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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는 노래자랑으로 진행된 가운데 주민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 조정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이 촛불을 60일째 밝힌 가운데 10일 오후에는 노래자랑으로 진행했다. 참가자의 노래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나와 춤을 추고 있다. ⓒ 조정훈
"대한민국 사랑한다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세상 사람 모두에게 대통령이 최고라고 했는데. 어느 날 살며시 사드를 들고 와... 하늘만큼 땅만큼 반대해, 바다만큼 태산만큼 반대해. 사드는 온 국민이 반대해. 온몸으로 막을 거야, 세계평화 외칠 거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매일 저녁 촛불을 들고 있는 성주 군민들이 특별한 문화제를 열었다. 촛불을 든 지 60일째인 지난 10일 오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성주촛불 노래자랑'을 진행했다.

"정주지 않으리라, 표주지 않으리라~"
10일 오후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의 촛불집회가 노래자랑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정숙씨와 김정숙씨가 반짝이옷과 가발을 쓰고 나와 즐거움을 줬다. ⓒ 조정훈
10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노래자랑에서 성주주민인 김수산씨가 여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정훈
10일 오후 촛불노래자랑으로 진행된 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사드 배치 반대 머리띠와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정훈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진행된 촛불 노래자랑에는 거센 비가 내리는 중에도 15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했고 치열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0팀의 본선 참가자들은 끼와 노래로 박수를 받았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예선에는 모두 23개 팀이 참가해 이중 10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대중가요의 가사를 사드를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으로 바꿔 노래를 불렀다.

배숙희(65)씨는 '영수증을 써줄거야'란 노래 곡에 맞춰 "사드는 온 국민이 반대 한다"는 내용으로 노래를 불렀다. 배씨가 노래를 부르자 10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달려나와 비를 맞으며 춤을 추기도 했다.

우인애씨는 '정주지 않으리라'란 노래를 '표주지 않으리라'로 바꾸어 불렀다. 우씨는 노래 가사를 통해 "새누리에 한 표 주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몰표 주고 남은 것은 희망보다 배신"이라며 "이제는 정주지 않으리라, 표주지 않으리라"라고 표현했다.

낙동강이 있는 마을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밝힌 김길상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수영장인 낙동강 인근에서 살았는데 쥐 한 마리가 낙동강 물을 흐려놓아 성주로 이사 왔다"며 "이번에는 사드 가지고 와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성산도 안 되고 염속산도 안 되고 초전면 골프장도 안 된다"며 "성주 땅만 안 되나? 대한민국 어디에도 안 된다"고 노래했다.

반짝이 옷을 입고 빨간 가발을 쓰고 나온 이정숙씨와 김정숙씨는 "촛불이 나를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달려갈거야"라며 "무조건 사드 반대"를 외쳤고 치마와 흰 저고리를 입고 여장을 한 김수산씨는 성주에 사드가 들어오면 가슴에 멍이 들 것이라고 노래했다.

김씨는 '소양강 처녀'의 노래에 맞춰 "사드를 반대하는 별고을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나는 어쩌나"라며 "참외꽃 피고지는 계절이 오면 반드시 이기리라 맹세하고 떠나셨던, 사드와 싸우다가 멍든 가슴에 평화가 찾아오면 나는나는 좋겠네"라고 했다.
사드 배치 처뢰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이 10일 투쟁 대신 노래자랑 대회를 갖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가운데 투쟁위 배은하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정훈
10일 오후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 대신 평화의 노래자랑 대회에서 평소 율동을 진행하던 '평사단'회원들이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불렀다. ⓒ 조정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60일재 진행중인 성주군민들이 10일 오후 촛불 노래자랑 대회를 가졌다. 한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 조정훈
노래자랑에는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아이들과 어른들은 흥에 겨워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며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노래자랑이 시작되기 전에는 성주군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주축이 된 태권도 시범팀이 나와 격파시범 등 축하공연을 했다. 노래자랑 중간에는 그동안 사회를 봤던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과 배은하 투쟁위 홍보분과 위원, 언론인팀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마음이 답답하고 몸이 고단하더라도 오늘만큼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최근 사드 제3부지를 찬성하는 주민들과의 반목을 의식한 듯 "이웃과 반목이 있더라도 내려놓으시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투쟁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노래자랑이 끝날 때까지 주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돌아가지 않고 촛불을 들고 사드 반대와 평화를 위한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에게 "이쁘다"고 외치거나 "잘한다"며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이 10일 촛불 60일을 기념하는 노래자랑 대회를 가졌다. 성주제일교회 중창단이 '사드 반대' 옷을 맞춰 입고 나와 <세상은 평화를 원하지만>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정훈
10일 오후 노래자랑으로 진행된 성주 촛불문화제에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룹 '소리타래'가 초청공연을 했다. ⓒ 조정훈
한편 성주군이 11일부터 성주군청 앞마당에서의 촛불문화제를 허가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다. 투쟁위는 명절 기간에도 계속해서 촛불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성주군은 11일 투쟁위에 공문을 보내 이날 자정까지 천막 등을 치우도록 했다.

성주군은 촛불집회를 불허한 이유로 "지난 9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의한 한반도 안보와 국제정세의 급변, 추석 명절 분위기, 군정 업무의 정상화" 등을 들었지만 제3부지를 요구하는 김항곤 군수의 뜻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 촛불을 들고 있는 주민들은 성주군 내 제3부지가 아닌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주군은 지난달 27일 이후 투쟁위의 촛불문화제에 대해 일주일 단위로 허가해줬다. 투쟁위가 집회신고를 했지만 군청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군의 자산이라는 이유로 군수가 허가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단체가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5일까지 군청사 앞마당과 인도 등 주변에 미리 집회신고를 해놓았다. 이들이 집회신고를 한 것은 촛불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집회를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성주투쟁위는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지 못한다면 입구에 있는 성주문화회관 앞이나 성밖숲에서 촛불을 계속 밝힌다는 계획이다. 추석 연휴에는 고향을 찾아오는 출향인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공연을 중심으로 촛불을 밝히기로 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의 성주군청 앞마당 사용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사드 반대#성주 촛불#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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