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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특히 아빠에게 비밀인 취미가 있다. 몰래 아빠 페이스북을 검색하는 것이다. 가끔 아빠 이름 석자를 페이스북에 검색한다.

작년 이맘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삼일 간의 장례식이 끝났다. 사촌오빠를 십년 만에 본 정도 외에 특별한 일은 없었다. 오빠는 소방관이 되었다. 

완주 작은 집에서 나온 유품은 대부분 내가 아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된 책들, 어린 시절 아빠 사진, 큰아빠들 결혼 사진, 사촌들과 내 사진, 요강, 나전 칠기 장롱, 그 속에 꽉 들어 찬 형형 색색 이불과 아주 두꺼운 담요. 그리고 엉성하게 코팅된 2달러짜리 지폐.
 
 할아버지가 코팅해 놓은 2달러 짜리 지폐
할아버지가 코팅해 놓은 2달러 짜리 지폐 ⓒ 아빠
 
할아버지는 일본과 중국 말고는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들었다. 어떻게 바다 건너 미국 돈이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남았을까?

미국에선 2달러 지폐를 행운의 상징으로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이 돈은 아빠가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할아버지에게 드린 것이다. 아빠는 할아버지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할아버지와의 기억은 아빠가 더 많을지라도, 추억은 내가 더 많다.

그런 아빠가 왜 할아버지에게 행운의 상징인 2달러짜리 지폐를 선물했을까? 더군다나 내가 경험한 할아버지, 주변 어른들에게 들었던 할아버지는 행운이라는 단어에 의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할아버지는 왜 2달러 짜리를 가지고 있으며, 어디서 코팅을 하고, 답십리에서 완주까지 오는 이삿짐에까지 넣어 온 걸까?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아빠 골방에서 또 뭔가 찾는 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지폐 못 봤냐?"

늘 가지고 다니는 효자손으로 등을 벅벅 긁으며 물었다. 등을 긁지 않는 손으로는 책상 서랍을 뒤적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때 쯤, 할아버지 일주기가 돌아왔다. 납골당에 가기로 하기 전날, 나는 다시  아빠 이름을 페이스북에 검색했다. 

늘 그렇듯 정치 이야기, 등산, 가끔 친구들과 술, 아주 어쩌다 우리 가족 이야기가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익숙한 지폐가 보였다. 할아버지가 코팅해 놓은 2달러 지폐였다. 찾다 찾다 포기한 줄 알았는데 지폐 찾은 소식을 페이스북에 업로드 해 놓았다. 

마지막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꿈에 아버지 나오냐'는 질문을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꿈에서 본 적이 없다는 말을 '아둔한 놈 꿈에는 아직 안 나오시네'라는 뉘앙스로 적어 놓았다.

할아버지는 내 꿈에도 나온 적이 없다. 다만,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온 다음 날 흰 나비를 본 적은 있다. 집 앞에서 담배를 피며 할아버지는 돈 아낀다고 담배도 끊었다던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흰 나비가 내 앞에 나타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아파트 공동 현관문에 들어갈 때까지 나를 따라왔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거라고 생각했다. 집까지 데려다 준 거라고. 

납골당에도 흰 나비가 올까?

#할아버지#아빠#장례식#행운#흰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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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말고 뛰지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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