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13 07:13최종 업데이트 24.08.1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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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시대정신이자미래의침로인'ESG'가거대한전환을만들고있다.ESG는환경(E),사회(S),거버넌스(G)의앞자를딴말로,더나은세상을향한세계시민의분투를대표하는가치담론이다.삶에서,현장에서변화를만들어내고실천하는사람과조직을만나그들이여는미래를탐방한다.[편집자말]
유럽우주기구(ESA)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연구해 2021년 발표한 '북극 영구동토층 파괴로 인한 생화학적 위험' 보고서[1]는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으면 고대 바이러스 외에 항생제 내성 세균, 핵 폐기물의 방사능, 기타 우려되는 화학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

보고서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깊은 곳에서 추출한 100종 이상의 다양한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녹은 물과 혼합해 새로운 항생제 내성 균주가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 빙하 녹은 물이 많이 유입되는 곳일수록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3]
 

북극 영구동토층 융해의 위험 ⓒ 유럽우주기구

 
숨겨진 핵폐기물의 보이지 않는 위험

ESA와 NAS의 연구진은 2100년까지 영구동토층의 3분의 2가 기후변화로 사라지면서 얼음에 묻혀 있던 고대의 미생물부터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화학물질 및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4]

1955년 러시아 북서부 노바야제믈랴 제도 해안에 위치한 핵실험장에서 구 소련이 핵무기 실험을 시작한 이후 1990년까지 총 130회에 이르는 핵실험이 그곳에서 이뤄졌다. 1961년에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실시한 차르봄바(Tsar Bomba) 수소폭탄 실험은 핵실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실험이었다. 이 수소폭탄은 50메가 톤급으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3800배 이상의 위력이었다. 폭발 당시 발생한 버섯 구름이 60km 높이에 이르러 100km 밖 사람에게 3도 화상을 입히고 1000km 떨어진 핀란드에서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고 한다.
 

빨갛게 칠해진 곳이 노바야제믈랴 제도 ⓒ World Fact Book by CIA

 
인류 전체를 몰살할지도 모를 상상을 초월한 핵실험 후 미국과 영국, 구 소련은 1963년 대기권, 지상, 수중에서 핵폭발 실험을 하지 않기로 하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PTBT)'을 체결했다.[5] 하지만 구 소련은 이후에도 노바야제믈랴 제도 지하 핵실험장 등에서 200회가 넘는 소규모 핵폭발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약 260메가 톤의 핵에너지가 방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6]

ESA-NASA 연구진이 구 소련이 가동한 영구동토층 인근의 원자로를 조사했을 때 인류 건강에 위협이 될 고위험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 러시아 정부가 구 소련 붕괴 이후 과거 원자로가 존재했던 지역에서 정화작업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이 조사에서도 여전히 방사능 위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극해가 '핵 바다'로

설상가상으로 해안 인근 해저에는 수십 척의 핵잠수함이 사고로 침몰해 있어 일대가 거대한 핵폐기물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잠수함의 원자로 사고는 러시아 정부의 비밀 유지로 공식적으로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공개되었다 하더라도 그 진상 및 환경 오염 등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1970년 4월 노벰버급 핵잠수함 K-8의 비스케이만 침몰 사건은 사건 발생 20여 년이 지난 1991년까지 비밀로 부쳐졌다. 이 외에 1986년 10월 양키급 K-219, 1989년 4월 K-278 콤소몰레츠호 등이 대표적인 침몰 사례들이다.[7]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콤소몰레츠호가 화재로 침몰할 당시 잠수함에는 플루토늄 탄두의 핵 어뢰 2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30년이 지난 2019년 노르웨이 방사능 핵안전국(DSA)은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동원해 수심 1680m의 바렌츠해 해저의 콤소몰레츠 잔해를 침몰 이후 처음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800Bq(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세슘은 방사성 물질로, 바렌츠해의 평상시 방사능 수치는 0.001Bq 정도이다. 조사가 이뤄진 2019년 7월에도 바렌츠해에서 러시아의 연구용 핵 추진 잠수정이 화재로 침몰했다.[8]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북극해 부근에서 훈련 중 두 차례 폭발로 가라앉는 등 화재와 폭발 등 다양한 문제로 북극해에 수장된 핵잠수함이 수십 척이다. [9]

노르웨이 환경단체 벨로나재단(Bellona Foundation)은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바렌츠해를 핵폐기물이 대량으로 적체돼 있는 '핵 바다'로 지목하며 이곳에서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바렌츠해는 북극해의 일부로 북서쪽으로는 스발바르 제도, 북동쪽은 젬랴프란츠요세프 제도, 동쪽은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둘러싸여 있다. 벨로나재단에 따르면 2000년 쿠르스크호 침몰 사고 당시 전 세계 원자로의 18%가 바렌츠해에 면한 러시아 북서부 콜라 반도에 본부를 둔 러시아 북해 함대의 주요 작전 지역에 위치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관리가 소홀한 상태였다.

