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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희망, 천개의 씨앗을 품다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가을을 맞이해 사람들은 문화향유의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주 완도군 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완도문인들과 일반인들로 구성된 완도사랑 시 낭송회에서는 옥토 어린이집 7세반 오카리나 연주, 학부모들의 밤벨 연주, 블루 남성중창단 공연, 하모니카 공연 등의 생활예술 단체 발표회가 있었다. 일상생활의 여유와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여가생활 확장이라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문화공연은 좋은 측면이 많다.

그런가하면 갈수록 문화예술인들의 고민은 깊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 대한 표현 능력을 각자의 예술분야로 나타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문화는 우리의 사상과도 직결된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우리가 직면한 파국을 가장 먼저 직감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인 폭염, 9월 중순의 폭염 경보와 사상 초유의 가을 열대야가 그렇다.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온실가스라지만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구의 모든 것을 인간이 마음대로 정복해도 된다는 생각이 결국 파국을 맞게 했고 그 결과가 기후변화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안에는 무너져 내리는 천장과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만들어진 대형 조각의 고철과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은 바로 이런 상황을 표현했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니콜라 부리오는 "기후변화는 오늘날 예술가들의 정신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그는 "30년 후에는 극심한 더위와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공간은 현재 완전히 재구성되고 있다. 예술가의 임무 중 하나는 달라진 공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완도신문

4년 전 <완도신문>에서도 지구환경에 관련해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정대 사진작가를 초청했다. 완도의 각 섬을 6개월 정도 카약을 타고 다니면서 버려진 스티로폼을 이용해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작품화 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지구 환경이 오염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런 예술가들의 열정에 늘 응원을 보내며, 지역 내에도 사상을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문화예술 분야가 깊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바다.

<완도신문>에서는 우리 지역과 관련한 사상적 문화예술 영역의 확장을 선호한다. 그래서 향우 예술인들을 찾아봤다. 오는 10월 1일부터 31까지 담양군에 있는 명지미술관에서는 우리 지역 출신 박유자 서양화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 완도신문

그는 해바라기와 고향 신지도 명사십리의 소나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가로 알려진 이다. 그가 화폭에 그리는 해바라기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천개의 씨앗을 품고 있는 박유자의 해바라기는 생명을 움트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김영순 미술학 박사의 표현대로라면 박유자 화가는 '참말로, 지앙(?)스런 사람이다. 그가 화폭에 담은 그림을 보면 내용을 보면 이렇다. 휘리릭…, 한 방향으로 쏠리는 듯한 흐름이 발랄하다. 무리를 지어 올라가는 작은 덩어리들의 경쾌한 움직임, 누가 보아도 '그것'이다. 그걸 본 이들은 대뜸 말한다. "에구머니나, 그것이 맞지요?" 그리고 고개를 살짝 비틀어 돌리며 수줍게 웃는다. "어떻게 이걸 다 그렸네"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누군가는 껄껄 웃으며 대놓고 말한다.

ⓒ 완도신문

박유자가 2024년 버전의 해바라기를 신상으로 내놓았다. 컨셉은 'O자와 해바라기'이다. 그동안도 그랬었다. 생의 환희가 넘쳤었다. 고달픈 인생살이에서도 꺾이지 않으며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냈었다. 해서, 적잖은 이들이 박유자표 해바라기에 한 표를 던지며 좋아해 주었더랬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연함을 강인한 해바라기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바라기 그림을 보며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살이를 위로받았고 또 누군가는 강인함에 힘을 받았을 수 있겠다. 그렇게 해바라기를 그려온 게 15년째다.

'정자'를 그림에 끌어들인 것은 천개의 씨앗을 품은 해바라기, 그 씨앗과 정자의 이미지를 연결하면서다. 씨앗이 정자로 상상되었고 달은 난자로 보였다. 그렇게 해서 달과 정자를 배치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자를 그냥 그릴 순 없었다. 짐작만으로는 그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공부에 들어갔다.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받았고 읽고 보아야 할 자료도 추천받았다. 그리하여 정자는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경로로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지를 과학적인 이해를 통해 접근하였다.

무리를 지은 정자들은 그냥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 번에 펑펑 움직인다. 그리고 1회 생성 시에 1억 마리 이상이 움직인다. 달도 그냥 달이 아니다. 난자의 표상이다. 안으로 붉은 색이 터질 듯한 선분홍이다. 그리고 그 위로 하얀 막이 얇게 입혀진다. 미술사적으로도 찾아보았다. 미술사 책을 뒤지고 자료를 검색한 끝에 찾아냈다. 뭉크가 그린 정자그림이 있었다. 망측스럽게 무슨 정자그림인가라는 질문에 고개 숙이지 않고 임하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하여 박유자는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 정자의 무리를 붓질해 냈다. 그리고 그것을 해바라기와 배치하였다. 해바라기그림의 2024년 버전이다.


박유자는 '해바라기 작가'로 불린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해바라기라는 하나의 소재에 천착하여 줄기차게 그려왔다. 사람들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같은 해바라기 그림 아니냐고. 아니다. 오랜 세월 해바라기를 그려오면서 해마다 다른 버전의 해바라기를 냈다. 그냥 해바라기 작가로 치부한다면 박유자는 조금 억울하다. 이상은 미술학 박사의 평론이다.


이에, 박유자는 "해바라기는 나의 희망, 나의 미래, 나의 일이다. 해바라기를 통해 열정과 희망을 품길 바라며, 내 삶의 에너지이자 천 개의 씨앗을 품은 꽃 해바라기는 우리에게 부와 희망을 꿈꾸게 한다. 이번 작품은 사람들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렸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박유자 서양화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양화분과 이사, 한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광주미협 서양화 분과 이사, 개인전 22회, 아트 페어 21회 참여, 단체전 300회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 전공 졸업한 신지도 출신 향우이다. 담양군 명지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을 상시전시 병행하고 있다. 우리 지역 출신 예술가의 활동에 많은 응원과 관심 바란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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