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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LA>

“일단 대통령은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주를 비롯한 각지역의 해외노사모가 대선 이후의 진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본국의 투표가 종료된 시각에 LA 지역 각 후보후원회들은 본국의 개표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소한 차이의 노무현 후보 우세가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숨죽이고 있던 각 후보 후원회원들의 희비가 교차한 것은 본국과 다름이 없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당선 확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질 때 LA 지역 동포사회에는 지구 반대편이라는 공간상의 제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대선 개표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미주 동포들
ⓒ 박우성
새벽 1시경 LA 한인타운내의 한 회원 집에 일찌감치 모여있던 7-8명의 LA 노사모 회원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됐어!”, “이겼다!”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줄곧 노심초사 해오던 마음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그간의 후원활동을 통해 서로 가까워진 노사모 회원들은 두 손을 마주 잡고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간단한 음식과 맥주등을 준비한 노사모 회원들은 벌써 당선을 확신한듯 축하건배를 들었다. 승리의 기쁨에 넘친 회원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밤이 새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한 회원은 “4.19, 5.18로 이어지는 시민혁명의 역사가 처음으로 ‘승리’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우리는 지금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시각 노 후보 지지자들의 모임이 있던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 2층에 모여있던 남가주 이회창 후원회 회원들은 착잡한 표정이지만 애써 당혹감을 감추는 모습이었다.

“개표는 끝나봐야 아는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와 낮은 투표율이라는 돌발변수로 이회창 후보의 승리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던 만큼 실망감의 강도는 더한 것이었다. 개표가 진행되어 노 후보와 이 후보간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새벽 4시경 후원회 회원들은 허탈한 모습으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남가주 이회창 후원회 공동회장 조익현씨는 “섭섭하지만 당선이 확정된 노무현씨가 앞으로 야당과 함께 정쟁을 그만두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라고 말하며 선거결과를 받아들였다. 그저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인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일부 인사들도 있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날 저녁 LA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축하 모임을 가졌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LA 노사모의 대표일꾼 직함을 내놓은 이혜성씨는 “앞으로 노사모의 향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난 것이 없다. 취임식이 있을 2월까지는 전체 해외노사모 성원들간의 토론을 통해서 모임이 해체될 것인지 유지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성씨는 “벌써부터 노사모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외부의 움직임이 있기도 하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머리로는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솔직이 마음으로는 서운한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는다”라고 덧붙였다.

LA 노사모는 이날 저녁 모임 이후로 오프라인 모임 계획은 아무것도 잡혀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 함께 모여서 기쁨을 나누고 있는 LA 노사모 회원들
ⓒ 박우성
한편 중국 노사모는 노무현 당선 확정후 해외노사모 게시판에 최초로 해체를 선언하는 소식을 올렸으며 이에 따라 회원들 간에 이에 대한 활발한 의견개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이상의 활동은 노 당선자의 짐이 될 뿐”이라며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의견과 함께 “그간의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짜여진 조직망이 아깝다”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

현재 개진되고 있는 의견은 크게 해체, 발전적 해체, 유지라는 세가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각 지역 해외노사모는 이번 주말 중에 예정되어있는 지역별 당선 축하 모임에서 나름대로의 토의를 거쳐 향후 진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노사모는 기본적으로 본국 노사모의 입장이 정리되고 회원들간의 충분한 의견교환을 거친 후에야 최종적인 입장정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대선 이후 노사모의 운명은 한국정치에 어떤 식의 또다른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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