북해 함대는 2000년 기준 쿠르스크호를 포함해 67척의 핵 잠수함과 2척의 핵 추진 순양함을 운용했으며 핵 잠수함은 총 115기의 원자로를, 핵 순양함은 각각 2기의 원자로를 탑재했다. 퇴역한 잠수함 52척에도 아직 핵 연료가 남아 있는 원자로 101기가 실려 있어 콜라 반도/세베로드빈스크 지역에는 지상 원자력 발전소의 4기를 포함해, 총 240기 원자로가 몰려 있는 셈이었다. 세계적으로 원자로 집약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더해 70개 원자로 노심에서 나온 핵 폐기물이 불안전한 상태로 쌓여 있으며 18개 노심도 바렌츠해의 배나 바지선에 보관돼 있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3만㎥의 고체 핵 폐기물과 7000㎥의 액체 핵 폐기물이 바렌츠해 지역에 쌓여 있다고 벨로나는 전했다. 벨로나는 이 지역의 핵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10]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이 지역의 방사성 물질을 없애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없었기에 막대한 양의 위험 물질이 이미 영구동토층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은밀하게 숨겨진 핵 폐기물과 방사성 물질이 지구온난화를 통해 은폐를 뚫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시간 문제이다.[11]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위협, 화학 물질이 북극으로 이동한다
 

알래스카 북부의 ARCN 공원에서 관측된 주황색 하천 지도 ⓒ Alaska Science Center

 
또 다른 위협은 산업 혁명이 시작된 이후 영구동토층에 유입된 화석 연료 부산물과 현재 사용 금지된 다양한 오염물질, 살충제인 DDT와 같은 화학 물질이 대기를 통해 북극으로 이동하여 영구동토층에 갇혔다가 온난화로 대기에 방출되는 사태이다.

영구동토층에는 수천만 헥타르에 걸쳐 비소 · 수은 · 니켈을 포함한 천연금속 매장지가 있어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이미 수십 년 동안 화학물질을 사용해 심각한 오염을 일으킨 바 있다.[12]

2024년 5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된 독성 금속으로 알래스카의 강과 하천이 파란색에서 녹슨 주황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미 국립공원청 연구진은 알래스카 브룩스 산맥의 75개 하천에서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북극 유역에 철분과 독성 금속이 증가했다는 새로운 위협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원격 감지 관측을 통해 2018년부터 하천 변색을 관찰, 변색 원인이 급속한 온난화로 인한 영구동토층 해빙에 있음을 시사했다. 맑은 하천과 비교했을 때 주황색 하천은 pH가 낮고 탁도가 높으며 황산염, 철 및 미량 금속 농도가 높았다.
 

알래스카 코북 밸리 국립공원의 아킬릭 강 상류 지류 이미지. 2017년 6월 12일의 맑은 하천이 2018년 8월 30일엔 주황색 하천으로 변했다. ⓒ Jonahan A.O’Donnell

 
연구진은 세 개 하천에서 오염되지 않은 맑은 지류, 오염된 주황색 지류, 주황색 지류의 육상 침투수를 각각 비교 연구했다. 연구 결과 손상된 주황색 지류 인근 툰드라 지역의 식물이 검게 변하고 죽어 있었다. 오염된 하천의 낮은 pH가 원인으로 거론됐다.

황산염, 철, 알루미늄, 망간 등의 주요원소와 코발트, 니켈, 구리, 아연, 납, 비소 등의 미량 원소의 농도가 기준 지류에 비해 주황색 지류에서 대부분 1~2배 더 높게 나타났다. 아가샤쇼크 강의 육상 침투수에서는 특히 아연과 니켈 농도가 기준 지류에 비해 각각 16배와 43배로 나타났으며 pH가 2.6으로 산성도가 매우 높았다.

