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하늘로 가신지 삼일째, 삼우제를 지내는 날이라서 큰집에 갔다. 주인 잃은 앞마당의 하얀 작약꽃도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다. 세상의 시간은 여전하고 한결같이 흐르고 있다. 이승을 떠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자들은 또 자기만의 시간표대로 살아간다(관련 기사: '
형님', 목이 메어 애달프게 부르는 마지막 한 마디 https://omn.kr/28rfi ).
11시에 큰집에 모여 산소에 가자는 조카의 전화가 있었지만 남편과 나는 조금 이른 시간에 큰집에 도착했다. 뽕잎을 땄다. 매년 나는 나를 위한 뽕잎차를 만든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당뇨가 오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에 신경을 써야 했다. 매일 마시는 차도 마찬가지다. 뽕잎차 효능에는 당뇨에 좋다는 말을 듣고부터 매년 뽕잎차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차 만드는 일도 알맞은 시기가 있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기에 그때를 놓치면 안 될건 없지만 가장 적당한 시기를 놓치면 그 싱그러움이 덜하게 된다. 뽕잎차 감잎차는 오월 중순부터 유월 초순까지다. 너무 늦으면 잎이 연하지를 않고 싱그러운 맛이 덜 하다.
다 때가 있다
다행히 큰댁 뒤뜰 밭 가장자리에 뽕나무 몇 그루가 있다. 매년 그 뽕나무에서 뽕잎을 따다가 뽕잎차를 만든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하면 어렵지만 그 일도 하다 보면 익숙해져 망설임 없이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해 오면서 계절을 맞이하고 자연의 흐름을 알고 산다는 것은 언제나 설렘이다. 매번 같은 재료로 차를 만들지만 맛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기와 정성, 그리고 만드는 과정이다.
뽕잎도 혼자 따면 힘들 수 있을 텐데 항상 남편이 곁에서 도움을 주니 고마운 일이다. 집에 와서 바구니에 쏟아놓으니 제법 많다. 맨 먼저 줄기와 잎을 분류를 해서 세척을 한 다음 물기를 빼야 한다. 하루가 지난 다음 다시 잎을 하나하나 포개여 가위로 썰어야 한다.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 하니 쉽게 작업할 수 있다.
나이든 노인의 삶은 자칫 무료할 수 있는 날들이지만, 나는 이렇게 남편과 함께 놀이를 찾아 즐긴다.
뽕잎차 만들기 순서
1. 뽕잎을 따 온 후 나뭇가지 같은 걸 분류한다.
2. 세척을 해서 하루쯤 물기를 뺀다.
3. 뽕잎을 한 잎씩 모아 자른다.
4. 자른 뽕잎은 물기가 마르도록 하룻밤 건조한 후
5. 커다란 프라이팬에 면 장갑을 끼고 덖는다.
6. 덖어서 뜨거울 때 유념(비비는 과정)을 한다. 유념은 찻잎의 부피를 줄이고 차가 잘 우러나오도록 상처를 내기 위해서다.
7. 습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늘에 펴서 건조를 하면 끝난다.
뽕잎차,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차는 언제 마셔도 정겹다. 맛도 싱그럽다.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