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30 06:34최종 업데이트 24.09.3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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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참단무기와 병력이 참여한 시가행진이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세종대로에서 열렸다. ⓒ 권우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가운데 이런 대규모 행사를 꼭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가 재정 부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한국이 민주화 이후 다른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하거나 중단해온 터라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연속 개최에 대한 논란이 큽니다.

정부는 군사 퍼레이드 개최 이유로 "국내·외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강한 국군'으로서 압도적인 국방력을 과시하겠다"고 설명합니다. 국민들이 '힘에 의한 평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국방력이 북한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력과 자체 국방 전력, 경제력을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국제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북한 36위)라는 통계에서 보듯, 굳이 국민들에게 국방력을 과시할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군사 퍼레이드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 통치 강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도 불편함을 키웁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지 않습니다. 군사 퍼레이드를 군국주의나 전체주의의 그림자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입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춘 미국의 경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대신 주로 의장대 퍼레이드로 대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독립기념일에 맞춰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했다가 독립 기념보다는 재선을 향한 정치적 열망만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문민정부 들어선 뒤 대폭 축소...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 낭비 지적

한국도 군사정권 시절에는 매년 실시했던 군사 퍼레이드가 문민정부 들어선 뒤에는 대폭 축소됐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선 4년 주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5년 주기로 군사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선 건군 70주년 국군의날에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고 전투 훈련과 기념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신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군사 퍼레이드를 두 해 연속으로 개최하는 것은 전두환 정부이후 처음입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됩니다. 군에 따르면 올해 국군의날 행사에는 8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에도 약 1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실시되지 않는 해는 대부분 10억원 안팎이 소요됐습니다. 군사 퍼레이드 개최시 예산 낭비 우려는 국회에서도 제기됐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 규모의 과도한 확대로 예산 낭비 우려가 있으므로 개최주기와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세수 부족으로 정부 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이 드는 군사 퍼레이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취약한 재정으로 정부 지출을 축소해 마른 수건을 짜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입니다. 선진국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사 준비와 실행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계획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내년 국군의날 군사 퍼레이드는 중단돼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전방부대를 방문해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 대해서는 통조림이나 전투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해 뒷말을 낳았습니다. 군대를 면제받은 윤 대통령이 '전투식량'을 일반 병사들이 실생활에서 먹는 걸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연이은 군사 퍼레이드 개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잦은 군사 퍼레이드는 사회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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