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5 10:51최종 업데이트 24.09.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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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는 문재인 정부의 결단으로 2021년 7월에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출범은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였다. 이는 역대 정부들이 대통령령에 근거해 운영했던 교육개혁 자문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초정파적이고 초정권적인 교육정책 기구를 필요로 했던 교육계의 오랜 염원을 담아낸 결과였다.

하지만 출범 2년을 맞이한 지금, 국교위는 기대를 저버리고 교육계의 실망과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원인은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과 자질에서 기인한다.

국교위 설치 목적 명확했지만, 현재 어디로 가고 있나

2022년 9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배용 위원장과 위원, 내외빈 등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국교위의 설치 목적은 명확하다. 국교위는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위원회이며, 초정권적 독립 기구이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국교위는 교육정책 계획 기구로서, 교육부는 집행 기구로서 교육 지배 구조를 이원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에는 교육부가 교육정책의 계획, 추진, 평가를 독점하고 있어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었다.

국교위의 핵심 업무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수립,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의 고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의 수렴 및 조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교위가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기구라는 점이다. 따라서 위원들은 대통령이 지명한 5명(상임위원 1명 포함), 국회가 추천한 9명(상임위원 2명 포함), 교원 관련 단체가 추천한 2명, 대교협 및 전문대협이 추천한 2명, 시·도지사협의체가 추천한 1명 그리고 당연직 2명(교육부 차관, 교육감협의회 대표) 등 사회 각 계층을 대변하고, 교육 관련 전문성과 지식을 지닌 총 21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 국교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국민 의견 수렴이기 때문에,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국민 368명, 시·도 교육감 및 시·도지사가 추천한 131명 등 총 500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위원회를 두고 있다.

문제는 국교위와 교육부 간의 관계 설정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또한, 현재까지 국교위의 인적 구성과 운영 체제를 보면 정체성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기초학력 보장법 등은 교육부가 기본 계획 또는 시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교위는 10년마다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정책의 내용에 따라 두 기관이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유보통합, 늘봄학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및 글로컬 대학,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은 교육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교육부보다는 국교위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국교위에 대한 교육계의 시각은 역사학자인 국교위 위원장, 비교육전문가인 상임위원, 전문위원회의 위원들의 비전문성과 당파성 그리고 합의제를 무시하고 국민 의견 수렴을 도외시하는 비합리적인 운영 체제 등 기관 내부 문제들이 국교위의 방향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출범한 지 2년, 국교위는 무엇을 하였는가

최근 2년간의 운영을 살펴보면, 국교위는 교육부의 하위 자문기구 혹은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 듯 보인다. 주요 안건인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2건의 개편안'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국교위는 실질적인 논의와 숙의 과정 없이 표결로 결정하였다.

특히 2022년 12월에 의결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최종안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과 성소수자 용어 삭제 등 민감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데도 표결로 처리한 국교위의 모습은 합의의 정신보다는 표결에 힘을 실어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참여를 포기하며 퇴장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교육계가 염원했던 합의제 행정위원회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이어서 2024년 4월과 8월의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안)에 대한 심의·의결과정도 역시 논란을 일으켰다. 4월에는 교육부가 즐거운 생활에 포함된 초등 1∼2학년 신체활동 교육 영역을 체육 교과로 분리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편안'을 국교위에 심의 요청하였고, 8월에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의 폐지 방침에서 존치로 바꾼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위해 교육과정 개편 근거 마련을 요청하였다. 쟁점이 분명하게 부각된 교육부의 안을 또다시 단순히 검토하고, 단 한 번의 표결로 처리한 국교위의 태도는 진정한 교육정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2023년 12월에 의결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의 경우에도, 대입 제도가 학교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했으나, 국교위는 교육부의 시안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국민 의견 수렴 없이 결정을 강행했다. 국교위의 전문성 부족과 합의 부족 능력을 드러냈다.

출범 2년이 지난 국교위가 공식적으로 의결한 사례들을 보면, 국교위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라는 설치 목적과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교육부 자문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 정부에서는 여전히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이른바, 교육부 주도의 교육지배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제도의 문제가 아닌, 결국 사람의 문제?

임명장 받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2.9.27 ⓒ 연합뉴스


국교위의 주요 문제는 제도적 장치의 실패가 아니라, 그 운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교육철학의 부재와 비전문성, 비정상적인 위원회 운영 방식 등에서 기인한다. 국교위의 핵심 취지는 합의제를 지향한다는 점과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 숙의과정을 제도로 만든 점이다. 그러나 기본 취지와 달리, 합의의 정신은커녕 교육부의 안을 전문적인 모니터링 과정도 없이 표결로 의결하는 사례가 다수가 있었다. 국민참여위원회가 설치되었으나, 그동안 국민 의견을 수렴한 사례도 전무하다.

특히 정파성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SBS, 2024.8.19.), 국교위의 자문기구인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에서 수능 이원화, 내신 외부평가 등을 논의하였고, 일부 보수 성향의 전문위원들이 한쪽에 유리한 결론을 내기 위해 사전 조율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국교위는 일부 위원이 주장한 내용일 뿐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수능 이원화는 학생들의 입시 부담과 경쟁 가속화, 내신 외부평가는 교사의 교육권 침해와 교육의 공신력 폄훼 등 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줄 의제들이다. 국교위 내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었다는 사실 자체로도 정상적인 운영은 아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일부 전문위원들이 보인 정파적 행위가 국교위의 초정권적, 초당파적 취지와는 정반대의 행태로, 교육 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추진된다는 설치 목적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제도적 장치로서 국교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비전문가, 정파적인 사람들이 국교위 운영을 주도하게 만든 것은 결국 지도자의 철학과 가치, 자질 등이 문제이다.

국교위 설치 목적에 부합하도록 다시 태어나야

국교위가 제도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국교위 위원장 및 위원들은 교육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국교위는 정치의 장이 아니라 교육전문기구가 되어야 한다. 둘째, 위원 구성 과정에서 국회, 교원 관련 단체, 대교협 및 전문대협 등 각 기관이 3~5 배수의 후보를 추천하고, 상대 기관이 검증하고 선정하는 상호 검증 추천제도를 도입하여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교위와 교육부의 관계를 명확히 하여 교육부는 단기 의제나 교육 현안 문제에 대응하고,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역할에 충실한 이원적 교육지배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국교위가 진정한 의미의 합의제 기구로 거듭나길 바라며, 교육정책이 개인이나 특정 세력의 즉흥적인 욕구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공감에 기반한 정책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국교위가 새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교육계의 불신과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반상진 전 한국교육개발원장 @반상진 ⓒ 반상진


* 필자 소개 : 반상진 교수는 현재 전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고, 전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역임하였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장, 한국교육정치학회장 등 학회활동,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위원회 위원장, OECD CERI (교육연구혁신센터) 운영위원회 운영위원 등 대외활동 그리고 (사)교육연구네트워크 소장으로 교육시민단체 활동에도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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