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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대한민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 2024'에서 가장 마지막 에어쇼팀으로 이륙해 빅애로우 기동을 선보이며 행사장 상공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2.20
 지난 2월 20일 대한민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 2024'에서 가장 마지막 에어쇼팀으로 이륙해 빅애로우 기동을 선보이며 행사장 상공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2.20
ⓒ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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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중국이 한국 공군 항공기의 대만 영공 통과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 군용기가 대만 영공을 통과하거나 대만 공항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 적은 많지만, 이를 놓고 중국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지난 2월 12일 오전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대만 가오슝시 샤오강 국제공항에 기착했다. 당시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를 위해 한국을 떠난 공군 군용기는 T-50B 고등훈련기 9대와 C-130 수송기 1대 등 모두 10대였다.  

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현지 시각)께 C-130 수송기의 착륙을 시작으로 오전 11시 1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3대씩 편대를 이룬 T-50B 훈련기들이 차례로 도착했다. 이후 급유와 보급을 마친 블랙이글스는 당일 오후 3시 이전 모두 샤오강 공항을 이륙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이륙한 C-130이 대만 남부 영공을 통과할 때 중국 공군기들이 대만의 방공 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는 지난 2월 13일 자 기사에서 대만을 경유하는 외국 군용기는 불필요한 정치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주로 동쪽 항로를 이용하지만, 12일 한국 군용기들은 서쪽 항로로 비행했고, 같은 날 오후 식별부호가 'ARG202'인 블랙이글스 지원기(C-130 수송기)가 대만 남부 먀오리 상공을 통과할 무렵 중국 공군기가 ADIZ 북쪽을 침범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군용기가 고의로 대만 북부 공역을 침범했다면서 중국 측이 한국 공군기의 대만 영공 통과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소식통은 블랙이글스가 대만 영공을 통과한 이후 중국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구출했던 미라클 작전이나 T-50 고등훈련기 수출, 블랙이글스가 해외 에어쇼에 참가할 때마다 한국 공군은 대만 정부의 협조를 구해 대만 영공을 통과하거나 대만 공항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해 왔는데, 이를 이유로 중국이 항의를 했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중국 측의 항의는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한-중은 여러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중국의 항의가 한국 주최로 지난 18일 개회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대표를 초청하느냐를 놓고 한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중 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 녹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2024.3.18
 18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중 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 녹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2024.3.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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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진행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중 '인공지능(AI)과 신기술: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 사회의 기술 혁신' 주제로 진행된 세션2에는 탕펑(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의 녹화 영상이 송출됐다. 사회자는 탕 정무위원이 "개인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탕 위원은 2021년 12월 열린 제1차 회의와 지난해 3월 열린 제2차 회의에는 주최측으로부터 공식 초청받아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탕 위원은 1차 회의 때는 '디지털 권위주의 대항과 민주적 가치 옹호' 토론에 영상으로 참가했고, 지난해 3월 한국과 미국·네덜란드·코스타리카·잠비아가 공동개최했던 2차 회의에는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 존중 보장을 위한 신기술 형성' 세션에 사전 녹화영상을 통해 연설했다.

1차 회의와 2차 회의에는 대만 정무위원 자격으로 초청받았던 탕 위원이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에는 개인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주최 측이 사전에 공개한 장관급 회의 공식 연설자 31명의 명단에 탕 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장관급 회의에 대만 대표 참석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회 개막을 일주일가량 남겨놓고 있던 지난 주 초반까지도 한국 정부는 초청여부와 형식에 대해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측에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대만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7일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만약 아직도 누군가가 '대만 독립'을 용인하고 지지한다면, 그것은 중국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만약 어떤 국가가 기어코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만 독립' 분열 행위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최대 파괴 요소"라면서 "진정한 대만 해협의 평화 수호는 결국 '대만 독립'을 분명하게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서울에서 개막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탕 정무위원이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연일 반발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이 대만 당국을 소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린 대변인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면서 "어떤 외부 세력도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대만 독립을 종용·지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일에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논평 기사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3차 대회를 개최하게 한 것은 선물처럼 보이지만 이 회의를 미국이 조종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의심을 해소하는 효과를 미국은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해서 한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한국은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갈수록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며, 한국이 이어받는다면 손을 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민주주의정상회의, #대만, #오드리탕, #블랙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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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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