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3월 31일 유세가 끝나고 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3월 31일, 선거 유세가 끝난 뒤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한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과 글을 많은 언론들이 받아 쓰더군요. "그 긴 시간 지원 유세하시고 드시는 게 컵라면과 제로 콜라", "본인이 들고 가서 국물 따로 버리시고 분리수거 하시는 거 보고 이분 진짜 뭐지 싶더라", "오늘 점심도 달리는 차 안에서 김밥 드셨다고 하시더라" 등등 한 위원장을 안쓰럽게 보는 지지자의 말도 그대로 기사 속에 실렸습니다.
<한동훈, 서울·경기 유세 마친 뒤 컵라면으로 끼니 해결 모습 포착>(세계일보), <"겨우 먹은 게 컵라면과 제로콜라" 한동훈 편의점 포착> (이투데이) 등등의 제목에는 솔직히 묘한 불쾌감까지 들었습니다. 한 위원장이 바빠서 그렇게 먹는 건 알겠습니다만, 그에게 바쁨은 한시적일 뿐입니다. 또 컵라면 말고 고급 도시락을 먹을 수도 있는 분이죠. 컵라면 식사를 안쓰러워할 이유도, 띄워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사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이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는 것은, 컵라면이 갖고 있는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라면은 뜨끈한, 든든한, 계란이나 파도 들어가고 밥도 말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한 그릇 음식' 같은 느낌이라면 컵라면은 '간편성'이 좀 더 중시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컵라면이 고급화되고 맛있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컵라면은 '먹는' 것이 아니라 '때우는' 음식이라는 개념이 강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먹고 살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먹는 일, 즉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만은 아닐 겁니다. 일을 하다가, 혹은 하고 나서 숨을 돌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면 그 사람과의 교감을 나눌 수도 있고요. 컵라면은 너무나 빠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한 끼 식사라기에는 많이 아쉽습니다.
도둑맞은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