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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는 곳중 하나다. 신쥬쿠역에서 가부키쵸로 들어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 안호진
원래 금권이라는 것은 사전적으론 특정한 범위 내에서의 표시 금액 상당의 가치를 인정받는 권을 말한다. 법률적으론 지폐나 우표, 수입인지 등이 인정되어진다. 그러나 일본에서 금권숍이란 이름으로 장사를 하는 곳에선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는 것 같다.

언뜻 들으면 금권숍이라면 이름만 듣고 예전에 시커먼 가방을 들고 다니며 '채권사요'라고 외치고 다닌 던 채권 장사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백화점 티켓이나 구두 티켓 같은 티켓을 사서 다시 액면가보다 싼 가격으로 파는 사람들이 더 어울릴 것이다.

한국에선 그런 종류의 티켓들이 다양하지 않고 일본처럼 일등급 요지에 자리를 잡고 대량으로 다양한 종류의 티켓이나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은 아직 없는 것 같다.

▲ 가게 안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의외로 여자 손님이 많다.
ⓒ 안호진
일본의 금권숍의 특징은 일등급 요지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량 매출을 올려 박리다매로 가게를 운영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권숍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1.우표 2.기차표 3.비행기표 4.백화점상품권 5.JR선불카드 6.공연티켓 7.맥주구입티켓 8.도서권 9.고속도로통행권 10.스포츠 입장권 11.공중 전화카드 등등이 아닐까 한다.

이용하는 사람은 주로 학생이나 셀러리맨 등이나 의외로 젊은 여자들도 많이 이용한다. 사실 상품권 같은 것은 누구에게 성의는 표현해야겠는데 돈을 주기는 뭣하고 하여 상품권 같은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 공연티켓, 야구장 입장권, 디즈니랜드 입장권, 매주구입권, 쌀 구입권 등이 있다.
ⓒ 안호진
사실 이런 곳에 티켓을 파는 사람들은 상품권을 받았는데 살 것은 없고 현금이 필요하니 이곳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어떤 사람은 카드로 티켓을 구입해 현찰로 바꾸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필요 없는 티켓을 현금화하려는 사람 등등 여러 경우가 있을 것이다.

상품권을 파는 사람도 편리한 곳이나 사는 입장에서도 여기보다 편리한 곳이 없을 것이다. 현금 이외에 무엇을 선물할까는 이곳에 오면 망설일 정도로 선택 종류가 다양하다. 예전엔 개인적으로 일본인이 부동산 보증인이 되어 돈으로 성의를 표시하기 뭣하여 이곳에서 맥주 구입권을 10000엔 정도 산적도 있었다.

▲ 고속도로 통행권 자동판매기이다. 일본은 조금만 지방으로 가면 도로요금을 내야 한다. 동경 시내를 달리는 수도고속은 700엔.
ⓒ 안호진
금권숍은 손님들에게 10000엔 짜리 티켓을 종류에 따라 9800엔에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것을 9900엔에 판다. 사는 사람들은 100이 싸기에 이곳에서 산다. 1장 사면 100엔이지만 10장이면 1000엔이 싼 것이다.

바로 옆에 JR역에서 사면 10000엔이지만 여기서 사면 9900엔이다. 사는 사람 마음이야 어차피 사는 것 100엔이면 캔 커피 하나 값이니 가는 길에 들려 이곳에서 사게되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점은 언뜻 보기에 10000엔 어치를 팔아야 적게는 100엔에서 200엔의 수입을 올려 장사가 될까하는 생각도 해 본적이 있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사고한다. 평균 마진을 2%로 잡았을 때 하루 1000만엔을 팔면 20만엔의 수입이 나온다. 이런 불경기에 하루 20만엔의 순 수입이라면 결코 적은 수입이 아니다.

▲ 조잡하게 쓰여진 가격표.
ⓒ 안호진
쉴새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사고 팔고 하여 많은 매출을 올린다. 이런 가게는 장소가 가장 중요하다. 무조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통로여야 한다. 조금 떨어진 곳이면 100엔 200엔에 귀찮게 걸어가서 사려하지 않는다. 파는 사람이야 현금이 필요해 팔겠지만 사는 사람은 단 돈 몇 백원 재미에 볼일을 보러 가는 길에 사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 안호진
대부분의 금권숍은 3평에서 커야 5평 정도이다. 커도 의미가 없다. 티켓들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추어 파는 판매원이 있으면 된다. 신쥬꾸의 초특급 요지라 해도 평당 1개월 12-15만엔 정도이다. 3평이라야 월세로 40만엔 정도이다. 하루 500만엔을 팔면 마진2%로 보았을 때 1일 10엔 수입이다. 점원 3명이라 하면 단순노동이니 1인당 월금이 30만엔은 넘지 않으리라. 집세 40만엔+인건비 90만엔+전기등 잡비 15만엔 하면 총 150만엔을 넘지 않는다.

간단히 계산해도 1개월 150만엔 수입은 된다는 뜻이다. 물론 하루 500만엔이 보장되느냐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최소한 10000엔 구입을 한다면 500명의손님을 받으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정도 복작거리는 가게에서 하루 얼마나 손님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으나 상당수가 들어오리라. 신칸센 티켓은 아예 자동 판매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 하찮게 보이는 100엔의 수입이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가 보다.

이런 장사가 과연 한국에서도 잘 될까? 꼼꼼하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일본 사람들에게는 어울릴지 모르지만 성격 급한 한국사람이 몇 백원 벌겠다고 복잡한 가게에서 줄서서 기다리며 티켓을 살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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