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당사도 등대습격사건 "우리의 작은힘, 후세들이 기억"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어느 날 MBC 목포 TV에서 흘러나온 완도 보길도에서 사는 김민환 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명예교수가 완도의 소안도에서 1909년 발생한 당사도 등대 습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 등대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완도군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단숨에 읽었다.


이 책, 장편소설 「등대」는 한국 근대사의 최대 비극이자 희망인 1894년 동학농민 전쟁이 일본 제국주의의 무력 앞에 처참히 무너지고 1910년 한일합방이란 미명하에 나라를 빼앗기는 국치를 당하기까지 십 수 년에 걸친 국난의 시기를 다룬다. 이 소설의 무대인 "소안도"는 "동학당"들이 좌절을 딛고 부활의 싹을 틔우는 생명의 터전이며 항일 운동의 역사 속에서 승화된 독립정신의 성지이다.


작가는 이 땅의 불운하고 불완전한 "근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주인 된 나, 주인 된 백성, 주인 된 민족이 되는 것이야 말로 바로 개벽의 지향점 임을 결곡하고 강직한 문장과 「새로운 소설 형식」의 탐색 속에서 펼쳐 보인다.


나는 우리고장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완도사람이라면 꼭 일어 보시길 강권한다.

ⓒ 완도신문





김민환의 소설 「등대」는 소안면 당사도(좌지도) 등대 사건이다.

좌지도에 시설된 등대를 1909년 섬주민들이 파괴하고 일본인을 죽인 사건이다. 이 소설 「등대」는 실존인물 이준화의 실화를 기본적으로 활용하여 등대를 파괴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준화의 입을 빌려 소설의 결말은 새로운 세계를 이끌 '등대 세우기'라는 과제를 제시한다.


이준하는 동학교도이다. 1894년 동학전쟁의 와중에 소안도에 들어온 동학 접주 나성대가 동학군을 길러냈는데 그 일원이 이준화였다.

그는 1909년 남해를 항해하는 일본 선박을 위한 등대 파괴공작을 감행했고 실제로 등대를 파괴했다.

소설 속에는 의도치 않았던 사태라고 해명한다. 일본인 사망이 발생했기 때문에 조선정부가 일본에 변상했지만,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소안도 일대의 민족적 각성은 유별난 데가 있었다. 그 계기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인물들이 소설 「등대」의 핵심골격이다.


이준화는 소설속의 사건들에 중요한 인물이기는 해도 주인공은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안도의 맹선리에서 서당을 열어 청년들을 가르치는 훈정 서범규의 아들 서진하이다.

이 서범규 훈장에게 동학접장 나성대가 찾아온 이후 소설 혹 인물들의 행동이 방향을 잡고 펼쳐진다.


이 둘의 만남은 구한말 조선민중운동의 상징적 필연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동학의 세계관이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민중의 혁명적 실천이 소안도에서 다시 이루어진다는 점이 그렇다.


동학의 내면적 철학과 현실 전복적 행동이 당대 조선의 국면에서 진행 될 민중세계의 본원성 찾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본원성을 찾아 가는 것이 이 소설을 이끌고 맺는 동력이라 할만하다.


이 소설은 1장 강강수월래에서 시작되어 20장 곽도로 구성되어 끝을 맺는다. 소설의 개략은 다음과 같다.


1. 강강수월래(여성성으로서의 강강수월래. 서진하의 노을이에 대한 관심, 동학접장 나성대와 서범규 훈장의 만남)

2. 초초목목풍풍(최재우와 접신하는 서범규훈장, 동학공부시작과 동학군 이준화의 등장)

3. 짝지(일본인 거주지인 맹선리 짝지의 신문명과 조선에 우호적인 일본인 거주자 시라이의 등장)

4. 쌍무지개(서진하와 시라이 미유키(미옥)의 운명적 만남) 5. 차인(홍종우의 등장과 동학군 핍박)

6. 봄꿈(노을이에 대한 감정을 털어내고, 이준화의 도주)

7. 대통(시라이의 서당후원, 유학 비판과 동학의 뿌리, 시국에 대한 소안도 훈장들의 의견 대립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니라")

8. 겨울허수아비(이준화 아내의 회임, 을사조약과 대신들의 순국) 9. 간장한종지(서진하 꿈에서 미유키를 만남, 당사도가 아닌 좌지도, 궁방전 개간금지령을 어긴 죄로 서진하와 이준화 곤장을 맞는다.)

10. 물옷(미유키가 서진하의 물옷을 만들어 준다.

11. 빙탄(동학, 동양평화론, 위정척사론)

12. 가을(평화로운 어민들의 삶, 그리고 동학의 "도")

13. 바다(일본인들의 조선정착을 돕는 미간지 이용법(1907) 민족 자주성을 추구하는 단군론)

14. 들불(일본어민들의 저인망어선에 대한 문제의식)

15. 원방수(마음이 하늘, 서진하가 미유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시라이에게 혼인승락 요청, 일본에 대한 두 시각)

16. 상괭이(좌지도 등대는 일본의 화물선과 군함을 위한 것, 세계 인식은 유식과 무식이 아니라 세계관에 토대)

17. 꿀밤(등대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이준화의 인식 변화, 정한론 비판론자 시라이의 등대건설 반대와 인류 연대의 정신)

18. 황홀한 찰나(1908년 섣달열흘 좌지도 등대 점등식, 등대 파괴 계획과 새로운 세계를 위한 등대 건설 희망

19. 등대세우기(좌지도 등대파괴, 이준화 사망,서진하 실종)

20. 곽도(좌지도 앞바다에서 이루어진 서진하와 미옥(미유키)의 영혼 결혼식, 곽도에서 아기 낳고 가정을 이룬 진하와 미옥(마유키)), 소안도 맹선리로 돌아갈 것을 다짐하는 진하에게 미옥이 이준하의 말을 상기시킨다)


이준하 성님이 소안도 물치기미에서 진하에게 한 말이 우렁우렁 귀를 울려서였다. "어야, 동생 왜놈들이 우리나라를 삼킬라고 혈안이 되어 있는 판국인디, 우리가 저 등대를 부수면 우리의 행동, 우리의 거사가 소안도 청년들, 완도청년들, 나아가 대한청년들한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네, 그랑께, 등대를 부수는 것이야 말로 새 등대를 세우는 일이 아니고 뭣이 것는가?"


이준화 성님이 이어서 말했다. "택도 없는 일이 것지만..... 왜놈들이 우리가 등대를 부순 것을 등대삼아 우리를 집어 삼킬라고 한 사실을 반성하고 우리와 함께 공존 공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또 얼마나 좋겄는가? 또 후세들이 우리가 이렇게 시대를 살아왔노라 안다면"


"소안도로 돌아갈 날이 5년 쯤 남았소?"

"맞소, 5년 뒤에는 돌아갑시다. 얘기도 얘기지만 당신도 맹선리가 그립지라우?"

"그라요, 내가 행복에 겨웠는갑소 여기 곽도에서 당신하고 알콩달콩 사는 것도 꿈같이 행복한디, 맹선리로 돌아가서 사람들과 부딪침시로 왈강달강 사는 것도 나쁘진 안을 것 같으요." "소안도에 가자마자 총독부 순사가 나를 잡아갈 것이오"


"아따 얼씨구나 하고 가시오. 으째서 등대를 부쉈냐고 물으면 이준화 아주버니가 물치기미에서 했다는 그 말씀을 하시오"

"......"

"아주 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하시오. 잉"

이렇게 소설은 끝을 맺는다.



ⓒ 완도신문





최선주 님

서양화가/건축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