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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시노스 델 레알 카미노에서 아침 6시 30분에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도로 옆 길을 걷는다. 눈을 즐겁게 하는 경치도 없어 카메라는 가방에서 할 일이 없다. 친구는 불편한 신발 때문에 발을 절뚝이며 걷는다.  2시간 정도 걸어 엘 부르고 라네로스에 도착하여 바르에 앉아 쉬면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친구는 레온에서 신발을 새로 사야 되겠다고 한다. 매일 25Km 정도를 걷는 순례길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발이다. 출발 몇 개월 전 미리 신어 보고 편한 신발이면 좋다. 경등산화가 알맞다.

걸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걷는 것이 즐겁다. 오늘은 평범한 경치여서 걷는 길이 더 힘들다. 친구는 앞서 절뚝거리며 걷고 나는 뒤에서 말없이 따라 걷는다. 이렇게 3시간 정도 걸어 렐리에고스에 도착한다. 바르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쉬었다가 다시 출발이다. 이제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오늘의 목적지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 도착한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은 스페인에서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로마식 길로 평가되는 구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걸었던 길을 걸은 것이다.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 풍경 ⓒ 이홍로
앨 부르고 라네로스 풍경 ⓒ 이홍로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풍경 ⓒ 이홍로
만시야 대 라스 물라스 시내 풍경 ⓒ 이홍로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시내 풍경 ⓒ 이홍로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시내 풍경 ⓒ 이홍로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풍경 ⓒ 이홍로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 도착하였다. 길을 걸을 때 한 아저씨가 노새를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마을 이름이 만시야(mano en silla, 안장 위의 손) 데 라스 물라스인데(de la mulas, 노새의) 마을 이름을 보면 옛날 이곳이 가축 시장으로 유명했던 곳 임을 알 수 있다.

마을에 들어서니 마을회관 앞 광장에 시장이 열렸다. 알베르게를 정하고 나와 시장을 구경해야겠다. 알베르게는 시내 중심에 있고 시설도 좋다. 샤워를 하고 마을회관 앞으로 나가 보았는데 시장은 어느새 파하고 없다. 우린 마트에 가서 삼겹살과 야채를 사가지고 밥을 해 먹었다. 마침 부산에서 오신 부부와 같이 식사하게 되어 와인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부산 아저씨는 부산의 모 고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시다가 정년을 하셨다. 시를 통해 문단에 등단하셨는데 이번 순례길을 걸으며 좋은 시가 많이 쓰여질 것이다. 우리가 자는 방에는 4명 밖에 없고 코고는 사람도 없어 정말 단잠을 잤다.

열아홉번째날, 출근 차량과 함께 순례길을 걷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마을을 벗어나자 바로 에슬라강이 나온다. 다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눈부시다. 우리는 레온으로 가는 큰 도로 옆을 걷는데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쌩쌩 달린다. 지금이 출근 시간이어서 차량 통행이 많다. 마을을 두 번 지나며 도로를 벗어나 언덕에 올라 도로와 떨어진 순례길을 걷는다. 순례길 바로 아래 작은 성당이 아담하게 서 있다. 지붕 위에서 한 아저씨가 지붕을 수리하고 있다.

계속되는 길은 스페인의 평범한 길로 레온이 가까워 오면서 마을들이 이어진다.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는다. 쉴 때마다 신발을 벗고 발을 마시지 해준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니 레온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꽤 큰 도시이다. 시내에 들어서니 큰 건물 위에 투우 모형이 있다. 투우장이다. 시내를 조금 걷다가 바르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한참을 쉬었다. 길 건너에서는 순례자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주고 서명을 받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순례자 협회에서 순례자들 국적을 조사하며 레온 시내 지도를 나누어 주고 있다. 친구가 신발을 사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은지 물으니 지도에 표시를 하여 준다.
에스라강 풍경 ⓒ 이홍로
비야렌테 마을 ⓒ 이홍로
성당 지붕을 수리하는 아저씨 ⓒ 이홍로
레온 시내 풍경 ⓒ 이홍로
레온 시내 풍경 ⓒ 이홍로
레온 시내 풍경 ⓒ 이홍로
레온 시내에 도착하여 부산에서 오신 부부와 같이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찾았다. 작은 골목 안에 있어 표지판을 눈여겨 보며 찾았다. 규모가 크고 시설도 좋다. 무엇보다 시내 중심에 있어 시내 산책은 물론 레온 성당도 가까이 있어 좋았다.

샤워를 마친 후 시내에 나가 친구의 신발을 사기로 했다. 알베르게에서 20분 정도 걸어 대형 마트에 갔다. 신발 매장에서 120유로 하는 등산화를 샀다. 면세 혜택을 받으면 우리 돈으로 14만 원 정도 하는 등산화를 산 셈이다.

우린 빵과 음료를 사 가지고 공원 의자에 앉아 먹으며 휴식을 취하였다. 이 곳 공원에는 우리처럼 간단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 앞에 참새와 비둘기들이 모여든다. 우리 나라와 비슷하다며 빵 조각을 던져 준다.
레온 시내 풍경 ⓒ 이홍로
바르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 ⓒ 이홍로
레온 시내 풍경 ⓒ 이홍로
레온 성당이 보이는 풍경 ⓒ 이홍로
레온 성당 ⓒ 이홍로
레온 성당 ⓒ 이홍로
레온 성당 풍경 ⓒ 이홍로
아름다운 레온 대성당을 보다

알베르게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일기도 정리한다. 저녁을 먹기 전에 레온 성당을 둘러 보고 오기로 한다. 시내는 활기차다. 산 마르셀로 광장의 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야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한다. 평화롭기도 하고 아름답다.

레온 대성당으로 가는 길은 오래된 건물과 현대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 좁은 골목길과 건물은 사진이나 그림에서 많이 보던 것과 같다. 골목에 들어서니 석양에 빛나는 레온 대성당이 살짝 모습을 드러 낸다. 넓은 광장에서 석양에 빛나는 레온 대성당을 바라 본다. 장엄한 고딕 양식의 성당이 아름답다. 성당 주변의 의자에는 관광객과 노인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레온에서 6월 21일부터 30일까지는 '산 후안과 산 페드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낮에는 황소 달리기를 하고 밤에는 콘서트와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축제 기간에 맞추지 못해 아쉽다. 레온 대성당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야경을 보려면 밤 10시 정도 되어야 한다. 우린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되기 때문에 야경 관람은 포기한다. 알베르게 앞 광장에는 바르가 3개나 있다. 이 중에서 순례자 메뉴가 있는 바르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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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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