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반값 하숙비? 대학생만난 박원순 시장

[서강대학교 학생] "이게 한 2평 이 정도니까. 팔을 뻗고 이렇게 돌리면 뭐가 걸려요 항상."

[홍익대학원 학생] "쪽방촌에 있는 방 두 개에 네 명이 잔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오늘 오후 홍익대에서 열린 서울시의 '대학생주거문제 청책워크숍'.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 등 신촌지역 세 개 대학 총학생회의 제안으로 마련된 위크숍엔 4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열악한 주거환경을 토로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수요자 중심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저렴한 공공기관 이전부지 기숙사 건립 등을 주거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김삼열 연세대 총학생회장] "하숙집 주인들이 담합 형식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가격이 오픈되기 때문에 경쟁시장으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 "이런 (저렴한 공공기관 이전) 부지들을 서울시에서 혹은 대학에서, 국가에서 일정부분 분담에서 매입을 하고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기숙사 건축 기금 마련, 폐교 부지 활용 등을 언급하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손봉수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시장님께서도 서울시에 있는 기금 중에 혹시나 대학이 기숙사 건축을 위해서 기금을 요청했을 경우에 저금리의 기금을 확충해 주시는 바람을 말씀드립니다."

[조일환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시설담당관] "(서울시내 초등학교가) 폐교가 됐을 때 폐교되는 학교에 대학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는 경우에는 공원용지로 지정하지 않고 기숙사 건립이 가능한 쪽으로..."

2시간 가까이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 박원순 서울시장. 워크숍이 끝날 때 쯤 마이크를 잡은 박 시장은 먼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대학생 주거환경이 40여년 전 개발독재시대처럼 열악한 것에 대해 기성세대를 대신해 사과한 겁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예 잠잘 곳이 없어서 저는 그냥 책상 머리 맡에서 잤습니다. 그게 70년대 인데요. 우리 자식들이 아직도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너무나 죄송한 일입니다. 제가 기성세대를 대신에서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거문제 해결책을 제안한 학생들을 칭찬한 박 시장은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실현을 예로 들며 주장하는 국민이 제대로된 정부와 복지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다 세금내고 왜 등록금은 서울, 대한민국은 그렇게 많은 등록금 내야 합니까. 마이클 무어의 '식코' 안 보셨습니까. 결국 주장하는 국민이 제대로 된 정부, 제대로 된 복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거잖아요."

이어 박 시장은 시립조폐청을 만들어 몰래 돈을 찍어내는 꿈을 꿀 정도로 서울시의 예산을 쓸 곳이 많다면서도 예산의 우선순위는 '미래'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예산의 우선순위는) 결국 미래에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성세대가 조금 힘들더라도 미래세대가 조금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박 시장은 우선 대학교 안에서 기숙사가 더 많이, 더 크게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충분히 저희들이 검토를 해서 학교 안에서 우선 기숙사가 좀 더 많이, 좀 더 크게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시행,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등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디자인 서울'에 매몰됐던 오세훈 전임 시장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박 시장이 대학생 주거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2.05.0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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