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는 '기후국회'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보낸 유권자의 DM.
박종현
선거를 앞두고 사과가 화두다. 사과 한 알 값이 1만 원이네, 금사과네 한다. 야당은 이것이 집권여당의 실정을 보여주는 증표라는 듯 목소리를 높인다. 서민이 사과 하나 마음 편히 못 사먹을 만큼 민생이 도탄에 빠졌으니, 이를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코웃음이 나온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던데, 바꿔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기후야".
2024년 총선은 '기후국회'가 의제
대구경북에서 독립언론 기자로서 네 번째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는다. 매번 선거를 맞을 때마다 뭘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지역 특성상 큰 이변이 없는 한, 결과는 후보자가 결정되는 순간 결론 나기 때문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고, 시민의 축제이며, 국가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역에선 고민을 하거나 축제를 즐길 겨를도 없이 꽃이 피는 셈이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조금이나 '개화 시기'를 늦추려 고민을 했다. 2016년까진 유력 후보자를 조금이나 더 검증하려 했고, 탄핵 후 치러쳤던 2020년 총선 때에는 거리에서 촛불시민을 만나 시대정신을 물었다. 그리고 2024년, 이젠 진짜 꽃의 '개화시기'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러, <뉴스민>은 노골적으로 선언하기로 했다.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돼야 한다고.
지난 3월, 그 일환으로 경북 청송을 찾아가 농민들을 만났다. 마침 청송 지역 농협 행사가 있어 아침부터 많은 농민이 읍내로 나왔다. 작정을 한 것도 아닌데,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청송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사과 주산지인 탓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지난해 30~40%가량 사과 생산이 줄었다고 했다. 여느 농작물이 그렇듯 사과도 봄이 중요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때 안정적으로 꽃을 피워야 그해 사과 수확도 꽃을 피운다. 그런데 봄이 이르게 왔다. 꽃도 이르게 폈다. 다시 찾아온 한파에 꽃이 얼어 죽었다. 그나마 살아 남은 꽃이 열매는 맺었지만 이마저도 온전히 빛을 보지 못했다. 여름엔 비가 많이 내렸다. 탄저병, 과수화수병 같은 병해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