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했는데 친명(친이재명)이 아니라서 공천을 받지 못한 건 민주당이 잘못된 거죠. 박용진이 잘못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 오원석(65·여)씨
"지금 나온 후보들 보니까 (여야 가리지 않고) 박용진이랑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 쓰고 그러잖아요." - 김아무개(65·남)씨
서울 강북을 유권자들의 입엔 여전히 "박용진"이 익숙해 보였다. 이곳 국회의원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위10% 패널티 감산으로 인해 두 차례 경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후 박 의원이 서초, 강남 등 민주당 험지를 중심으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사이, 강북을은 '박용진 없는 박용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민수 "낮은 자세 경청" - 박진웅 "강북서 자랐다"
강북을은 1996년부터 민주당계 정당이 승리해 온 지역구다. 박용진 의원은 이곳에서 두 차례(20·21대) 당선했으나, 이번 총선을 앞두곤 이른바 '비명횡사(비이재명계 무더기 공천 탈락)' 논란을 겪으며 낙천했다. 이후 민주당은 한민수 대변인 공천을 확정했다.
이로써 한민수 민주당 후보, 박진웅 국민의힘 후보, 이석현 새로운미래 후보 삼파전이 확정됐다. 박용진 의원은 없지만 세 후보는 모두 이번 선거에서 그와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한 후보는 "원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고, 박 후보는 최근 선거 공보물에 박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가 사과했다. 이 후보는 "박용진의 뜻을 잇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3일 오전 7시부터 출근길 인사에 나선 한 후보와 박 후보를 만났다. 미아역 내에서 만난 한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진정성과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뛰어든) 기간이 비교적 짧지만 낼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내고 있다"라며 "민주당에서 있었던 (공천 등) 여러 문제로 일부 주민들이 전한 불편을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 손을 잡으며 '잘 왔다'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들 덕에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현재 박 의원과 잘 소통하고 있는지' 묻자 "그럼요"라고 답하며 "저희 선거대책본부에 (박 의원을 도왔던 분들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시·구의원들이 원팀으로 함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 정권 심판 ▲ 재개발·재건축 ▲ 교통 인프라 개선 등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한 후보와 악수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임아무개(55·여)씨는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한 후보의) 공천 확정이 늦어진 감이 있지만 당선할 거란 분위기가 높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일자리·물가 등에서 문제가 너무 많아 속상했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면 세가 있는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비슷한 시각 박진웅 후보는 한 후보와 한 역 떨어진 미아사거리역 6번 출구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강북의 어제와 오늘을 잘 알고 있다. 주민 여러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북에서 자랐다"는 점을 강조한 박 후보는 "강북은 저의 정체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최근 강북 민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라며 "이번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공보물에 박용진 의원 사진을 넣었다가 사과한 것을 두고 "박 의원과 따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소통하진 않았지만 전날 (사과한) 기자회견에서 저의 모든 마음을 진정성 있게 담았다"라며 "박 의원과 저는 중학교 선·후배 관계"라고 설명했다. 몇몇 시민은 그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텃밭, 강북을 민심은 과연
이날 오전 강북을 지역구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최근 몇 차례 선거와는 달라진 상황에 자신의 표심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미아역에서 만난 박아무개(62·여)씨는 "저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할 순 없다"라며 "그동안 시민들이 박용진에게 투표한 건 박용진만 보고 찍은 게 아니라 민주당을 보고 찍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숭인시장에서 40여 년간 신발 장사를 해 온 상인 임아무개(73·남)씨는 "박 의원은 여기 시장에도 인사를 많이 왔다. 좋은 사람이고 이제껏 잘해왔다"라며 "민주당의 이번 공천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의힘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아사거리역 인근에서 이석현 후보의 유세 차량을 지켜보던 김아무개(65·남)씨는 "비례대표 투표는 조국혁신당에 할 건데, (민주당 공천 파동 이후) 지역구는 어떤 후보에 투표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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