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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을 둘러싼 여러 의제가 있다. 과로사를 초래하는 장시간 노동, 노동자를 불안정한 삶으로 가두는 초단시간 노동 혹은 초단기간 노동(Gig work), 남들 자는 시간에 일해야 하는, 야간노동. 그리고 가족, 친구, 애인, 자녀 등 사회가 모두 쉬는 날도 출근해서 평일보다 강도 높게 일해야 하는 주말 노동도 있다.

그간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문제는 주로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 중심으로 다뤄졌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주말과 공휴일까지 일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위험하고 유해하니 최소화해야 한다거나, 자본 혹은 사회의 요구에 의한 것이니 야간 노동처럼 그 가치를 더 인정해 줘야 한다는 등의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아니 그 이전에, 시민의 여가를 위해 사회적 휴일에도 나와 애쓰며 노동하는 이들의 존재와 처지를 우리 사회가 아직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자의 사회적 휴일을 보장할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명절, 어린이날 등을 근로기준법 상 반드시 쉴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
노동자의 사회적 휴일을 보장할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명절, 어린이날 등을 근로기준법 상 반드시 쉴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 ⓒ 서비스연맹
 
그나마 있던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기업과 국가

급속한 고용 유연화와 플랫폼 발달로 고정으로 정해진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없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비표준적인 시간에 일하는 노동자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서비스업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예전부터 남들 쉬는 휴일도 평일처럼 일해왔다.

관광·레저산업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골프장, 웨딩업체, 숙박업소, 유원지 등 관광·레저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평생 주말과 연휴를 포기하다시피 해야 한다. 특히 호텔, 리조트처럼 24시간 업장이 운영되는 곳에서 일하면 야간노동에 주말 노동까지, 노동자는 사회의 평균적 시간과는 완전히 어긋난 삶을 살게 된다.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농수산마트 등 유통매장 노동자도 그렇다. 주말은 물론이고, 명절과 같은 공휴일에도 매장을 여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스타필드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은 365일 영업한다. 지역의 하나로마트 같은 농수산 마트나 지역 슈퍼마켓 체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주말은 특히 손님이 많아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도 연차 사용이 쉽지 않다. 또한 정기 휴점일처럼 매장의 전체 노동자가 함께 쉬는 공동 휴무일은 전무하다. 주말은 고객이 많아 더 바쁘고, 평일 휴무일엔 매장에서 걸려 오는 업무 연락으로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보내게 된다. 사회적 휴일을 누리지도 못하는데, 휴무일도 휴일답게 보낼 수 없다면, 이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팍팍한 것인가?

최근 한 백화점은 금·토·일 주말 영업시간 오후 9시 연장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실패했다. 백화점이 그간 특정 시즌 일시적으로 특별 할인 기간 등을 두어 영업시간을 연장해 온 관행은 있었으나, 이처럼 일년내내 주말마다 노동(영업)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주말 휴식권을 침해하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는 주말 노동의 가치가 제고되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나마 유통산업 중 슈퍼마켓 업종에는 공휴일 휴점일이 약소하게 보장되는 매장이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장 면적과 특정품목 매출 규모가 충족하는 대형 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이 적용된다1). 기초지자체에서 공휴일 아닌 날로 휴업일을 쉽게 변경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광역시·도 단위는 법의 본래 취지를 지켜 "월 2회 일요일 = 마트 의무 휴업일"이라는 공식을 잘 지켜왔다.

덕분에 유통업 중 마트 종사자에게는 월 8일의 주말 중 2일, 즉 매장 전체가 정기적으로 휴무하는 일요일 의무휴업일에 약소하나마 주말 휴식권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중이라 마트노동자 역시 그 권리가 박탈될 위기에 있다.

작년, 대구에서 포문을 열었고, 이후 청주시가 뒤를 이어 지역의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해 버렸다. 올해 봄, 부산의 4개 구가 마트 의무휴업일 조례를 개악했고, 4개 이상 지자체가 추가로 개악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 서울시도 지난 4월, '시 조례'를 개악했다. 서울에서는 대형마트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던 시기, 노동자 건강권 보장 투쟁과 더불어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 있었기에, 서울시 관내 기초지자체가 동일하게 공휴일 의무휴업일 원칙을 지키도록 하는 시 조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악으로 시가 권고하는 내용 중 '공휴일' 의무휴업 지정을 명시한 부분이 삭제되었다.

