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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희 주일대사의 발언
박철희 주일대사의 발언 ⓒ 임병도

한국을 대표해 일본에 파견 나간 주일 대사가 '한일'이 아닌 '일한'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해 논란입니다.

지난달 28일 도쿄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 한일 문화교류 행사인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렸습니다. 이날 박철희 주일 대사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일한 국교정상화 60주년이란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역시 지금까지 좋지 않았던 일한관계가 이렇게 호전되었고‥"라며 반복적으로 '일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박 대사의 '일한' 표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지난주 열렸던 일본기자클럽 회견에서도 계속해서 '일한'이라고 말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일한관계, 되돌아가지 않는 일한관계‥역사가 일한관계의 전부가 되면 모두가 손해입니다. 일한의 인적 왕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날 박철희 주일 대사는 '한일'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일한'이라는 표현만 무려 37번이나 반복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미일'이 아니라 일본식 표현인 '일미한'이라며 한국을 마지막에 두기도 했습니다.

박 대사는 통역 없이 일본인을 상대로 말한 경우라 상대방을 먼저 호칭했다고 해명했지만, 예우 차원에서 잠시 언급한 표현과 반복적으로 '일한'이라고 말한 것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일은 한국엔 이롭지 않다... 1회 나카소네상 수상자였던 박철희

 2019년 5월 10일 중앙일보에 실린 박철희 당시 서울대 교수의 칼럼
2019년 5월 10일 중앙일보에 실린 박철희 당시 서울대 교수의 칼럼 ⓒ 중앙일보PDF 갈무리

박철희 주일대사는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여왔던 인물입니다. 그는 2019년 <중앙일보>에 게재한 "반일은 북한만 이롭게 하고 한국엔 이롭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지역 안정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는 필수"라며 "한·일 협력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일본을 멀리하는 것은 북한엔 이롭지만 한국엔 이롭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실책"이라며 "감상적 민족주의가 강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철희 대사는 2005년 일본의 세계평화연구소가 제정한 제1회 나카소네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계평화연구소는 1988년 아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총리가 설립한 연구소입니다. 나카소네 총리는 극우 성향으로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나카소네 총리는 재임 시절 강력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면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범을 비호하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외교관의 화법 무시한 주일대사의 '일한' 표현

 2023년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양국 국기에 예를 갖추고 있다.
2023년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양국 국기에 예를 갖추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친일 성향 논란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과거사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제 땐 일본 국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라이트 성향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해 반쪽짜리 광복절 행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져 있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흉상을 이전했고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안을 제시하거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방치했습니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찬성했습니다. 심지어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주일 대사가 '일한', '일미한'이라고 표현하는 게 무슨 큰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는 단 한 글자라도 그 의미가 남다르기에 외교관의 화법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일대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한'이라고 수십 번이나 반복적으로 말했다는 것에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박철희#주일대사#윤석열#친일#나카소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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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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