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04 16:57최종 업데이트 24.10.04 16:57
  • 본문듣기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훈님이 보내주신 편지처럼 저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가기를 희망합니다. 갈림길의 이정표는 '권력'이 아니라 '노동'이었으면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찬사건 3일 뒤인 9월 27일, 국회에서 중요한 민생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바로 부모의 육아휴직을 최대 3년으로 늘리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육아지원 3법입니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사랑하는 '노동약자'는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특고(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들 중 배달라이더, 학습지교사, 화물노동자, 방과후 강사 등 17개 직종의 노무제공자들은 고용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합니다. 그런데 오로지 임신한 여성의 출산전후 휴가만 보장할 뿐, 육아휴직과 배우자 출산휴가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던진 '노동'의제

한동훈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자영업자와 특고노동자에게도 육아휴직이 필요하다며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2024년 4월 1일 부산사상 유세현장에서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우리 이것(자영업자 특고노동자 육아휴직) 미루지 말고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제안을 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약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22대 총선공약집 '새로운변화, 내 앞으로'를 보면 "육아휴직 등 일 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자영업자 등 혜택을 받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특고직, 예술인, 자영업자, 농어민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에게 2025년에 일가정양립 지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9월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좋은 공약입니다. 옥에 티라면 한동훈 대표나 국민의힘 모두 특고노동자 17개 직종과, 예술인과 자영업자 중 일부가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은 겁니다. 집권정당의 수뇌부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역시 22대 총선공약집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 누구나 출산 육아를 보장받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라고 공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거대양당이 모두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의 존재가 법안에 새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육아휴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면서 연령별로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징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금재정이 어려우면 연금을 삭감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까지 내걸었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방안(2023)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1992년 생 가입자의 경우 생애 총연금액이 20%가 삭감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현재 경제적 격차는 연령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의 17세 아들은 약 200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1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청소년은 11명, 50억 이상은 19명, 10억 이상은 90명입니다.

반면, 한국경제인협회 중장년내일센터 '2023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50.5세이고, 재취업 후 37.3%의 임금 하락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사용자가 국민연금보험료 절반을 분담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연금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면 연금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과 연금부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특고플랫폼기업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겁니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4대 보험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3.3%의 소득세를 내는 비임금근로자가 무려 847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을 외면하면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생 문제는 물론, 경제적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은 '노동약자 보호법', 한동훈의 대안은?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노동약자'로 부르면서 노동약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노동법은 노동력을 사용해서 이윤을 얻는 사용자와 노동력을 제공해 소득을 얻는 노동자의 힘이 불균형하다고 전제합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으로 최소한의 근무조건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으로 위험에 대비합니다. 한 발 나아가 노동3권 을 노동자에게 보장, 노사가 대등한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근무조건을 정하는 것을 보장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밀고 있는 노동약자보호법은 그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약자를 위한 공제조합 설립, 분쟁조정심의위원회' 등을 노동약자보호법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우리는 국가가 운영하는 4대보험이라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노동자의 질병, 노후, 실업, 산업재해 육아와 출산, 재취업을 보장하는 보험을 놓아두고 별도의 공제조합을 만들자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노동법이라는 전 세계가 합의한 좋은 규칙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윤석열 정부는 노동법대신 '노동약자'를 강조하는 걸까요? 노동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문수 장관이 주인공이 되는 정치적 효과외에는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노동약자라는 호칭이 시혜적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노동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자신 있게 특고 자영업자의 육아휴직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던졌던 한동훈 대표가 등장해야 할 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고, 보호받지 못하는 특고노동자

5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노동현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 연합뉴스


우리 사회의 산업과 노동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회보험 체계는 모든 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좌우의 이견은 없습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바로 차별없는 4대보험의 도입입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휴업급여 최저소득 기준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최저임금보다 못한 4만 1150원에 불과합니다. 라이더유니온이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가 휴업급여로 하루 7만 원 이하의 금액을 받았습니다. 깁스를 하고 일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방과 후 강사처럼 여러 수업을 하는 경우 수업이 잘리면 큰 경제적 손실을 겪지만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한다는 이유로 구직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10월 1일엔 수업이 취소된 방과 후 강사들이 수업료를 환불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에 의해 하루 해고를 당했지만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업 취소에 대한 책임까지 노동자가 지고 있습니다.

실제 전체 노동자 중 특고 플랫폼 노동자가 구직급여를 받는 비율은 0.19%에 불과합니다. 간병인 등 특고플랫폼노동자 중에서 국가가 보호의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직종은 산재 고용보험 가입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부담을 특고 플랫폼노동자가 져야 합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택배집배송(택배기사)은 약 86.8%, 화물노동자(화물차주)는 약 91.3%가 지역가입자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들 특고 노동자는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합쳐 월 30만 원 이상을 납부합니다. 고용 산재보험처럼 직장가입자로 전환하여 사용자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게 해 사회보험의 울타리 안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윤석열의 4+1 개혁 대신 4+1 사회보험을

차별없는 4대보험과 함께 한 가지 권리가 더 추가되어야 합니다. 바로 아프면 쉴 권리 '유급병가'입니다. 현재 노동약자들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에게는 아프면 쉴 권리가 없습니다. 보험료와 할부금 등 일하는데 자기 돈을 쓰는 노동자들은 아프다고 쉬었다가는 소득이 0원이 되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가 됩니다.

대안으로 상병수당이 제시되고 있는데, 코로나 때 활발히 이야기가 됐다가 코로나 종료와 함께 상병수당 논의도 지지부진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운행하고 있지만 수당의 액수가 너무 적고 보장되는 지역도 적어 실질적 도움이 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노동약자 보호를 위한 유력한 대안은 기존의 노동법을 확장하는 '4대보험+상병수당'입니다.

저는 나라와 국민을 망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4+1개혁(연금, 의료, 교육, 노동+저출산)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4+1 사회보험을 도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싸우는 게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노동정책부터 바꿔야 합니다. 한동훈 대표만 마음먹는다면, 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주구장창 이야기했던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역시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총선에서의 약속을 22대 국회에서 두 대표가 반드시 지키길 바랍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