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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효성(대표 조정래) 사측에서 고용된 용역 경비원 10여명의 몸에서 식칼과 가스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사측은 노조와 대치 상황에서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지의 노숙자들을 고용,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숙자들을 동원한 사실은 노조 쟁의대책위원회가 이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이들은 "철거하러 가자"는 말에 일당 4만원을 받고 왔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1시 쟁의대책위원회(이하 쟁대위. 공동의장 최만식, 정기애)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의 무력 충돌 사건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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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대위 발표에 의하면, 오전 8시 30분경 여성 조합원이 노조 사무실을 찾아와 "사내 여자기숙사에 용역 깡패가 주둔하고 있다. 불안해서 못살겠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요청, 간부 4∼5명이 기숙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 와중에 체육관 근처에서 노조 조합원과 대치하고 있던 용역 경비원들이 갑자기 조합원들을 습격, 26명의 부상자를 낸 것. 부상자 중에는 29일 현재 성기 부분을 집중 가격당한 2명이 입원한 상태다.

쟁대위는 즉각 맞대응, 관리자와 용역 경비원들을 공장 밖으로 밀어냈다. 이로써 '코드과'와 '방사과' 앞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전 공장이 쟁대위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다. 코드과와 방사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요한 공정이라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퇴근도 못한 채 자물쇠로 잠긴 현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교대로 일해오던 중이었다.

임시로 고용되어 노동을 해온 노숙자들은 "낮에는 공장 안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관리자와 용역이 쉬는 동안 옷을 갈아입고 경비를 섰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조합원들에게 붙잡힌 용역 경비원들 10여 명의 몸에서 식칼 10여 개와 가스총이 나왔다.

효성노조 조한수 부위원장은 "이 사건은 마치 비무장 상태의 용역과 구사대를 노조가 일방적으로 공격, 폭행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공권력을 끌어들이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의도"라며 "용역 직원이 가지고 있는 가스총으로 인해 부상자도 발생했고, 영등포역과 서울역에서 온 노숙자들에게 일당 4만원을 받고 울산에 내려왔다는 진술서를 받았다"며 회사측의 즉각적인 해명과 사과, 용역 직원의 철수, 성실 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효성 인력운영팀 관계자는 "칼의 경우 전날 용역 직원들에게 수박을 지급하면서 이를 먹기 위해 식당에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이며 가스총은 일부 소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노숙자 투입과 관련 "회사에서 경비업체에 의뢰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장영철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갖고 효성 울산공장과 한화 여천NCC 공장 등 명백한 노조의 불법 파업행위에 대해 공권력이 엄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해줄 것을 당부했다. 효성의 경우 이미 28일 저녁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며 경찰 측 역시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쟁대위는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각 출입문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600여 명에 이르는 파업 참가자들이 잔디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효성 파업 왜 여기까지 왔나

울산 남구 매암동에 있는 화학섬유 사업장인 (주)효성이 29일로 전면파업 5일째로 접어들었다.

효성 노동조합(위원장 박현정)은 울산, 용연, 언양, 안양 공장에 근무하는 조합원 18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울산 공장에 집결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조합원은 노조 집계로 약 600여 명이다.

지난 4월 4일부터 시작된 임금 및 단체 협상의 핵심 요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90년대 중반부터 효성에서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났다. 사내 하청을 도입하거나, 자연 퇴사 인원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거나, 기계 이전을 통해 외주 하청을 준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한 때 1500여 명에 달하던 정규직이 900여 명까지 줄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정규직의 60%대로 늘어나면서 노동조합은 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의 노동권, 그리고 노동조합의 존립 등 삼중의 압박을 받아오던 터였다.

사측의 교섭 해태로 인한 9차례에 걸친 교섭 결렬, 21명의 징계와 7명해고, 노조 집행부 고소고발, 조합비 가압류 신청 등 파행을 거듭하던 노사 대립은 5월 6일 새벽 세 명의 노조 지도부(박현정 위원장, 김필호 수석부위원장, 김충렬 부위원장)가 연행, 구속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동조합은 사무국장과 교육선전부장을 공동 직무 대행으로 선출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총회 준비에 들어갔다. 해고자와 징계자, 구속자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대책위를 구성하고, 현장 곳곳에 천막을 설치해 철야농성을 시작했으며, 40여 명이 구속 결단 삭발을 했다. 이중에는 20대 여성 조합원도 포함돼 있다.

공권력이 쟁의행위에 돌입하지도 않은 노동조합 간부를 노조 사무실까지 들어와서 전격 구속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며 효성 사업장은 울산 임단투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일 두 차례씩 열리는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조합원 반, 지역 사람 반'이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합원 총회는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예정으로 열렸다. 그간 사측의 개입으로 번번이 총회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에 노조는 '총회 사수 투쟁'이라고 부를 만큼 총회 성사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총회를 이틀 앞둔 5월 14일. 구미와 대구 등지에서 모집된 100여 명의 '용역 깡패'가 회사에 들어왔다는 소식이 급하게 전해졌다. 사설 경비업체 직원인 이들의 임무는 관리자들과 함께 지역 사람들의 공장 출입을 실력 저지하는 것.

사흘 내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인근의 화학섬유 사업장인 (주) 고합의 노동조합 위원장이 '업무 방해 및 건조물 무단침입'으로 고소고발 당했을 만큼 팽팽한 긴장이 이어졌다. 결국 17일 회사측이 '용역 철수, 정문 바리케이드 철거, 상급단체 간부 출입 허용' 등을 수용하면서 정문 대치 국면은 막을 내렸다.

이제 모든 관심은 '총회 성사 여부'로 모아졌다. 노조의 '동참' 호소와 사측의 '부결' 선동이 정면으로 맞붙은 가운데 투표율은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나 고의로 투표 용지를 찢어 무효표를 만든 사례가 수차례 적발되고, 관리자들이 '투표는 하되 반대표를 찍어라'고 지시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언양 공장의 경우에는 기계를 70% 가까이 세우고, 조합원들에게 때아닌 휴가를 주기까지 했다. 언양에서는 출퇴근시 집단적으로 뭉쳐다닐 것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결국 노동조합은 22일 "이렇게 탄압받는 상황에서 총회는 그 본래 의미를 잃었다"라고 밝히며 총회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튿날 27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했다. '무쟁의 13년'만의 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울산지역총력투쟁사이트(http://ultu.lis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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