육상 침투수의 변색은 하천 내 무척추동물과 어류의 다양성 및 개체 수의 극적인 감소를 야기했다. 연구팀이 처음 강물 변색 현상을 포착한 2018년부터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알래스카주 코북밸리국립공원 내 아킬리크강 지류에서 토종 어류 2종이 사라졌다. 이러한 결과는 알래스카 농촌의 식수 공급과 자급 어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북극권 전역에도 영향을 미친다.[13]

산업화의 후유증

지난 70년 동안 영구동토층에서 1000개 이상의 자원개발, 군사 및 과학 프로젝트 등이 이뤄졌다.[14] 북극이 산업 및 경제 개발에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했다. 또한 영구동토층이 일종의 장벽으로 고체 및 액체산업 폐기물을 장기적으로 격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었다. 알래스카, 캐나다, 러시아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포함한 독성 액체와 고체를 영구동토층에 격리 목적으로 두는 여러 실험이 실제로 수행되었다. [15]
 

북극 영구동토층 우세지역(영구동토층 발생확률 50%초과 지역)의 산업시설 분포도. 빨간 점이 산업시설. ⓒ Moritz Langer

   

북미 대륙의 영구동토층 우세지역의 산업 및 오염시설 분포도. 빨간 점이 산업시설, 초록 점이 오염시설, 노란 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유해물질이 남아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 ⓒ Moritz Langer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극지 및 해양 센터의 모리츠 랭거 박사는 연구를 통해 영구동토층 붕괴가 환경 위협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영구동토층 지역에 분포하는 가동중인 산업시설은 약 4500개, 방치된 오염 시설은 약 1만 3000~2만 개로 추정됐다. 2020년의 기후조건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100개의 산업시설과 약 3500~5200개 오염시설이 입지한 영구동토층이 이미 붕괴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이전에 설립돼 운영한 시설은 오염 및 독성 물질이 방출될 위험이 더 크다. 그러나 2100년까지 북극 지역에 계속해서 새로운 산업 및 오염시설이 최소 1100개, 3400~5200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RCP 8.5)에서 2100년이 되면 북극 영구동토층의 거의 모든 시설이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되고 북극권에 심각한 환경적 위협을 가하는 것은 물론 지구 전체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16]

ESA와 NASA의 북극 영구동토층 연구진은 "지금까지 영구동토층에서 방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과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정량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17]

글: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조승우·김아연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1] Kimberlev.R.Miner (2021). Emergent biogeochemical risks from Artic permafrost degradation. Nature climate change.

[2] 김준래. (2021.10.21). 영구동토층 해빙은 보이지 않는 공포의 시작?. 사이언스타임즈.

[3] 유럽우주국(ESA), https://www.esa.int/Applications/Observing_the_Earth/Permafrost_thaw_could_release_bacteria_and_viruses

[4] 전과 같음

[5] 최연재.(2020.8.28). 1000Km박 유리창 쨍그랑…60년 만에 공개된 러시아 ‘수소폭탄’ 영상. 머니투데이.

[6] 심은지.(2019.5.30). 미 “러시아 비밀리에 저강도 핵실험”, 한경.

[7] 이흥환. (2000.10.19). 방향감각 잃은 ‘러시아 북해 함대’. 동아일보.

[8] 김상훈(2019.7.12). 30년 전 침몰 러시아 핵잠수함서 평상시 80만배 방사능. 연합뉴스.

[9] 경남매일. (2007.3.23). 영 핵잠수함, 북극해서 폭발사고 발생. 경남매일

[10] S.S.H.(2000.8.17). 핵 잠수함 침몰 해역은 ‘핵 바다’. 연합뉴스.

[11] 김준래. (2021.10.21). 영구동토층 해빙은 보이지 않는 공포의 시작? 사이언스타임즈.

[12] 유럽우주국(ESA), https://www.esa.int/Applications/Observing_the_Earth/Permafrost_thaw_could_release_bacteria_and_viruses

[13] Jonahan A.O’Donnell & Others (2024). Metal mobilization from thawing permafrost to aquatic ecosystems is driving rusting of Artic streams.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14] 유럽우주국(ESA), https://www.esa.int/Applications/Observing_the_Earth/Permafrost_thaw_could_release_bacteria_and_viruses

[15] Moritz Langer. (2023). Thawing permafrost poses environmental threat to thousands of sites with legacy industrial contamination. Nature Communications.

[16] 전과 같음

[17] 유럽우주국(ESA), https://www.esa.int/Applications/Observing_the_Earth/Permafrost_thaw_could_release_bacteria_and_vir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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