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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에 잘 출근 하셨나요? 혹시 어제밤 모처럼 신년모임에 참석했다 늦은 귀가길, 쏟아지는 폭설에 차도 못 잡고 혼쭐나지 않으셨나요?

오늘 아침엔 또 지각하지 않으셨나요? 버스는 엉금엉금 기고, 지하철은 20여분간 연착이고, 푸대자루처럼 이리저리 떠밀려 탄 전철이 한 정거장 가서 고장으로 운행중단 됐다면 당신은 열 받지 않으시겠어요?

11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 출근을 위해 서 있던 나출근(27세/가명) 씨. 8시50여분이 다 되도록 전철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거 또 고장아니야' 며칠 전에도 7호선이 고장나 혼쭐이 난 경험이 있던 출근씨는 재수 X럽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기사 - 7호선 운행 중단, 출근길 시민 불편

요새 연일 폭설인데 제설작업은 잘 안 되고, 서울 시내 교통이 영 말이 아닙니다. 회사가 어디 사정 봐 줍니까? 지각하면 어김 없이 상사의 눈초리와 동료직원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좋을리 없지요.

20여분간 오지 않던 전철이 들어옵니다. 포대기처럼 엮이어 겨우 비집고 탑니다. 전철은 한강철교를 지나 용산으로 쑤욱 미끄러지듯 들어갑니다. 에구 용산역에 새까맣게 사람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조금이라도 틈을 벌려 뒤에 탈 사람들 자리 마련해 줘야죠. 근데 이게 웬 날벼락.

"전동차가 문 고장으로 더 이상 운행되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모두 내려 뒤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기랄.....'

출근씨는 전동차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수천명의 승객이 일시에 전동차를 빠져나오는 장관이 연출됩니다. 플랫포옴에는 출근하려는 승객들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5분여 뒤에 뒤차가 들어옵니다. 이거 사람들이 꽉꽉 차 도저히 탈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간 큰 남자 몇몇은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 타 보지만, 전동차가 출발을 못하네요.

'정비도 제대로 안 했나. 뻑 하면 고장이야'

좀 전에 전동차 내에서 한 아주머니가 통화하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전철이 고장나 좀 늦어요. 문이 고장났는데 객차 한 칸을 비우고, 차를 운행하고 있어요"

출근씨 드디어 1호선을 포기하고, 옥수로 가서 3호선을 타고 직장인 안국동으로 출근할 맘을 먹었습니다. 줄줄이 기다리고 선 사람들을 뒤로 하고 건너편으로 가서 옥수, 왕십리를 거쳐가는 국철을 탔습니다.

이 국철은 용산에서 출발해 옥수, 왕십리를 거쳐 운행됩니다. 출근씨 옆에는 남편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출근씨는 남편과 함께 잠깐 데이트를 아침에 즐기게 됐습니다. 겨울 한강물살도 간간히 보이는 국철을 타며 햇살이 비춰드는 창가에 선 두 신혼부부의 아침 출근길입니다.

지하철이 고장나 예기치 않게 만들어진 아침데이트. 한편으로 지각이라 서울지하철 공사가 한없이 원망스럽고, 또한편으로는 10여분에 지나지 않는 데이트이지만 맞잡은 손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이 참 아름답습니다.

출근씨 왈, "서울지하철 공사 각성하세요. 정비불량에 출입문을 열고 달리고, 고장으로 시민들 내 보내고, 지각하는 시민들 누구에게 하소연 합니까?"

덧붙이는 글 | 오늘 아침 출근길 저희 부부가 겪었던 일을 꽁트처럼 엮어봤습니다. 서울지하철 여러분, 각성 하세요. 시민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제발 시민들 아침 출근길 발목 잡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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