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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을 앞두고 출마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대선경쟁이 시작될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후보의 영남대 발언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신문의 대선후보에 대한 편향보도와, '신보도지침'에 대한 대응태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MBC를 제외한 다른 방송 미디어의 소극적 보도태도 등이 선거국면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유권자와의 직접 접촉을 낳는 폐해를 제거하고 TV토론회 등을 강화하는 미디어선거로 진행될 예정이라 하니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대선보도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 같다.

그런데 12월 대통령 선거 보도에서 선결 과제는 국민(유권자)들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자체 선거나 보궐선거와 달리 대선 투표율은 지난 97년까지는 80%를 넘긴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도 그런 투표율이 가능할 걸로 장담하긴 어렵다.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 중에 크게 확산되었던 20~30대의 정치참여 열기는 현재 급격하게 식어버렸고 권력층의 부정부패와 여야의 정쟁으로 정치적 허무주의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의 확산에는 병역 비리 등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그 핵심에는 접근하려 하지 않으면서 진실 규명을 여야 정쟁으로 매도하는 일부 신문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또한 정권의 창출이나 재창출을 궁극적인 지향으로 하는 정당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을 내분, 갈등 등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선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투표참여에 동기를 부여하는 대선 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간의 작은 차이(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래도 안 되면 차악까지도)라도 유권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대선이 국민들에게 갖고 있는 의미를 일상 생활과 연관시켜 크게 부각시키고, 대선의 부정적인 양상에 대한 보도가 정치적 냉소와 혐오로 연결되지 않도록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아니면 선거개혁이나 정치개혁 방안 등 대안을 제시하면서 선거의 부정적 양상을 보도한다).

이미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대해 짙은 혐오감을 갖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부정적인 선거보도의 영향력을 줄여줄 완충장치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은 이상적인 정치상(그런 정치를 실현한 나라는 얼마나 있을까)을 내세우면서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결국 국민을 정치허무주의로 유도하곤 한다.

언론은 선거가 국민이 대의민주주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중대한 의미를 각인시키는 선거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 냉소주의와 무관심이나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일반과 선거를 분리하여 선거의 의미를 강조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예컨대 선거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교체하여 정치개혁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므로 국민에게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실행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2000년 총선 때, <중앙일보> 선거보도준칙에서 제안했던 젊은 유권자를 위한 인터넷 사이버 선거주식회사 등의 이벤트를 전개해야 한다.

이제 언론은 곧 창당될 인터넷 정당인 '정정당당'과 같이 정치를 재미있는 문화로 만들고 국민들의 정치참여 열기를 회복하는 선거보도와 선거 캠페인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 이 용 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희망네트워크
'정정당당'의 창당 동기는 대선보도의 방향을 정립하는 데 참조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직업 정치인들끼리의 권력 투쟁에 불과한 행위로 전락한 정치를 민생과 밀접한 정치로 되돌려 놓고, 정치권력을 일반 국민의 손에 되돌려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언론은 킹메이커 역할을 할 생각은 접어두고 참여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공정한 선거보도와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이용성 교수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권오성 목사,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방인철씨, 소설가 정도상씨,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31>은 권오성 목사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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