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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석포제련소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공동선을 향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24.10.08 14:4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영풍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노동문제는 50여 년간 발생해왔다. 조사 결과 1공장 하부 지하수는 기준치 대비 최대 33만 배를 초과하며, 기록된 죽음만 15건이다. 2021년 환경범죄단속법(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첫 번째로 과징금 부과되었고, 원청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첫 번째 구속기소 되기도 하였다.
석포제련소 문제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 심각성에 공감한다. 그렇다면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에서는 석포제련소를 어떻게 대해 왔을까? 또 시민들은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을까?

환경부와 시민단체.

2013년 이후 환경부의 적발사항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이 배경에는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2013년 8월 영풍석포제련소는 제3공장을 불법으로 운영하다가 적발되었다. 2005년 신설 신고 대비 약 3.5배에 달하는 대규모 아연잔재처리 시설이었다. 어떤 이유인지 9년이나 방치한 봉화군은 하류지역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 14억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여, 불법 공장을 양성화시켰다. 3공장 건설 이후 주변 산지의 나무가 고사되는 현상이 가속화되었고 범위 역시 넓어졌다.
봉화군 주민들은 '영풍석포제련소 제3공장양성화저지 봉화군공동대책위원회(2014년)'를 만들었고, 2014년에는 환경운동연합, 환경안전건강연구소와 함께 '(주)영풍석포제련소 주변 중금속 오염 실태 조사'를 하여 환경오염 현황에 대해 정밀조사 하고, 시급히 주민건강조사 등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그해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 문제가 국회 내에서도 수면 위로 떠올랐고,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2015년 6월부터 작년 말까지 석포제련소 주변 반경 4㎞ 이내 농경지를 대상으로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하였으며, 지역 주민들의 중금속 관련 건강상태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아연(괴) 생산 공장인 경북 봉화군의 영풍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 주변 토양과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낙동강으로 폐수가 유출되었다는 주민 신고가 있었다. 70여 톤의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고, 오염물질로 분류되는 불소와 셀레늄의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등 수질오염물질 기준치 초과 등 위반사항 6건이 적발됐다.
경상북도는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내렸으나, 석포제련소가 행정소송으로 시간을 끌며 낙동강 중금속 오염의 책임지지 않으려 했다. 이에 봉화에서 부산까지 6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영풍공대위. 2018년)'로 발전되었다. 영풍공대위는 1인시위, 서명운동, 기자회견, 국회토론회 등 여러 방법으로 끊임없이 환경범죄기업 석포제련소의 문제를 알리고 있다.

한편, 「안동댐 상류 오염 개선대책」 중 하나로 2018년 민관공동협의회인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가 구성되어 다양한 조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모니터링 해온 내용을 공유하고, 정밀조사를 건의 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2022년 5월 환경부는 낙동강 상류 수질.퇴적물 측정(모니터링) 결과를 아래와 같이 공개하였다.

1 환경부 보도자료. 낙동강 상류 수질·퇴적물 측정 결과 공개(2022.05.05 ) ⓒ 안동환경운동연합



영풍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중금속 오염의 주요 원인임이 위 연구 결과로 나타났지만, 2022년 12월 말 환경부는 조건부로 통합환경허가를 내주었다. 영풍공대위에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덩이 범죄기업 영풍석포제련소 통합환경허가를 철회하고 폐쇄 후 복원, 정화 계획을 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통합환경허가 조건으로 2025년까지 103건의 허가 조건을 부여하여, 일부 시설개선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허가 이후로도 사망사고가 이어졌으며, 2024년 9월 기준치를 최대 4배 가량 넘는 카드뮴이 공기 중에 배출되는 등 계속해서 적발 사항이 나오고 있다.
허가조건을 기한 내 이행하지 않더라도 1차 경고, 2차 조업 정지 10일, 3차 조업 정지 1개월, 4차 조업 정지 3개월이라는 처분을 받는데 그친다. 영풍에서는 또다시 행정소송으로 시간 끌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통합환경허가를 취소 하고, 단속, 관리의 차원에서 석포제련소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근원적 해결을 위한 적극적 로드맵을 마련하여야 한다.

국회.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주무부처가 심각성을 인정한 것은 2008년 11월 예결위 경제부처 질의에서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안동)의 발언이었다. 안동댐 물고기 폐사가 낙동강 수계 환경오염과 관련이 있고, 역학조사가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 상황이 제련소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책마련을 촉구하였다. 낙동강 수계 주민들은 '독극물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이라고도 하였다.

