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포구에 도착해서 두 고 작가님들이 사진을 찍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봤다. 고영일 작가의 사진 프레임을 찾아보았던 고경대 작가도 이렇게 했을 것 같다. '여기다' 하는 곳을 거의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사진 오른쪽 멀리 보이는, 둥그렇게 쌓인 돌무덤 같은 것은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등대 '도대불'이다.
고영일 작가의 사진에 있는 포구는 돌로 만들어진 반면 고경대 작가 사진에는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콘크리트로 축조되어 있다. 다만 포구 안쪽 부두가 철거되어 그곳에 배가 정박되어 있다. 아마도 포구 내부가 좁아서 확장 공사를 한 것 같다. 그림을 그리려 자리를 폈지만 비가 너무 쏟아져서 옆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그림을 마무리했다.
그림을 마치고 입춘굿이 열리는 관덕정으로 향했다. 해안가 도로를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는데 비가 점점 많이 쏟아지고 바람도 많이 불고 우산이 뒤집어진다. 그러나 구름 끼고 우울한 날씨에 홀로 걸으면서 드는 센티멘털한,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나의 입에서는 저절로의 노래가 흥얼흥얼 흘러나왔는데, 그 노래는 이장희의 '비의 나그네'.
옛날 이야기에는 나그네가 단골로 나오는데 무슨 연유인지 갈길이 바빴던 것 같다. 안 되겠다 싶으면 미리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꼭 무리해서 가다가 밤 늦게 그만 길을 잃고 만다. 그리고 인적 드문 곳에서 멀리 보이는 불빛을 발견한다. 하룻밤을 청하러 문을 두드렸을 때 예쁜 여인이 나타나서 누추하지만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는데 그녀를 따라가면서 사달이 나는 거 아닌가.
나는 숙소도 미리 정해두었고 밤늦게 돌아다닐 일도 없으니 걱정 없다. 용두암을 지나 해변 도로를 걷는데 '서자복'이 있다는 안내판을 봤다. 재작년 제주에 왔을 때 동자복 그림도 그리고 기사도 썼다. 여기 서자복이 있다니. 서자복을 보러 계단을 올랐다(관련기사 :
공항에서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1순위는? https://omn.kr/1ypp0).
- 입춘굿 맞이 제주 여행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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