이처럼 협소하나마 유통업 매장 중 유일하게 주말 휴식권이 보장되었던 대형마트 부문에 윤석열 정권은 유통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도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모든 노동자의 주말 휴식권 보장 및 주말노동 가치 인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6월 25일 열린다.
'모든 노동자의 주말 휴식권 보장 및 주말노동 가치 인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6월 25일 열린다. ⓒ 서비스연맹
 
노동자의 휴일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

가전제품이나 가스 배관 등 고객 집에 직접 방문해 점검이나 설치가 필요한 업무들 역시 고객이 쉬는 주말까지 업무가 이어지기 일쑤다. 상시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들도 주말에 나와 일해야 할 때가 있다. 인력 부족으로 물량을 평일 중에 다 쳐내지 못해 주말에도 일하는 택배업, 나날이 수요가 증가하는 온라인 유통 배송업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특근 수당 같은 형태로 주말 노동 가치가 인정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관광·레저, 유통업처럼 사업의 특성상 상시로 주말 출근 스케줄을 배정받고 늘 평일 대체휴무를 써야 하는 노동자나, 언제 얼마큼 일했는가에 상관없이 오직 할당된 물량을 다 처리했는지에 따라 임금(수수료)이 결정되어 버리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런 보상도 없다.

노동자의 주말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비스연맹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노동자, 유통매장 노동자를 넘어 '일하는 모든 사람'의 주말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의 휴일'을 규율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에 다뤄야 할 내용이 많다. 우리 사회도 휴일 노동은 최소화해야 하며, 꼭 필요한 일이라도 노동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토요일, 일요일 연속 휴무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가족·친지 등 사회관계를 풍성히 맺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토·일이 주말이라 칭해지는 시대인만큼, 일요일이라도 최소한 제대로 주휴일로 보장되게 해야 한다. 사업의 특성상 일요일 영업이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노동자가 같은 날에 일제히 쉴 수 있도록, 국내외에서 일반적 공휴일로 확립된 일요일을 법정 주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법정공휴일 중에서도 명절과 어린이날 등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은 반드시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요일과 (특정) 법정공휴일 연휴에도 꼭 노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휴일'에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여 휴일근로에 상응하는 가산임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 휴가를 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정된 휴일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 휴일 대체 절차에서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및 근로자의 동의를 모두 얻도록 명시하여, 노동자의 집단적 교섭 결과와 개인의 의사가 함께 반영되도록 한다. 노동자는 사용자의 휴일 근로 지시를 거부할 수 있고, 사용자는 그 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휴일 업무 관련 온라인 업무지시를 막아 제대로 쉴 수 있게 보장하는 조항도 고민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사회적 휴일을 통해 더 나은 사회관계를 맺으며 삶의 의미를 확장하며 행복을 추구할 경로가 차단된 노동자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주말 휴식권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아주 구체적인 영향을 끼친다. 건강할 권리라는 것이 삶을 더욱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향유하며 육체와 정신, 사회관계 안에서 완전히 안녕할 권리라고 한다면, 남들 다 쉬는 사회적 휴일에 노동하는 것이 초래하는 노동자 건강권 침해는 매우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일-삶 균형'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인 문화 트렌드 정도가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법 제도의 마련, 사회 변화의 경로를 기획하고 실현해야 하는 우리 사회 과제다.

서비스연맹은 앞으로 '주말 노동 실태조사 결과 발표', '주말 휴식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주말 휴식 보장법 발의',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노동자의 주말 휴식권 확대를 공론화해 나갈 계획이다. 주말에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사회적 투쟁을 전개해, 주말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뿐 아니라 주말 가족과의 휴식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하나 님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6월호, 노동과세계에도 실립니다.


#사회적휴일#주말근무#서비스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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