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2 12:03최종 업데이트 24.07.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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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년 첫 번째 대선 토론회에서 휴식 시간에 사진기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첫 TV 토론 후 대선 판도가 크게 변하는 것처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큰 미국 대선을 이해하기 위해 첫 TV 토론을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대선 후보 TV 토론이 매우 인기 있는 방송 콘텐츠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 대선에서 TV 토론이 처음 생긴 1960년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의 토론 이후 꾸준히 많은 시청자가 보고 있다. 2016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대결한 첫 TV 토론은 8400만 명이 시청해 역대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는 4800만 명 수준이라고 하니 많이 줄었다. 지난 2020년에 같은 인물인 바이든과 트럼프의 첫 TV 토론을 7300만 명이 시청했으니 이번 토론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TV 토론은 끝나고 나서 더 관심이 집중됐다. 바이든 교체론이 등장할 정도로 바이든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서다. 
 

[표1] 국내 대선 후보 결정 시 참고 정보원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직후 한국갤럽이 대선 사후조사에서 투표후보 결정 시 참고한 정보원을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응답은 TV토론이었다. ⓒ 한국갤럽


그렇다면 TV 토론은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 사례를 살펴보자. 

'표1'은 우리나라의 2022년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3월 10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후 조사' 중 일부다.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원을 물어 2개까지의 선택을 종합한 결과 'TV토론'이 46%로 1위였다.

전통적인 언론 매체인 '신문 방송 보도'는 29%, 뉴미디어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18%에 그친 결과를 보면 TV 토론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중도 성향자 중에서 TV 토론을 선택한 비율이 49%로, 극히 미세하지만 전체 평균보다 높은 비율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첫 TV 토론은 트럼프 승리
 

[표2] 미국 대선 TV토론의 도움 정도 평가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대선 있는 해 11월에 TV 토론이 도움되는지 조사해 정리했다. ⓒ 퓨리서치센터


미국은 어떨까? '표2'는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대선이 있는 해 11월에 조사해 종합한 TV토론 도움 정도 평가 결과다. 2016년에는 응답자 중 63%가 대선 후보 토론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4명 중 1명인 25%는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상당한 영향력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표2'를 소개한 퓨리서치센터의 글 '대통령과 부통령 토론에 관한 6가지 사실'에서는 토론이 '유용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라고 한다. 위와 같이 '도움을 받았다'라는 응답이 다수임에도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시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TV 토론을 보던 중 혹은 직후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이와 달리 하계 전당대회 중 혹은 직후에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은 22%, 전당대회 직전에 결정했다는 응답은 무려 42%였다. 3명 중 2명에 달하는 64%가 전당대회를 전후해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

미국 유권자 중 다수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다는 정당 정향 투표 경향을 보여주는 결정적 조사 결과다. 따라서 TV 토론의 역할은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더 강하게 지지할 근거를 찾게 해주는 정도라는 게 정설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위 한국갤럽의 2022년 대통령선거 사후조사를 보더라도, 투표 후보 결정 시기 문항에 '한 달 이전'이라는 응답이 66%다. 심지어 응답자의 54%는 '두세 달 전'이라고 응답했다. 절반가량의 유권자가 선거 운동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사실상 각 정당이 경선을 마치고 후보를 결정한 시기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다수가 이른 시기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기 때문에 투표일이 임박한 선거 운동이나 시기와 무관하게 TV 토론의 중요도가 낮다는 건 아니다. 위의 미국 여론조사 결과에서 TV 토론 중/직후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는 10%, 그리고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투표일 직전 1주 이내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다는 24%는 당락을 가르는 큰 비율이다. 국내 사례에서는 중도 성향자 중 임박 결정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바이든과 트럼프의 2024년 미 대선 첫 TV토론 결과는 일방적으로 바이든이 참패했다는 분석이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67%에 이르니 첫 TV 토론은 완벽하게 트럼프의 승리다.

후보 지지도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참여자들의 예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종합해 보여주는 폴리마켓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63%로 집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추이 도표를 보면, 지난 5월 트럼프가 바이든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해 최근 TV 토론 이후 격차가 커졌다.

바이든 대 트럼프 초박빙
 

[표3] 미국 대선 후보 지지도 모닝컨설트가 1만 명 이상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1%포인트였다. ⓒ 모닝컨설트


현재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도는 어느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표3'은 가장 최근에 실시된 미 대선후보 여론조사로 모닝컨설트에서 발표한 결과다.

지난 6월 28~30일 1만 679명을 대상으로 모닝컨설트가 진행한 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도가 44%로 바이든의 지지도 43%에 비해 1%p 더 높다. 표본오차가 ±1%p일 정도로 정밀한 조사지만 격차가 오차범위(2%p) 내에 있어 누가 이긴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다.

다만 2020년 대선 지지자 중 응집도는 트럼프가 더 강하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바이든에게 있어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 프리미엄이 되기보다는 회고적 투표 성향을 자극하는 핸디캡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TV 토론이 그 자체로 상당히 중요한 정보원이 된다는 점은 불변의 사실이지만, 이미 후보를 결정했거나 혹은 지지하는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성향이 만연한 가운데, TV 토론만으로 투표할 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아주 많다고 할 수 없겠다. 현재 미국 대선 지지 후보를 조사한 모닝컨설트도 여론의 흐름을 해석하면서 '두 후보에 대한 부정 이미지로 인해 토론 후에 지지 여론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과거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우위를 보였던 힐러리가 투표에서는 패배했던 결과를 상기한다면, TV 토론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토론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첫 TV 토론 후 바이든 교체론이 등장하는 등 후보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의심하는 지지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결국, TV 토론은 후보의 정책과 노선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극단적인 이미지 정치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레슬링이나 권투 같은 격투를 보듯 말과 몸짓으로 격돌하는 후보들을 보는 재미, 그리고 그 치열하고 치졸한 싸움 속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후련하게 상대를 몰아붙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TV 토론의 존립 기반 아니겠는가.

이번 격돌에서는 바이든이 패배했다는 게 중론이고, 심지어 트럼프는 법정 공방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됐다니 미국 대선은 트럼프 쪽으로 기우는 걸까. 단정하기는 이르다. 아직 시간은 남았고 비호감 정서는 두 후보 모두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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