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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엑스넷(www.exnet.co.kr) 직원은 오전 8시에 모두 출근, 한시간씩 영어과외를 받은 후 업무를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해외사업 때문이다. 지각생은 거의 없다.

5분이라도 늦으면 지각사유서에 나머지 직원들의 사인을 받아 제출해야 하기 때문. 사장도 이런 저런 이유로 4번이나 지각서류를 만들어 직원들을 돌며 사인을 받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많은 먹이를 찾을 수있죠. 전직원이 하루를 일찍 같이 시작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벤처하면 너도나도 출퇴근 자유를 당연시 하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밤을 새는 개발자는 예외죠. 벤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정열과 부지런함 밖에 없습니다"

지각사인제도 결과는 연봉인상때 반영된다.시스템 전체의 나태함과 게으름이 가장 무서운 내부의 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영배(35) 사장의 목소리 톤은 다소 높다.

한 눈에 매우 외향적이고, 활달할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사업얘기를 쏟아내는 모습은 혈기왕성한 '박력'그 자체다. 김 사장은 매우 저돌적이고, 사람과 부딪쳐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강인한 체질의 CEO다.

엑스넷은 출입통제시스템개발업체. 코엑스 등 전시장 등에 주로 설치한다.
아직 직원 16명의 신생기업이지만 올해 매출 15억원, 내년에는 무려 94억원을 바라볼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답이 안 나와요

김 사장은 전형적인 영업맨출신. 스스로 바닥을 기면서 살아남은 잡초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 멤버들은 화려한 백그라운드 대신 현장경험이 풍부한 실전형들로 채워져 있다. 명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대학졸업반일 때부터 이미 영업맨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지 한달만에 8천만원어치를 납품하는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3천만원이 남는 장사를 성사시켰지만 2만8000원에 불과한 실적수당을 건네받은 김 사장이 내린 결론은 “답이 안 나온다”였다. “답이 안 나오더라구요. 바로 전직을 결심했죠”

그가 92년말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지금은 ING생명으로 이름이 바뀐 네덜란드생명. 인센티브제도가 발달한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실력을 발휘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입사 3년만인 29세때 회사내 최연소 지점장에 오를 정도로 그는 영업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점장이 된 후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관리를 해야하는 자리에 오르고부터 재미가 없더라구요” 비정상적인 영업기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그를 답답하게 했다. 또 다시 내린 결론은 역시 '답이 안나온다'였다.

세번째 직장은 RF교통카드 업체인 C&C엔터프라이즈. 3년간 기획과 영업업무를 하며 지금의 사업모델에 대한 힌트와 노하우를 쌓았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 한계를 느껴 99년 퇴사를 결심한다.

당시 RF카드를 고가로 매입해 주며 회사 매출의 80%를 채워주던 국민카드와의 관계를 일순간에 단절하는 경영진을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게 결정적이었다. 그는 계속해 '답이 안나오는'상황을 맞으며, 결국 창업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파안대소했다.

창업은 답을 찾기위한 선택

김 사장은 대학시절 YMCA 건전놀이문화연구회 초대부회장과 2대 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다. 레크리에이션, 특히 노는 일에 관한 한 그는 한가락하는 프로다.

그의 이런 끼는 97년 열린 국제대중교통전시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다이내믹하게 꾸민 회사부스는 참가업체 중 가장 주목받았다. 전시회 중 걷힌 명함수는 무려 4천 여장.

놀란 사장은 전시회가 끝나자 부스를 찾았던 고객들에게 일일이 감사편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4천 여장의 명함주소를 일일이 쳐, 출력한 후 봉투에 붙이는 일은 엄청난 시간을 요구했다. 명함스캐너가 있는 지, 수소문했지만 없었다.

"선배들한테 알아보니 전시회가 끝나면 일일이 기록할 시간이 없어 대부분 명함을 버린다고 하더라구요" 여직원 한명이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명함은 고작 200 장 정도. 결국 추리고 추려 임원급 이상에게만 답장편지를 보냈다.

