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장관과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동조합이 불법파업을 해도 사용자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거짓말합니다. 민주노총 방탄법이라고도 부릅니다. 국민이 법안을 읽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거짓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란봉투법을 뜯어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보려 합니다. 우선 신설하려고 하는 노조법 제3조 3항을 읽어봅시다.
"제3조 ③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손해배상 자체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을 개인별로 따로 물리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측이 어떻게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을까요? 조합원 100명이 있는 사업장의 사측이 노조의 파업으로 100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조합원 1명당 1억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게 아닙니다. 사측은 1명에게만 100억 원을 청구할 수도, 100명에게 100억 원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측은 조합원 개개인이 누가 얼마나 파업에 가담했는지 귀찮게 입증할 필요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률용어로 부진정연대책임이라고 합니다. 사측은 이를 악용해 개별조합원을 접촉해 노조를 탈퇴하면 손해배상에서 제외시켜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합니다.
사측의 회유를 거부하고 끝까지 저항하는 소수의 조합원과 간부들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100명이 100억을 책임지면 1인당 1억인데, 90명이 나가고 10명만 남으면 1인당 10억을 부담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손배가압류가 노동조합을 없애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헌법을 유린하고 있으니 제한을 하자는 겁니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서도 현재의 손배가압류가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고쳐야 할 법입니다.
현재 노조법 3조에서도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해서 노동조합과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법적인 쟁의행위 범위가 너무 좁은 게 문제입니다. 사용자도 불법행위를 합니다. 지난 2022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군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기억하시죠? 사측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습니다. CJ 대한통운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합의를 파기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니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는 파업은 손배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게 노조법 3조 2항의 개정안입니다.
현재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파업을 벌일 때만 합법으로 인정받습니다.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가 언제일까요? 바로 단체협상과 임금협상을 할 때입니다. 이때만 파업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늘 노동조합에 임금인상요구만 가지고 파업한다고 욕을 하는데,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 파업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단체협약을 맺고 나서 사측이 약속을 안 지킬 수 있지 않습니까? 임금체불이 벌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때는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가 아닙니다. 2년에 한 번, 1년에 한 번 하는 임금단체협상 기간이 아니니깐요. 그래서 이번에 개정하려고 하는 노조법 2조 제5호에 '노동쟁의' 규정을 근로조건 '결정'에서 '결정'만 삭제해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일 때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바꾼 겁니다.
이것도 새로운 법은 아닙니다. 1996년 신한국당이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킬 때 새긴 '결정'이라는 단어를 28년 만에 삭제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후진적인 겁니다.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보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