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미래위해 과거집착 버려야? 잘 사는 사람들의 말일뿐"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 일본국적을 가졌지만 우리말 이름도 가진 사람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그들은 재일조선인. 그들은 왜 대한민국, 일본 그리고 무국적으로 취급받는 조선 사이에서 국적을 선택해야 했을까.

이주 소수자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글을 써온 재일조선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가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을 펴냈다.
책의 출간기념 강연에서 서 교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일 역사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을 과거에 집착한다고 비난하며 무시하는 것이 한국의 집권층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 '조선 놈들이, 한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해서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언제까지나 문제 삼고 책임, 책임 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과거를 무시하자는 것은 현재 잘 사는 사람들의 말이라며 우리나라 집권층이 '미래지향'이라는 말만 하며 과거를 성찰하지 않는 것을 꼬집은 것. 이어 진정 미래로 향하기 위해선 과거로 고통 받는 이들의 과거를 돌이켜 역사적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나라(한국)에서도 국가 집권층이 이 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미래지향, 미래지향' 한다. 근데 저는 그것은 어느 국민, 어느 국가가 아니라 지금 있는 현실, 현재 있는 상황에서 이익을 받고 있거나 잘 사는 사람들의 말이지 그런데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그 고통의 유래, 역사적인 원인을 풀기위한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이켜 성찰 안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들,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리고 서 교수는 우리가 성찰하는 과거에는 이주 소수자들 또한 포함돼야 한다며 외국으로 이주한, 혹은 이주 당한 사람들 또한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지 국가의 경계에 갇혀 국가가 주어인 역사는 진정한 역사가 아니라며 조선인 피해도 컸던 히로시마 원폭투하 사건을 예로 들었다.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어디 역사인가? 일본의 역사? 역사의 주어를 국가로 하면 그것이 일본사이다. 근데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한 순간에 조선인 3만 명이 죽은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나? 3만 명이다. 3만 명이면 병합 때부터 해방 때까지 역사 중에 한꺼번에 가장 많은 조선인들이 살육당한 사건이다. 역사를 국가를 주어로만 보고 있으면 저희 같은 디아스포라라고 있는데 이산된 사람, 국적을 잃어버린 사람, 추방당한 사람들을 시야에 포함해서 똑같이 볼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런 것이 제가 말이다."

서 교수는 재일조선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증인이기도 하지만 지금 분단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역사를 잊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자각하게 하는 증인이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와 같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픈 과거로 인해 강제로 타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 또한 우리 역사의 소산이라는 것을 잊지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재일조선인)도 식민지 지배 당해온 역사의 소산이고 우리는 이제야 특히나 3,4세 같은 경우엔 문화도 모르고 역사도 모르고 언어도 서투른데도 같은 역사, 같은 유래 때문에 지금도 각기 곳곳에서 나름대로 또 시달리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겨레라는 것을 여러분께서 다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한일 젊은이들에게 재일조선인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설명하는 책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애써 외면하려했던 재일조선인들의 실제 고단한 삶을 그대로 실어 역사적 깨달음과 함께 타자를 대하는 현재의 모습도 뒤돌아보게 한다.

서경식 교수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저자와의 대화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에서 열렸다. 이 강연의 전체영상은 오마이TV와 유투브, 팟캐스트에서 볼 수 있다.

| 2012.09.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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