 녹색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실 걸어서 찾기에 그리 쉬운 곳은 아니었다.

전화로도 경매에 참여

경매는 오후 5시 15분 가량부터 시작됐다. 70석 가량되는 좌석은 꽉 들어찼다. 자리가 모자라 뒤에 서 있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부잣집 사모님도 눈에 띄었고 말쑥한 차림을 한 중년들도 많았다. 예술품이 고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층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날 출품된 작품은 164점. 서간, 휘호, 그림,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이 출품됐다. 올해 들어 첫번째로 기획된 테마경매라고 했다.

빠른 대사전달로 긴장감을 높이기 시작하는 사회자는 경매의 룰을 먼저 설명했다. 낙찰된 금액에 11%의 경매수수료가 붙는다고 했다. 경매수수료는 서울경매 측의 몫인 듯 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매장에 직접 참여한 사람 이외에도 참여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보고 전화베팅이 가능했다. 눈에 보이는 경쟁자 이외에도 또 한명의 경쟁자가 있는 셈이었다.

'4440만원짜리' 자조정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김영삼 전 대통령의 펜글씨 이외에도 해공 신익희, 이범석, 김옥균, 박영효, 최익현,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수십만원 대에서 수억원 대까지 다양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은 도록을 보면서 물건에 대해서 따져보고선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 물건에 따라 경쟁이 붙기 시작하면 가격은 계속 솟구쳤다. 가격이 오르는 단위는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대개 100만원이었다. 최고가에 낙찰, 경쟁이 없으면 유찰은 불과 몇 초 안에 결정지어지곤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1월 1일에 쓴 휘호라는 '자조정신' 이 처음 나온 가격은 1200만원이었다. 이 물건은 열 번 이상 가격이 솟구친 끝에 결국 40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수수료까지 합치면 4440만원이다). 꽤 치열한 경쟁 끝에 주인이 결정지어진 물건이었다.

김환기, 천경자, 운보 김기창의 그림을 비롯해서 청화백자, 산수화, 유채화 등의 다양한 작품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날은 70점에 가까운 서예작품이 중심이었다.

구경을 마치며...

평창동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데를 직접 찾아가기는 처음이었다. 예술품이 고가일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실제로 보니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구경 삼아서 가보기에는 조금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왠지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1년동안 버는 돈보다 훨씬 비싼 작품들... 그 물건을 싸게 낙찰받은 사람은 기분좋게 웃고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www.seoul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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