현재 엑스넷의 사업모델은 이 때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관람객정보의 경우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는 물론 주최기관에서도 중요한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대로 사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즉시 직장 선배 등 6명을 모았다. 바로 개발에 들어가 5개월간 씨름했다.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단돈 6천만원으로 지난해 12월 회사를 만들었다.

전천후 영업맨의 진수

엑스넷 직원들은 사장에게 절대 '그 쪽에서 예산이 없어 이번엔 힘들겠는 데요'는 식의 보고를 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담당자는 반드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공짜로 납품하겠다든가, 아니면 3개월후 납품이 가능하다든가 하는 식의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담당자는 막혔을 때 이를 헤쳐나갈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반드시 대안이 있다는 게 전천후 영업맨, 김영배의 지론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원만한 대인관계. 누구에게나 호감을 갖게하는 김 사장의 소탈한 성격과 넘치는 자신감은 창업준비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선배뻘인 C&C연구소장을 지냈던 김기수 연구소장, 오영훈 개발부장은 김 사장에 이끌려 지금 한솥밥을 먹고 있다. 김소장은 RF카드 전문가이고, 오부장은 원자력발전소 출입통제 및 보안SW를 직접 개발했던 국내 출입통제관련 SW분야 일인자로 꼽히는 인물.

김 사장은 사업아이디어만 갖고 COEX 직원을 찾아갔다. 이미 2년간 닦아놓은 COEX내의 아는 인맥을 통해 “개발만 하면 무조건 쓰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RF카드를 이용한 출입통제시스템은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로 국내 신생벤처기업에 의해 올해초 첫 선을 보이게 된다.

명함에서 출발한 사업아이디어

곧바로 개발에 들어갔다. 그가 정한 사업아이템은 전시회 출입통제시스템.

그의 사업아이템은 전시회마다 꼭 등장하는 관람객 명함을 둘러싼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전시회 참가업체들은 관람객 명함을 받기위해 혈안이죠. 하지만 몇 천명 명함이 걷히면 처리 곤란해 그냥 버립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가는 부스마다 명함을 달라고 해 귀찮죠"

그의 설명은 계속된다. "혹시 명함이라도 없으면 백수 취급받기 일쑤고, 카탈로그나 선물 등을 주지않는 경우도 많죠. 방명록 작성도 성가신 일입니다"

그의 사업 아이템은 전시회를 둘러싼 3대축인 전시회주관기관,참가업체,방문객에게 명함 관련 불편함을 해소,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개념이다.

출입통제시스템은 주관기관에게는 관람객이 몇 명 왔고, 어떤 사람이 왔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축적을 가능케 해준다. 참가업체에게는 도우미를 동원, 일일이 방문자 명함을 받거나 방명록 작성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고, 관람객들은 부스마다 명함을 내밀 필요가 없다.

출입카드는 관람객들이 간단하게 신상정보를 작성하면 공짜로 제공한다. 관람객들은 이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특정업체에 자료나 카탈로그, 기타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연락처를 남길 경우 부스 입구에 서 있는 카드리더기에 카드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참가업체 또한 관람객들이 알아서 카드리더기에 자신의 카드를 갖다대고 체크를 하기 때문에 고객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주관기관의 경우 고객의 정보가 자동으로 축적돼 다음 전시회 준비나 DM발송 등에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다.

카드와 카드리더기는 전시회가 끝나면 회수, 다음 전시회에 재활용한다. 비접촉식 무선인식(RF)카드, 카드발급기, 카드리더기, 관련 정보처리 SW 등이 김 사장이 5개월간 개발한 제품들이다. COEX와는 이미 3년간 독점계약을 맺어 고정납품하고 있다.

김영배의 RF카드론

RF카드를 이용한 출입통제시스템은 엑스넷의 제품이 세계 최초. 기존 마그네틱, 바코드방식 카드의 경우 리더기에 집어 넣어야 하지만 이 제품은 갖다대기만 하면 돼 편리하다.

"정확도 면에서 기존 제품이 RF카드에 비해 10분의 1수준이죠. RF카드는 데이터 재입력을 10만번 할 수있어 대략 72년정도 사용가능합니다" 실제 기존 접촉식 카드의 경우 3천번가량 쓰면 카드리더기 헤드가 고장나는 등 고장이 잦다.

