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이 없는 제주도는 지하수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제주의 생태적 수용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바로 물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하수 오염을 관리하고 지하수 수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2023년 6월 수자원종합관리계획을 고시했다. 이 계획은 신규 수원 개발 최소화, 물 수요관리 강화, 지하수 오염원 관리 강화, 지하수 수질 통합관리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지하수관리조례는 지하수의 과다 개발에 따른 지하수 고갈 방지와 수자원 보호를 위해 ① 지하수위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거나 낮아질 우려가 높은 지역 ② 해수 또는 염수 침입의 우려가 높거나 지하수 중의 염소이온 농도가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지역 ③ 장래 용수 수요를 위하여 지하수의 개발·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은 635.5㎢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1/3을 차지한다.

지하수 보전 취지 거스르는 도시관리계획 수립기준
 
도시관리계획수립기준(안) 도민설명회 .
도시관리계획수립기준(안) 도민설명회. ⓒ 김순애
 
제주도가 지난 8월 7일 도민설명회를 진행한 도시관리계획 수립기준(안)이 (아래 기준안) 지하수 보전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발표된 기준안은 2023년에 제주도가 공고한 2040도시기본계획 방향에 따라 마련된 개발 허용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수립한 것이다.

2040도시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비도시지역의 경우 난개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해발 고도 300m 이상을 보전 강화구역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번 기준안에서 지난 2015년 제주도가 지구단위계획구역 제한지역으로 설정한 해발 500m 이상 지역을 1구역으로, 해발 300m 이상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을 2구역으로 지정하였다. 난개발 방지 대책으로 해발고도 300m 이상을 보전강화구역으로 설정하겠다는 2040도시기본계획의 취지와는 다르게 기준안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인 2구역에 골프장을 제외한 관광 휴양형 지구단위계획을 가능하게 했고 첨단산업인 경우 산업유통형 지구단위계획도 허용했다.
 
설명회에서 배부한 종이 한 장 .
설명회에서 배부한 종이 한 장. ⓒ 최성희
 
이날 설명회에서는 기준안이 지하수 보전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서귀포에서 온 최성희씨는 "제주의 지하수가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어떤 기사에서는 2025년에 하루에 6만 톤의 식수가 수돗물이 이미 부족할 것이고 2030년부터는 농업용수도 부족할 거라고 한다. 당장 내년부터 수돗물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지금 중산간 보전 지역 지하수 특별관리구역에 우주 산업과 같은 첨단 산업, 한화가 투자하는 애월 포레스트 같은 대규모 관광단지들이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쓸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데 지금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연 이것이 보존 대책인지 아니면 지하수 고갈 정책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대책을 갖고 계신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5가지 수립 기준(탄소중립, 지하수자원관리, 재해예방, 분산에너지, 저영향개발)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지하수 자원 특별관리구역에서 지하수 수위 함양량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최대한 오염되지 않는 물을 지하 침투시켜서 함양량을 증가시킬 것이냐에 대한 고민 속에서 기준안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개발을 허용하면서 온실가스감축평가서 작성, 탄소저감시설 확충, 탄소흡수원 확충, 하수발생량 전량 중수도 설치, 저영향개발 기법 적용 등을 한다고 해도 한 번 산업단지가 세워지고 대규모 관광시설이 세워졌을 때 그 영향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급적 훼손을 최소화하고 지하수 오염 요인이나 지하수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계획을 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화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돼
 
지난 4월 중산간에 착공한 한화우주센터 .
지난 4월 중산간에 착공한 한화우주센터. ⓒ 최성희
 
특히 질문 중에 나온 '우주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인 하원테크노캠퍼스 내 우주센터와 '애월 포레스트 같은 대규모 관광단지'의 사업자는 하필 한화 그룹에 소속되어 있어 일각에선 특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설명회 자리에서 이러한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편집자 주)

제주녹색당은 지난 5월 논평을 통해 "제주도가 지하수 자원특별관리구역에 대한 개발 행위 인허가 과정을 유독 한화에 관대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고 한동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역시 5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한화 그룹의 하원테크노밸리와 UAM 시장 진입 등 제주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와 관련된 편의제공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연관성은 없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역시 2구역에 골프장과 스키장을 제외한 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을 허용한 것에 대해 "이미 제주지역의 골프장 개발 수요는 전무하고, 스키장은 기후 특성상 조성 여건이 쉽지 않다"며 "사실상 모든 관광휴양형 개발사업을 명시적으로 허용해 주겠다는 방침"이고 "최근 논란이 된 한화그룹의 대규모 관광지 개발도 가능하게 된다"며 "제주도 도시관리계획안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하수가 생명수인 제주도에 이 기준안이 확정되면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 취지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제주녹색당운영위원장입니다.


#제주도#제주도시관리계획#2040제주도시기본계획#지하수자원관리특별구역#중산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주의 다양한 현장을 기록하는 시민, 관찰자, 참여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