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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들어버린 사과나무, 타들어가는 농심” 청성면 대안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명수 농민이 시들어 죽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김명수 농민은 이상기후로 인해 1천300주의 사과나무 중 300주 가량이 죽는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시들어버린 사과나무, 타들어가는 농심” 청성면 대안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명수 농민이 시들어 죽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김명수 농민은 이상기후로 인해 1천300주의 사과나무 중 300주 가량이 죽는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 옥천신문

가뭄·폭염 등 이상기후 여파가 사과, 자두, 밤, 호두 등 가을철에 수확하는 과수·임산물 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나무가 죽거나 열매에 일소피해, 갈변, 열과 등이 발생하는가 하면 탄저병 등 병해충으로 수확량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

예측할 수 없는 기후재난이 일상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기온·강수 등 지역 기후 및 농업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면밀히 분석해 지역에 맞는 농법과 작물을 찾거나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명수 농민은 수분 스트레스 및 봄철 갑작스럽게 발생한 냉해로 1300주의 사과나무 중 300주 가량 죽는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또한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다보니 과육이 햇빛에 화상을 입는 일소피해와 스펀지처럼 변해 푸석푸석해지는 갈변 현상, 수확량 감소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김명수씨 농가의 경우 잎과 줄기가 시들어 흑갈색으로 변하거나, 다 익지도 않는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가을 겨울 비가 많이 오다보니 뿌리 속에 습기가 차 있어서 나무가 수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근데 봄에 갑자기 추워지면서 뿌리가 얼어버리는 냉해도 입었다.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사는 220주 정도만 피해로 인정했는데, 이후 내가 직접 피해를 확인한 것만 총 300주가 넘는다.

여름철에도 낮이나 밤이나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다보니 사과 맛이 떨어지고 과육도 작다. 타 지역의 경우 상품성 떨어지는 사과를 APC 등 기관에서 사가기도 하는데, 옥천은 이런 지원도 없지 않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려운데 지원도 없다보니 사과를 키우는 입장에서 옥천에서 농사 짓기가 너무 힘들다." - 김명수 농민

옥천사과영농조합법인 주재인 대표도 "평년보다 30%가량 수확량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주 대표는 "비교적 일찍 생산되는 홍로는 특히 수확량이 더 적었다. 농민 입장에서는 사과 값이 싸지더라도 풍년이 돼서 많이 파는 게 이득이다"라며 "사과값이 비싸도 유통업자가 대부분 가져가는 구조인데, 언론에서 사과값이 비싸다는 단편적인 보도만 떠들썩하게 내놓다 보니 사과가 잘 팔리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의 역할은 농사를 짓는 것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품종을 개발하고 다른 작물로 유도하는게 정부의 역할인데,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고 비판했다.

 사과나무를 바라보는 김명수 농민
사과나무를 바라보는 김명수 농민 ⓒ 옥천신문

"기술력·전문성 바탕한 지자체 차원 기후위기 대응 전략 필요"

이상기후로 인한 과수 피해는 여름철부터 이어졌다. 폭염과 일조량 감소, 가뭄, 폭우 등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복숭아·포도의 당도가 하락하거나 병해충이 발생했다. 특히 지역 내 대부분의 자두농가가 키우고 있는 '추희' 과심에 갈변현상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이에 옥천군청정자두연합회(회장 홍완표)는 시설지원, 품종갱신 등을 군에 요청한 바 있다.

홍완표 회장은 "앞으로 옥천에서 추희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우선 차광막과 관수시설 등 과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설지원과 품종갱신 지원 등을 군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임산물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뭄으로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수확량이 줄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갑작스럽게 발생한 탄저병 등 병해충으로 피해가 크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옥천군 안내면에서 호두, 밤 등 임산물 농사를 하는 A씨는 "호두의 경우 탄저병이 많이 발생했다. 열매는 열었는데 병이 들다보니 다 떨어진다"라며 "반면 밤은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절반가량 줄었다. 수확 초창기인 9월 초중순에 수확한 밤이 거의 없다. 가뭄 때문인지 밤송이를 열어보면 밤이 통통하지 않고 쭈끌쭈글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피해는 시설·노지 작물 할것없이 발생하고 있다. 시설에서 키우는 대추나무의 경우 갈변현상, 노지에서 키우는 대추나무는 열과현상 등이 관찰됐다. 열매는 열리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다보니 '쓸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시설에서 대추농사를 하는 송용식 농민은 "대추를 먹으면 아삭아삭해야하는데 푸석푸석하다. 낮이나 밤이나 폭염이 이어지다보니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고 본다"라며 "일조량이 너무 강해서인지 스펀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열매가 열린 건 비슷한데, 실질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수량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노지에서 대추농사를 짓는 송인홍 농민도 "가물었다가 비가 한번에 쏟아져서인지 과육에 열과 현상이 많이 보이고 있다"라며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에 열매가 많이 열려서 풍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육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상품성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대응한 작목 선택 등 노력 필요

현장의 농민들과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의 농업 경험치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품종 개량, 대체작물 재배 등 농민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과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옥천군농업기술센터가 지역 기후변화 및 작물 재배 양상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지역에 맞는 농법, 재배 시기 및 방식을 농민들에게 제시하는 등 농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진다.

옥천군복숭아연합회 송성호 회장은 "농업 현장에서 느끼는 농민들의 위기감은 매우 크다. 예측할 수 없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다보니 대응도 쉽지 않다"며 "예산확보 등 수반되는 문제가 있겠지만, 지역 내 농업과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어떤 재배 방식과 작물이 지역에 적합할지 군에서 적극 나서서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 내 기술지원과 충원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역임한 전귀철 농민의 조언이다.

"지역 내 기후변화 양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고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을지 지자체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 특히 농업 지도직 충원과 역량 강화를 통해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송윤섭 옥천군의원도 "복숭아가 특화작물로서 작물 연구 및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는 것처럼 다른 작물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필요하다. 기술지원과 내에 스마트농업팀을 만드는 등 데이터 축적 및 분석과 전담부서 신설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옥천군농업기술센터 이현철 소장은 "농민들의 의견에 공감한다. 옥천 농업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해 여러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 시간과 예산이 수반되기에 당장은 무리이지만 공모사업 등 기회가 될 때 시도를 하려 한다"라며 "복숭아 노지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스마트팜을 하며 축적되는 데이터는 농촌진흥청으로 곧바로 넘어가기에 데이터 관리가 어려운데, 지역 내 농업데이터센터가 조성된다면 지역 농업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전히 시들어버린 나무
완전히 시들어버린 나무 ⓒ 옥천신문
 피해가 심각한 사과밭
피해가 심각한 사과밭 ⓒ 옥천신문
ⓒ 옥천신문
ⓒ 옥천신문
ⓒ 옥천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기후재난#냉해#폭우#과실#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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