김 사장은 한술 더 떠 RF핵심모듈 개발에 나서, 최근 시제품을 선보였다. 핵심모듈은 RF카드를 인식하는 카드리더기용 부품.

그가 내놓은 제품은 유럽 필립스사 칩을 사용하는 A형카드는 물론 미 모토로라칩을 사용하는 B형카드 모두를 인식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B형카드는 버스, 지하철 교통카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제품.

"현재 국내 나와있는 카드리더기 중 한가지 유형만 인식할 수 있죠. 특히 A타입을 인식하는 모듈은 아예 없죠"

가격은 13만원가량하는 수입제품의 5분의 1수준인 2만원, 부피 또한 3분1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IR자료가 없는 회사

김 사장은 사내에서 조스로 통한다. '한번 물리면 죽는다'는 집요함 때문에 붙여진 별명. 실제 그는 마케팅에 나섰다가 성과없이 물러난 직원들에 대해선 시쳇말로 '반쯤' 죽여놓는다.

"대안이 없는 영업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장과 싸워 이기라고 주문합니다. 논리와 이유를 앞세워서 말이죠" 벤처기업들에게 기업소개서(IR)는 필수 준비물. 펀딩 등 여러모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스넷에는 제품 카탈로그는 있어도 그 흔한 파워포인트로 만든 그럴듯한 IR자료는 없다. 이유는 필요없기 때문.“저희들은 사업내용을 포장해 투자자들에게 들고가 설명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들이 제발로 와 사정하기 전에는 절대 안할 생각입니다’

그의 도도한 경영방식은 창업초기부터 돈을 벌어 증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사업모델을 앞세워 몇 십배 프리미엄의 증자에 혈안이 돼 있는 벤처업계 관행에 비추어볼 때 신선한 배짱이다.

올해 15억원의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김 사장의 설명. 내년에는 94억원, 내후년에는 무려 188억원을 잡고 있다. 그가 이렇듯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려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올해는 서비스차원에서 거의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 내년에는 고객사의 예산도 미리 책정된 탓에 전시회관련 매출만 3배 이상 늘 것이라는 설명이다.

KOTRA가 내년에 오픈할 대구, 부산 전시장과도 협의가 마무리 중이다. 예전에는 전시회별로 마케팅을 했지만 이제는 인정을 받아 전시회 주관기관별로 연간 단위로 계약한다.

영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사람은 대폭 줄어들지만 매출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시회가 열리면서 쌓인 고객정보를 이용한 DB 메일마케팅도 새로운 수익원.

현재 엑스넷이 전시회를 통해 모아놓은 고객정보는 50만명. 이를테면 리눅스, SEK 등 분야별로 관람했던 고객 정보들이 차곡 차곡 모아져 있다. 여느 고객DB보다 로열티가 높다.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엑스넷의 50만 DB는 그야말로 보물과 같다.6월에 시작한 DB메일마케팅을 통해 벌써 월 3천만원 이상의 광고수입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엑스넷의 고객DB는 전시회가 열릴때마다 자동으로 늘기 때문에 100만명, 2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DB를 기반으로 한 매출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입니다”

김 사장의 또다른 빅카드는 해외사업.이미 미국,일본,중국을 비롯해 홍콩,싱가포르, 필리핀 등 6개국에 특허를 출원, 내년쯤 해외전시회장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이미 홍콩,싱가포르와는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다. 사이버전시회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배의 목적은 정박이 아니죠.험한 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그는 위험에 정면으로 맞서는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전천후 영업맨, 김영배. 그는 화려한 경력을 앞세워 펀딩에만 열을 올리는 수많은 벤처기업과는 달리 창업과 동시에 수익을 올리며 테헤란밸리의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사장은 지금까지 일요일 쉰 적이 서너 차례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강원도 내린천에서 전직원이 래프팅을 했다고도 소개했습니다. 내년에는 전직원 모두를 해외에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inew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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