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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대구 전세사기 대책위에서 활동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1일 세상을 떠났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여덟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이 '고인께 드리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특별법 개정을 방해해 온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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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기자회견을 아마 유가족분들이 보고 계실 것입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8일 오후. 여의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각각 잡아둔 기자회견에 연달아 참석한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에는 절규와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이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그동안 함께해 온 '동료'를 잃은 그는 피해자를 "여장부의 성격을 지닌 분이었다"고 회고한 후 "그분이 이런 선택을 하실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절망했다(관련기사: 숨진 날 '피해자' 인정... 전세사기 8번째 희생자의 비극 https://omn.kr/28ljx).

한편으로는 "사회적 재난과도 같은 전세사기 문제가 정부·여당의 반발로 해결이 지체되는 와중에, 임차인들의 피해는 커지고 악덕 임대인들의 술수만 늘고 있다"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한 또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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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대구 전세사기 대책위에서 활동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1일 세상을 떠났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여덟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특별법 개정을 방해해 온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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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살아생전 제게는 큰 힘이 되어준, 여장부의 성격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다른 피해자분들께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먼저 전세 사기를 이겨내가며 알게 된 정보를 새로운 피해자분들이 생겼을 때 잘 설명했고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이 이런 선택을 하실 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 전세사기 희생자가 남긴 유서 “도와주지 않는 나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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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먼저 민주당이 개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인을 떠올리던 정 위원장의 목소리는 내내 떨렸다. 고인은 대구 남구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에서 2019년부터 남편, 어린 아들과 거주해오다 전세사기 피해에 비관해 지난 1일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채권은 '후순위'였던 데다 대구 지역 소액임차인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아 8400만 원의 전 재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과는 또다른 피해자인 정 위원장의 몫이었다. 그는 유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 "고인의 죽음이 어디에도 이용되지 않도록 고인이 노력했던 모든 것을 이어받아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며 "고인의 목숨이 수많은 피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을 향해서도 "당분간은 저도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일어나겠다"며 "거기서도 원래 본인의 성격대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전국에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터넷 선 끊겠다" 사망 열흘 전까지 임대인과 싸운 피해자

"저는 이 자리에서 고인이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파렴치한 (임대인의) 행위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 뒤 정의당 주도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의 목소리는 제법 단단해져 있었다. 정 위원장은 "(고인의 거주지) 임대인은 대구에서는 조씨 일가로 불린다, 조씨 성을 가진 임대인은 가족들과 와이프, 아들과 딸, 내연녀까지 명의를 이용해 총 14채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거나 건물을 지었다"며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임차인들을 속였고 감정가액을 훨씬 초과한 임대차 보증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고인이 사망 열흘 전까지도 임대인과 싸웠다고 했다. 그는 "고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해 그 집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임대인이 찾아와서 임대료를 내라고 했다"며 "관리비도 내라고 해서 고인이 '못 내겠다'고 했더니 '관리비에 포함되는 모든 혜택을 못 누리게 하겠다'며 인터넷 선을 자르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조사 과정에서 '자기는 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에는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임대인이 가격을 낮춰 '다운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임대인들의 술수는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다, 모든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만큼은 여야 합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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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과 당선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로 사망한 피해자를 애도하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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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인이 사망한 지난 1일은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2일)를 불과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8일 기자회견을 주최한 민주당, 정의당 국회의원들은 정부·여당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만큼은 이번 국회에서 합의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주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항간에서는 혹시나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며 "하지만 수많은 희생자가 있고 수많은 분들이 눈물 흘리는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여당은 통과에 협조하고, 대통령은 겸허히 수용을 해달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 역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은) 죽고 사는 문제다, 누군가의 죽음 위에서 얼마나 더 많이 (법 통과를) 촉구해야 이 문제를 해결하겠나"라며 "제발 정부·여당은 함께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마음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