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당내 원내외 위원장 10명이 김민석 의원을 청년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 표명에는 386세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소장파 위원장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아울러 같은 개혁성향의 김근태, 정동영 의원에게도 개인적인 지원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30대인 김민석 의원, 40대인 정동영 의원, 재야지도자 출신 김근태 의원, 이른바 '개혁파 3인방'의 최고위원 출마는 분명 민주당 전당대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당대표에 대한 자유경선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들의 도전은 관전자들에게 적지 않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최고위원 출마를 단지 관전자의 입장에서 흥미거리로만 볼 수는 없다. 적어도 이들이 자천타천으로 집권당의 개혁세력을 대표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출마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최고위원 출마가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출마는 집권당의 전당대회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동교동계가 실권을 갖고 있는 구세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에 그러한 세대교체의 기운이 싹튼 것만 해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민주당 소장파 위원장들의 김민석의원 추대소식을 접하며 이들이 사용한 '청년개혁세력'이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히 씹어보았다. 이들이 말하는 '개혁'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까지 그 실체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16대 총선을 거치면서 소장파 후보들이 무수히 내뱉은 '개혁'이라는 말. 그러나 정작 "우리가 말했던 개혁이 이런 것이다"라고 말로 들려주고,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한동 총리 임명동의안이 제출되었을 때, 그리고 국회법 날치기가 이루어졌을 때, 개혁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그들 가운데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 개혁은 고상한 구호였고, 상황논리의 위력때문에 구체적인 현실에는 적용되기 어려웠다.

그때 그때의 현안에 대한 단기적 대응만을 가지고 소장파의 개혁의지를 평가하자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지금의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조금은 긴 호흡을 갖고 참고 기다릴 용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는 개혁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라든가, "21세기 한국사회가 이러한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든가 하는 설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자신들의 개혁 구호를 믿고 표를 던져준 국민들에 대한 예의이다.

청년개혁세력의 대표를 추대하기로 했다면, 그리고 청년개혁세력의 대표주자를 자임하기로 했다면 도대체 자신들이 어째서 '개혁'의 이름을 사용하는가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 아울러 낮에는 개혁파이고, 밤에는 구정치의 동반자라는 세간의 지적을 부정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나이만 젊다고 개혁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하나의 독선에 불과할 뿐이다. 청년개혁세력이라는 말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상황에서 개혁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부터 설명하고 실천해야 마땅하다. 언젠가 구정치질서가 마감되고 그래서 세월이 좋아질 때, 그때야 나서서 개혁의 기수가 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