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7 11:37최종 업데이트 24.06.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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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김건희 여사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어린이들이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어린이 환경·생태 교육관' 개관식에서 지난해 방한한 제인구달 박사가 식수한 산사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 대통령실


경비가 삼엄한 것 말고는 평화로워 보인다. 북적대지도 않는다. 너른 잔디 위에 몇몇 아이들이 뛰논다. 미군이 쓰던 땅,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 위에 잔디를 덮어 놓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분수정원 주변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 스포츠필드에서는 어린이들이 열심히 운동 중이다. 유독성 물질들이 기준치를 수십 배까지 초과한 유류오염지역이다. 정화없이는 공원으로 이용 될 수 없는 곳이지만, 정부는 연구용역 보고서(LH  보고서)를 통해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 결론을 근거로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되고 이용되고 있지만, 보고서는 비공개처리된 채였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라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정부 주장대로 안전하다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으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홍보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작년 2월에 작성되어 납품된 보고서는 1년이 훨씬 지나서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 토양오염 안전성 분석 보고서를 보고 판단하기란 어렵다. 전문용어와 수치들로 가득한 보고서의 결론이 안전하다면 믿고 가는 게 속도 편하다. 그러나 꼼꼼히 뜯어보며 전문가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여러 곳에서 결함이 발견되었고 한마디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보고서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해 온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 

비공개 보고서에 담긴 충격적 내용
 

보고서는 별도의 환경조사 없이 만들어졌다. 2021년 환경부가 수행했던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의 환경조사 데이터를 활용했고, '국내 토양 오염 위해성 평가 지침'을 준용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래 토양오염 노출농도는 평균의 상위 95%값을 적용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토양오염을 평균농도로 적용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높은 농도로 오염물질이 검출된 곳이 있어도 낮은 지역의 값에 묻히는 결과를 낳는다. 높은 오염 농도의 위험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위해성평가 전문가인 군산대 정승우 교수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LH 보고서는 휘발성 발암물질인 벤젠(Benzene)과 비발암물질 톨루엔(Toluen)을 '임시개방검토구역 평가단위별 토양 노출농도'에서 제외했다(아래 참고 1). 이 역시 "농도가 낮아서 제외한 것이라면 비슷한 수치인 크실렌(Xylene) 역시 빠져야 하지만, 휘발성 물질인 벤젠과 톨루엔만 빠진 것이 이상하다"는 평가다(아래 참고 2). 참고로, 비발암물질이란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아니라는 의미이지, 그 표현이 주는 어감처럼 위해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참고 1_LH 용역보고서 16p 용산 부분반환부지 임시개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 수립 용역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참고 2_LH 용역보고서 13p 용산 부분반환부지 임시개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수립 용역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문제는 또 있다. 발암물질인 비소(AS)의 체내흡수계수(ABSGI) 값을 국가 표준값 0.95가 아닌 0.6으로 임의 설정해서 사용했다(아래 참고 3). 그에 반해 구리(Cu), 수은(Hg), 니켈(Ni) 등은 토양오염물질 위해성평가 지침 수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정승우 교수는 왜 비소만 미환경청(USEPA) 기준을 따로 적용했는지 마땅한 근거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보고서 표현대로 '보수적인 비소 측정 기준'을 삼았다면 0.6이 아니라 국내 기준인 0.95로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3_LH 용역보고서 28p 용산 부분반환부지 임시개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 수립 용역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LH용역보고서 20p 용산 부분반환부지 임시개방을 위한 토양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 방안 수립 용역 ⓒ LH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용역보고서에서 구리(Cu), 수은(Hg), 니켈(Ni)은 해당 기준치와 일치하지만, 비소만 원래 기준치인 0.95가 아닌, 0.6으로 임의지정돼 있다. 
 

국내 토양오염물질 위해성평가 지침 - 체내흡수계수(ABSgi) 기준 ⓒ 환경부


해당 보고서는 대부분의 위해성평가보고서에 담겨 있는 '총 위해도' 값을 제시하지 않았다. 개별 물질 별 위해도가 아니라 총 위해도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보고서의 결론이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별도의 환경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용역에 LH 발주로 ㈜에코비트, (재)한국환경산업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 6억3800만 원이나 투입되었다는 것도 의아한 지점이다. 

보고서 비공개의 진짜 이유는? 

해당 부지는 공원이 되기엔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수십배까지 초과하는 곳이다. 정부는 별다른 정화조치 없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 한 후 임시 개방하며 주 3회 2시간씩 25년을 용산어린이정원에 가도 문제 없다고 말해 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안전성 분석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으나,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나서야 입수된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일부 발암물질을 누락 평가하고, 독성물질 체내흡수계수를 임의로 적용하고, 총 위해도 평가도 없이 보고서를 완료하고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위해 작년 303억원에 이어 올해도 435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협상에서 오염자 미군에게 정화비용을 물려야 하는 정부의 책무와는 거꾸로, 정화없이도 흙과 잔디, 콘크리트로 덮으면 안전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과연 미군과의 용산미군기지 반환협상에서 누구를 위한 협상을 벌일지,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용산 반환미군기지의 미래, 공원의 모습, 협상의 전략은 무엇인지 답답하다.

[관련기사]
어린이들을 오염된 공간에... 허위 사실은 누가 유포했나 (https://omn.kr/25ewu)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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