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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대학병원들이 아동 성폭행 피해에 대한 진단서 발급을 외면, 정확한 피해 진단과 수사에 차질을 가져다 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아동성폭행 피해 방지를 위해선 성폭행 피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진단서 발급을 꺼리는 종합병원들의 무책임한 행태부터 우선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양천구 여아 성폭행 피해자인 조 아무개양의 경우 지난해 4월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들을 찾아다녔으나 병원측은 성폭행 피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진단서 발급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 성폭행 피해자인 조양의 어머니, 변아무개씨는 "성폭행을 당한 조양의 내의에서 대소변과 함께 진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애써 막으며 이곳 저곳 병원을 돌아다녔으나 병원측은 진단서 발급을 외면하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식의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변씨는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기 위해 여러가지 진단서가 필요했으나 대다수 병원이 성폭행과 관련한 진단서 발급을 꺼려해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면서 "특히 병원에서 성폭행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처녀막과 관련한 진단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큰 애로를 겪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변씨는 특히 조양의 대표적인 성폭행 사례로 항문 괄약근이 손상돼 대변과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요실금과 변실금 증세를 호소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원인 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담당 형사인 양천경찰서 강력계 설한희 형사는 12일 "조양의 진단서를 끊기 위해 이대목동병원 고대병원 카톨릭성모병원 등 이름난 병원들을 돌아다녔으나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진단서 발급이 여의치 않아 결국 처녀막 손상과 관련한 진단은 경찰병원에서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설형사는 또 "병원측이 성폭행과 같이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 진단서 발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이번 성폭행 사건은 나이 어린 아동 성폭행 사건이어서 병원측이 진단서 발급을 더욱 꺼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측의 이런 무성의한 태도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동성폭행 피해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으로, 아동성폭행 피해를 정확하게 규명하고 근절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앞으로 아동성폭행 피해와 관련한 병원측의 성실한 진료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동 성폭행은 최근 급증추세를 보이면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요즘 성폭행 전화신고 사례 중 30%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었다. 특히 성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65%가 면식범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반면 아동성폭력 사건의 경우 79% 가량이 면식범의 소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동 성폭력 사건의 발생 건수는 98년 410건, 99년 460건, 지난해 510건으로 해마다 1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 아무개씨는 "아동성폭력의 후유증은 굉장히 심각하다. 따라서 사회복지 심리학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협동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각 분야의 전문가조차 부족한 우리 형편상 공동진료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반복해서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에 대해선 '종신형'과 같은 강도높은 처벌을 통해 아동성폭행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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