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묘기?

당산역 비둘기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당산역에 갔다. 무심코 열차를 기다리다가 깜짝 놀랄 장면을 봤다.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오는 열차 1미터쯤 전에서 날아오르는 것이다. 아니! 저럴수가!



내가 가는 목적지에 예정된 시간이 충분해 좀 더 기다리며 지켜보기로 했다. 비둘기는 철로에서 뭔가 먹이를 입에 물고 당산역사 지붕 쪽으로 계속 날아오르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지붕을 지탱해 주는 철골빔의 빈 공간에 작은 비둘기 새끼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하!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열차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모험을 하며 먹이를 찾아 내려왔다 올라가는 모양이다”고 생각했다. 비둘기 어미와 새끼가 있는 아래쪽 철로에는 비둘기 똥으로 보이는 물체가 떨어져 지저분해졌고 색깔이 변해 있었다. “하여튼 모성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저 비둘기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그리고 왜 하필 여기 살지요?

내가 여기서 일한지 2년 됐는데 그전부터 있었어요. 왜 위험한 장소에서 사는지 모르지만 한 마리가 아니에요. 저쪽으로 가보세요. 사람들은 웃지만 나는 귀찮아 죽겠어요. 사람들이 기다리는 플랫폼에도 똥싸고…”



그러고 보니 여러 마리다. 사진을 찍기 위해 계속 기다리는 데 반대쪽 차선에서 열차가 들어왔다. 날아오르는 장면을 찍으려는 데 열차가 지나가 시야를 가렸다. 근데 열차가 지나간 뒤에 보니까 비둘기는 그 자리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겁을 상실했을까? 아니 저럴수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열차 앞에서 날아오르는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놓쳤다. 내 디카에 연사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없이 동영상을 찍었다. 열차는 안 보였지만 날아오르는 장면은 생생하게 촬영할 수가 있었다.



계속 사진을 찍자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가 다가와 “무슨 일이냐 어디서 왔느냐”를 물었다. 신기해서 그렇다고 하자 “사람보다 나아요. 얼마나 영리한지 몰라요. 요리저리 피하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요”



한강이 가깝고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이 자리에 집을 마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위생이라는 문제점과 비둘기가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문수 | 2009.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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