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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돈 프란치스코 S. J 신부가 한국 청소년지도자들에게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인돈 프란치스코 S. J 신부가 한국 청소년지도자들에게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가난과 소외의 땅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캄보디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슬픔으로 남아있는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가 존재한다. 1960~1970년대 '킬링필드'로 알려진 캄보디아 최대 대량 학살 사건으로 200만 명 이상이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이 어두운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캄보디아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교육을 통해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회 소속 오인돈 프란치스코 S. J 신부가 그중 한 명이다.

기자가 지난 4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만난 오인돈 신부는 한국에서 국제교류 연수차 파견된 청소년지도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학교를 세운다."
"남을 위한 삶, 그것이 우리가 캄보디아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사명이다."

캄보디아 청소년 교육 현장을 가다

지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아래 한수협) 소속 청소년지도자 20여 명이 캄보디아의 청소년 비영리기관과 학교를 찾았다. 본 기자도 이들의 모든 일정에 동행했다.

창립 35년을 맞아 한수협이 캄보디아로 발걸음을 향한 이유는, 국내를 넘어 어려운 국가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일에도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 됐다. 1959년 국내에서 전쟁 고아를 돌보면서 활동을 시작한 사회복지 NGO인 엔젤스헤이븐도 한수협의 국제교류 연수 취지를 전해 들은 후 흔쾌히 동참했다.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Xavier Jesuit School Cambodia)를 찾은 한국 청소년지도자 일행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Xavier Jesuit School Cambodia)를 찾은 한국 청소년지도자 일행 ⓒ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1989년 창립한 한수협은 35년 만에 공식 국제교류의 문을 열었다. 정부의 청소년 국제교류 예산 삭감이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전국 청소년시설을 대상으로 한 국제연수의 기회를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여정에는 서울을 비롯한 대구, 울산, 경기, 충남, 전북, 경남 등의 지역 수련시설협회 관계자와 그 지역 주요 기관장들이 함께 했다.

캄보디아 미래를 위해 청소년 교육을 택하다

캄보디아는 1970년대 폴 포트가 민주 정권에서 좌익 무장세력이었던 크메르 루주가 사람들을 대규모로 학살한다. 크메르 루주는 마오쩌뚱식 공산주의를 추구하면서 사상과 문화면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이념을 내세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킬링필드'는 이 'Year Zero'(이어 제로)의 개념 속에서 지식인과 종교인을 넘어 손에서 노동의 흔적이 없으면 그대로 죽여 버리는 대학살의 배경이 됐다.

그러다 보니 "미래 세대를 지도할 중장년층이 없다"고 오인돈 신부는 말한다. 배우고 알고 나눌 사람이 없는 암담한 캄보디아의 현실 속에서 오 신부를 비롯한 예수회 소속 신부들과 예수회원들은 캄보디아 미션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미션은 국내 예수회가 한국관구로 승격하면서 미션으로 주어졌다. 특별히 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들이 캄보디아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도구를 교육으로 봤기 때문.

오 신부와 예수회원들은 캄보디아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바탐방 지역에서 1시간 40분가량 떨어진 시스폰시에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Xavier Jesuit School Cambodia, 아래 하비에르)의 문을 연다.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Xavier Jesuit School Cambodia) 전경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Xavier Jesuit School Cambodia) 전경 ⓒ 예수회 한국관구

오 신부는 "처음엔 맨 땅에 헤딩하는 막막함이 있었다. 처음 계획상으로는 천만불 계획이었지만 정말 영혼밖에 없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오 신부는 이러한 결심이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지으니 아이들이 왔다는 것.

캄보디아의 미래, 청소년을 지원하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28개의 학급에서 800여 명의 캄보디아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는 하비에르는 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다. 초중학교 학습이 부족한 청소년에게는 보충수업도 실시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직업훈련도 제공한다.

하지만 하비에르는 단순한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와 청소년들에게 특히 예술과 문화를 통해 전인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사회학습센터(Community Learning Center, CLC) 기능도 담아 하비에르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도 있다.

2022년에는 28명의 고등학교 첫 졸업식이 열렸고 지난 9월에는 62명 학생들의 제4회 졸업식이 열렸는데 크메르 청소년 교육이 이 학교를 통해 열매를 맺는 것이라는 오 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캄보디아 국가 또는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하다. 오 신부는 한국의 청소년지도자들에게 "더 많은 후원을 받아 가난한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은 것이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한다.

하비에르의 교육, 한국 청소년지도자들에게 울림을 주다

연수단으로 참여한 정성길 전북특별자치도청소년수련시설협회 회장은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는 곳에 학교를 세운다,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을 만들지 않는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큰 울림이 있었다. 청소년활동의 지향점과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현 경남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국장도 "하비에르와 신부님의 노력, 그리고 비전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지역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감동을 받았다. 이러한 노력은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문화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간순 대전갈마청소년문화의집 원장은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봤을 때 그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답하지 못하더라는 신부님의 말씀, 그리고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꿈조차 가질 수 없는 캄보디아 청소년들의 현실이 가슴 아팠다.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흔히 쓰이는 말 '네 꿈이 뭐니?' 이젠 이 질문을 할 때마다 캄보디아의 아이들이 생각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용석 고창군청소년문화센터 센터장은 "도로가 끝나는 곳에 학교를 세워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라고 말씀하신 신부님의 말씀은 나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똑같은 일상에서 내가 누리는 것들, 내 주변 환경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고 오히려 내게 부족한 것을 탓하기만 하며 지내온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초심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국제교류 연수단 1기는 하비에르 외에도 비영리 청소년예술학교인 파레 폰레우 셀팍(Phare Ponleu Selpak)도 방문했다. 청소년예술학교 방문기는 별도로 소개하고자 한다.

#캄보디아#청소년교육#하비에르예수회학교#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국제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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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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