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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템플 관람 후기

그녀의 문, 나의 문
24.07.05 16:2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지난 달 29일 오후 4시 횡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연극 '템플'을 관람했습니다. 이 공연은 (재) 예술경영지원센터 2024 공연예술에서 선정된 공연으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제작/기획한 작품입니다.

공연 전 입구에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온 많은 관객들은 연극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여주었고요, 공연 5분전에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나 숨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대감과 설레는 분위기가 한 가득이었습니다.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

연극 '템플'은 템플 그랜딘 박사님의 이야기로 영화 '템플 그랜딘'(2010) 으로도 나왔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이 드라마속 우영우 캐릭터로 잡았던 삶이기도 합니다. 큰 범주로 생각하면 인간의 내면 갈등과 자아 발견을 주제로 한 작품이어서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주인공 '템플'은 2살때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장애인이어서 결코 식상한 범주가 아닌 정말 특별하게 살았던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폐에 대한 시대적 배경

모든 자폐 장애인은 개개인마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자폐를 갖고 있다고 해요. 그러므로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각각의 공을 들여야 하는데요.

게다가 1950년대 그 당시엔 자폐증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소아정신분열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또한 일명 '냉장고엄마'때문이라고 치부해버려서 아이들이 '다르게' 자라지못하고 '모자란' 아이로 자라야 했다고 해요.

다행히 템플은 모자란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고 여긴 '엄마'의 특별하고도 꾸준한 애정으로 실험위주의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바로 그곳에서 만난 칼락 선생님으로 인해 다를 뿐 아니라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요~

연극에서 표현된 소들의 압박장치 (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음 ) 를 그녀 자신에게 사용하며 안정감을 취한 것은 바로 특별한 재능이 가져온 결과중 하나이며 이 장치는 많은 자폐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열연

주제는 같으나 영화보다 연극이 더 실감났던건 바로 이 연극의 제작진들과 배우들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템플의 엄마로 분한 배우가 '자신은 템플의 진짜 엄마가 아니고 배우다'라며 처음부터 분명히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극내내 템플땜에 속상하고 템플땜에 울고 템플땜에 웃고 템플땜에 아팠던 것은 몰입도있는 연기력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선명히 기억에 남는 것은 템플이 몸에 대한 관심도가 있다는 걸 표현하는데 있어 '젖탱이'라는 단어와 함께 성기관련 내용을 언급할 때는 적잖이 놀랬습니다. 아마 제가 자랄 때 그런 표현에 대해 들키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에게 준 울림

또 하나는 템플이 졸업식때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순서가 있었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템플이 위대한 ? 발명을 한 후였다고 했는데,글쎄 말투는 그전과 똑같더라고요~ 위대한 발명을 했으니 일상이 일반인처럼 그렇게 됐을줄 알았죠~

제 계산과 다른 상황에 약간 어리벙벙하다가 그제야 제 속의 묵직한 그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써 있더군요.

위대한 발명의 여부가 장애인.비장애인의 기준이 아니다.

그렇죠 . 제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하는 그 선 어딘가에 '위대한 발명' 또는 '위대한 업적'의 유무를 전제로 해두고 있었군요. 연극을 보는 내내 저와 템플을 비교하게 하더니 마지막 한 방을 맞은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 '템플'이 '템플'인게 얼마나 큰 다행인지 마치 내가 '나'이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네요.

무대 디자인과 연출

집중력이 그리 크지않은 제가 몰입도 100펴가 될 정도로 연출은 매우 창의적이었고 무대 디자인 역시 그녀 템플이 선택했던 '문' 하나만 덩그러이 있을 정도로 단순했지만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각 장면마다 분위기를 완벽하게 전달했고요~ 게다가 약간 익숙해질 만한 타임에 조연들의 유머는 몰입된 고감정을 잠깐 쉬게 해주는 역할도 해주어 다음 내용을 더 기다리게 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커튼 콜을 기다리셨는지 가만히 계시다가 없음을 확인후 나가시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아 서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가족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극 '템플'은 주제,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에서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꼭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 앞으로도 이와 같은 수준 높은 연극들이 더 많이 공연되기를 기대합니다.

흠흠~
관람후기가 끝났으니 나가야 하는데, 저는 어떤 '문' 을 열고 나가야죠?^^;;;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1일 제 블로그에 올라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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