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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에서 주민과의 만남은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매향리 피해소송 기사를 담은 하얀 편지봉투를 전달하는 일이었다. 일요일이라 모두들 집에서 편히 쉬고 계셨다. 가끔 길에서 만나는 분들에게는 주민대책위에서 나왔다며 인사를 드리고 봉투를 건네줬다.

봉투를 돌리는 일을 마치고 주민대책위 사무실로 돌아와 12일 예정이던 '미군폭격장 점거 12주년 기념 주민한마당'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만드는 일을 했다. 사위가 완전히 어둑해질 때가 되서야 플래카드 쓰는 일은 끝났다.

우리가 매향리에서 주민대책위 일을 도우면서 주민들과 만나고 하루를 보내는 동안, 미군폭격장을 지키는 일에 또다른 이 땅의 젊은이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에 떨며 경비를 서던 전경들에게 커피를 타서 철조망 너머로 건넸다.

이곳 매향리의 가장 큰 이방인은 바로 미군폭격장을 지키는 철조망이 아닐까. 농토와 바다를 막아버린 철조망, 주민의 평화로운 삶을 차단해 버린 철조망 너머로 멀리 농성이 보인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전만규 매향리주민대책위 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런 마음을 가슴에 새기면서.

"우리가 흘린 작은 땅방울이 매향리 미군폭격장을 철폐하는 거름으로 쌓여주기를, 그리하여 겨울 매향리, 매세운 바다바람에도 몰아치는 미공군기의 폭격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평화와 자유를 싸웠던 한반도 민중의 역사가 이곳 매향리에서 시작되어, 이 땅 모든 곳에 퍼져나가기를, 역사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듯 매향리에서 시작된 자유와 평화의 함성이여, 한반도를 휘몰아쳐라. 바다건너 아메리카 심장부까지 몰아쳐라. 그래서 들어라, 미국이여! 전쟁과 폭력과 죽임의 포탄을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걷어내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인터넷분과와 매향리미군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에서 함께 연 '제1회 보도현장 탐사기행 - 매향리' 편입니다. 변변찮은 글과 사진을 매향리 주민들께 바칩니다. 

-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인터넷분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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