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시절 수십 억 원의 비상장 주식 투자 사기를 당한 현직 국회의원이 경찰 고소조차 못한 채 허위 재산 신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7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조인철(광주광역시 서구갑) 의원은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 재직 시절인 2020년 인공지능(AI) 비즈니스 기반 조성 업무협약을 맺은 기업에게 얻은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 배우자 명의로 21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해 투자 이익을 거두려 했다는 의혹으로 올해 초부터 경찰 내사를 받았다.
경찰의 결론은 '입건 전 조사 종결(내사 종결)'. 경찰은 <오마이뉴스>의 정보 공개 청구 답변에서 "조 의원이 기업 대표의 제안으로 주식을 산 것이 사실이더라도 주식을 사들인 시기가 2021년부터 2022년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투자를 통해 재산 상 이익을 취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이익을 취할 가능성도 없다는 점,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였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21억 원 상당을 투자했는데, 재산 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0'으로 본 이유에 대해 "(해당 기업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해당 기업의 계좌를 들여다 본 결과, 2022년 3월 이전 6개월 동안의 거래 내역이 조 의원의 주식 투자를 포함해 A4 절반 분량에 불과했으며 이후로는 거래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의 투자금이 회사 운영이 아닌, 회사 대표 A 씨의 개인 용도로 사용된 점도 내사 종결의 판단 근거가 됐다. 경찰은 "계좌를 추적한 결과 운영비나 공과금 내역이 전혀 없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의원의 투자금이 회사를 위해 사용됐다면 향후 이익 취득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A 씨가 조 의원을 속인 재산 범죄(사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 재산신고 허위 판단 인사혁신처에 과태료 통보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지 못했다. 재산 범죄의 경우 '손해를 봤다'는 피해자의 진술 또는 고소가 있어야 입건이 가능한데 이와 관련한 조 의원의 진술이나 고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재산 범죄는 피해자 진술 없이 단독으로 입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의원이 21억 원 상당의 투자 사기를 당하고도 경찰 고소를 못한 이유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라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였다면 부패방지법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제가 들은 바로는 A 씨가 몇 건의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기 고소 등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국회 일에 전념하고 있다. 왜 억울하지 않겠나. 하지만 잊어버리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 투자로 조 의원이 보게 될 손해는 21억 원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경찰이 조 의원이 광주 부시장 퇴임(2022년 6월 30일) 후 재산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 취득 신고를 1주당 3만3600원이라는 실거래가가 아닌 종전가액·동액·현재가액 기재 없이 모두 0원 처리한 점을 공직자 재산 등록을 거짓으로 한 것으로 보고,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공직자 윤리법 상 과태료 사안으로 통보 조치했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법을 위반할 경우 사안에 따라 1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개별 건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 다만 퇴직 공직자의 경우에도 심사 결과에 따라서 과태료 부과 등 법령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재산 신고를 시스템에 따라 정당하게 신고했다. 경찰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바 없으며 인사혁신처로부터 어떠한 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