이후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다가, 14년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국정감사에서 '(주)영풍 석포제련소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석포제련소 노동자 4명의 아황산가스 측정치가 노출기준(2ppm)을 초과하였고, 석포제련소는 '특정수질유해물질 공공유역 유출'과 '지정폐기물 주변환경오염', '대기 TMS 측정기 표준가스 유효기간 초과', '황산 보관용기 부식, 파손' 등 총 4건의 환경관련법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뒤이어 많은 의원들이 석포제련소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으니, 한 의원은 석포제련소 문제 확산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한 의원은 21년 환경부 장관에 취임한 후, 5월 기자간담회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단에 있어 1300만명의 식수에 대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며 "감시체계를 정확하게 구비하는 등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임 시절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선언'에 참석한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와 사진을 찍기도 하였는데, 영풍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언론을 통해 광고하기도 하였다.


2 영풍석포제련소 환경노동문제 해결방안을 위한 국회토론회(2024. 9. 9) ⓒ 안동환경운동연합

14년 이후 거의 매년 국정감사에 석포제련소가 소환되는 만큼 많은 의원들의 발언이 있었다. 대부분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노동문제가 심각함에 동의하며, 몇몇 의원은 환경부의 공장폐쇄나 이전 등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구하였다. 2018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대규모 오염시설 이전 지원에 관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석포제련소 문제를 확산시키고 근원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낙동강 1300만명 유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이 단지 말로만 그치는 것인지, 아닌지를.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지켜보자.

자치단체.

통합환경허가 전에는 석포제련소의 배출원별로 관리기관이 각각 달랐다. 대기, 수질, 화학물질, 폐기물, 토양, 지하수 등이 환경부, 경상북도, 봉화군으로 각각의 기관별로 따로 관리되었기 때문에 동일 사안에도 입장과 처분이 달랐다.
환경부도 규제하기 힘들었던 제련소, 지자체는 어땠을까?

경상북도의 대응은 대표적으로 19년 '조업정지 3개월+30일 처분' 관련하여 취했던 입장을 통해 알 수 있다.
2019년 4월,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점검에서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과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를 최종 방류구 통과 전에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3개월과 30일 조업정지 처분을 도에 의뢰했다.
하지만 경상북도는 관할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경로(환경부, 법제처,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등)로 석포제련소에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21년 1월 4일 우여곡절 끝에 경상북도가 6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곧이어 석포제련소가 제기한 소솔 때문에 년이 지난 지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4개월 조업정지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 하던 이철우 지사는, 2023년 12월 21일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인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석포제련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에서 형편이 된다면 부지를 물색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게 좋다"며 "환경이나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정능력을 갖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한편, 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의 가장 큰 당사자인 봉화군은 어땠을까.
2018년 10월, 엄태항 봉화군수는 같은 해 영풍석포제련소가 폐수 유출 등으로 조업정지 20분 처분을 결정받은 건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 중략..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은 물론 오염 방지를 위한 완벽한 시설 개선 의지 그리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시어 금번 수질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엄벌하되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 선처를 베풀어 주실 것을 탄원드립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탄원서가 아닐 수 없다. '완벽한 시설 개선 의지'는 아직 안 갖춰진 것일까? 24년 9월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사실이 적발되었다.

제련소 중금속 퇴적물이 가장 많이 쌓여있는 안동댐을 두고 안동시장과 대구시장은 각자의 셈법에 따라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후보 시절, 8대 공약 중 하나로 안동시민 반값수돗물 공급을 제시했다. "안동에서 수돗물을 생산해 낙동강 하류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며 "물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므로 지자체간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동댐 직하류에서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110㎞의 도수관을 설치하여 하루 63만t의 식수를 공급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당초 예상 사업비는 1조 4천억이지만, 실제 집행 시 2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3 대구 취수원 안동댐 이전 반대 긴급 기자회견(2024. 7. 15 ) ⓒ 안동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상류의 수질개선을 배제한 지자체장들의 단편적인 주장은 오히려 불필요한 토목공사나 사후 조치로 국민 세금을 낭비할 뿐이다. 환경범죄 기업 편들기나 취수원 이전은 결코 낙동강 본류의 수질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 그만 각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주장을 멈추고,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시민들은 바란다. 공동의 선을 지켜서 깨끗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그러니 시민에게도 중요한 책임이 있다. 정부와 국회의원, 지자체의 역할만 바라지 말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자. 우리 모두를 위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동환경운동연합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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