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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8일 한국언론재단 11층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긴급토론회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언론단체들이 <조선일보>의 '이승복 사건 오보' 논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

단체들은 최근 법원이 "조선일보가 이승복 사건 기사를 작문했다는 주장은 명예훼손"이라며 내린 1심 유죄판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피고 개인의 싸움을 넘어서서 '특정 세계관만을 강요하는 언론권력로부터 표현의 자유 쟁취'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차장은 "재판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개한다"는 뜻을 밝혀 이후 '이승복 오보' 논란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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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적 보도 덮는 낡은 이데올로기"

▲ 이번 1심 판결로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차장은 "이 사건은 이념 이전에 언론의 기본적 윤리 문제"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9월 18일 오후 2시 30분 한국언론재단에서 가진 긴급토론회에서 "언론자체가 권력이 되어 정치권력 창출을 시도하는 등 현재는 언론이 민주사회 최대의 적으로 전락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증거정황(타 언론사나 주민들이 당시 <조선> 기자들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은 무시한 채 검찰 측 증거(<조선> 사진기자가 찍었다고 주장하는 현장 사진)만을 근거로 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부의 낡은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엄민형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승복 사건은 <조선>이 지금까지 국민들을 오도한 수천 수백의 극우적 보도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동시대 <조선>의 다른 죄악을 덮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환 오마이뉴스 편집위원은 "법에 의한 합리적 판단을 기대했는데 배신을 당했다"며 "이제 이 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 위원은 "지금까지 <조선>의 '이승복 보도'는 많은 미디어 관련 단행본이나 논문에서 대표적인 오보 사례로 인용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내용의 단행본이나 논문을 쓴 저자들이 "나도 고소하라"며 사건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상운 언론인권센터 대표는 "지난 1월 대법원은 공공적 사안에 대해서 언론의 자유를 넓혀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며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례마저 무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지 않는 한 언론의 자유로운 '사상 시장'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선> 기자 보지 못했다"... "사진기자가 현장사진 찍었다"

▲ 사건 항소심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가 <조선> 측의 '현장사진'을 보여주며 "어떻게 사진 속 인물을 착각할 수 있냐"고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이와 같이 언론단체가 언론을 '민주사회의 적'으로 규정하게 된 이번 '오보' 논란은 지난 98년 11월 <조선일보>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차장(당시 언론노보 기자)과 김주언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김종배 전 차장은 <미디어 오늘>에 "<조선> 기자는 이승복 사건 현장에 없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으며 김주언 전 대표는 1998년 '한국의 대표적인 오보 50선' 가운데 하나로 <조선>의 이승복 관련기사를 선정한 바 있다.

<조선>은 기자들이 68년 12월 10일 당일 정오 무렵 현장에서 사건을 취재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시간 사건을 취재하고 있던 <경향신문> 기자들과 <조선> 기자들은 서로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은 도보 외길이어서 두 신문사의 기자들이 엇갈릴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조선>은 당시 이승복군의 살해 현장이 마당 두엄더미라고 보도했으나 다른 기자들은 안방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이승복군의 생가 안방에는 피가 흥건해 살해장소를 다른 곳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게 다른 기자들의 주장이다.

<조선>은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을 제출했다. <조선> 강인원 기자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했으나 감정 결과 이 같은 주장 역시 '오류'임이 드러났다. 강 기자는 자신의 주장이 "착각"이었다며 말을 번복했다. 그러나 <조선>은 이 사진이 당시 <조선> 사진기자인 노형옥씨가 찍었다며 '현장 취재설'을 밀고 나갔다.

결국 3년 1개월 동안의 법정 싸움은 <조선>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피고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냉전시대 반공 교육의 상징이 된 '공산당이 싫어요' 보도의 진실은 일단 다음 판결까지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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