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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기록 깨기'가 또 다가오고 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27일 공개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오는 28일 본회의 처리가능성이 큰 민주유공자법을 두고 "윤 대통령께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저희는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법안,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도 같은 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선구제 후회수'가 골자인 야당 안은 "집행하기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거부권 건의'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면 11·12번째 거부권 행사다.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의 재의를 요구하며 또 기록을 갱신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다시 진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미 예견됐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했던 여야는 보완 과정에서 '선구제 후회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애초부터 첨예했던 민주유공자법은 민주당이 수정안을 제시했음에도 '협상 결렬'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법안들의 본회의 부의 요구 절차를 밟았다. '범야권 180석'을 감안하면, 이 법안들이 부의 확정과 안건 상정을 거쳐 표결에 들어가면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이다. 시간이 문제일 뿐. 

2016년 박근혜, 2024년 윤석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자구 정리 후 정부로 이송되기까지 보통 일주일 안팎 걸린다. 그리고 대통령은 법제처가 법안을 접수한 날부터 휴일을 포함해 15일 안에 법안을 공포할지, 국회로 돌려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 역시 5월 2일 가결 → 5월 8일 정부 이송 → 5월 21일 거부권 행사까지 약 3주가 걸렸다. 그런데 21대 국회는 본회의 다음날, 5월 29일이면 문을 닫는다.

국회가 28일 본회의 직후 '긴급 이송'한다면, 윤 대통령은 29일 중으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면?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가 끝나고 22대 국회가 새로 시작한 상태에서 거부권을 쓸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① 21대 국회 임기가 끝났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②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다음 국회가 해당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을까?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꼭 닮은 선례가 있다. 2016년 5월 19일 국회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아니더라도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일명 '상시청문회법'을 처리했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권한을 강화한 법안이 '여대야소' 국회에서 통과한 데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 무소속에, 일부 여당 의원들의 '연합'이 주효했다. 못마땅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5월 23일 정부 이송 나흘 뒤인 5월 27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 임기가 단 이틀 남은 시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및 오찬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대회사를 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및 오찬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대회사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권은 20대 국회 개원 직후 상시청문회법 재투표를 추진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첫 출근길에 "법리 검토를 먼저 거치고 교섭단체 대표들과 논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나름 공감대를 표시했다. 하지만 선례가 없고, 전문가들마저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야는 다른 현안들을 다루느라 이 사안을 두고 공방조차 벌이지 않았다. 상시청문회법은 그렇게 사실상 폐기됐다.

이후 학계 의견은 대략 정리됐다. 김광재 변호사는 2018년 논문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헌법이 정한 법안 의결 절차에 거부권 이후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엇갈린 견해가 있다면서 "그 근거만 다를 뿐, 국회에서 재의결에 이르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국회가 폐회된 경우 재의요구된 법률안은 결국 폐기된다"고 했다. "임기만료로 폐회된 국회는 민주적 정당성이 끝났고, 새로 구성된 국회는 새롭게 부여됐으므로 그 동일성이 단절된다"는 이유다.

헌법학자인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입법기(국회의원 임기 4년)는 '불계속 원칙'이라고 한다"며 21대 국회하고 22대 국회는 인적 동일성이 없다. 상당수가 물갈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위 입법기 만료로 이런 문제가 없도록 사실 국회가 이전에 처리해야 했는데, 이제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다"며 "22대에서 재발의해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민주화 유족 살릴 길 있지만...

민주당 역시 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하는 순간 해당 법안들은 폐기법률이 될 것"이라며 "그러면 재추진을 해야 한다. 22대가 다시 의결한다는 건 넌센스"라고 봤다. 22대 국회 첫 의장을 맡을 우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후 관련 질문에 "21대 때 거부권이 들어오면 못하는 거고, 조금 지체돼서 22대 때 법안이 들어오면 표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헌법학자들 얘기를 더 들어봐야 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해법은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피해자의 간곡한 목소리를 들어 거부권을 생각하지 말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극복에 적극 동참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귀정 열사 어머니 김종분씨 등 팔순을 넘긴 민족민주열사 유가족들은 비슷한 시각 국회 정문 앞에서 오체투지와 삼보일배를 하며 온몸으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였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으로 발탁하는 등 '박근혜 사람'들을 잇따라 기용하고 있다. 국회 임기 만료와 맞물린 거부권 행사도 '박근혜의 길'을 따라갈까. 확률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씨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는 29일 임기가 종료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유공자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오 씨를 부축하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씨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는 29일 임기가 종료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유공자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오 씨를 부축하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거부권#박근혜#전세사기특별법#민주유공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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