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금요일 메릴랜드주 서몬트 인근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첫째는 과거사를 버리고 협력을 택한 대일본 외교의 전환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한일 갈등의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 동원 노동자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이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과 피해자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한국 쪽의 돈으로 보상해 주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택한 것이죠.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굴욕적인 해법입니다. '역사와 자존심 퍼주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의 대일 퍼주기 정책을 더없이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 부담되는 실질적인 대가는 전혀 치르지 않은 채 말로만 환영하고 환대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해만 7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강제노동의 '강' 자도 꺼내지 않고 공허한 웃음만 흘렸습니다.
둘째,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입니다. 세 나라는 이 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준군사동맹을 구축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3국 회담을 전후해 두 나라를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거리낌 없이 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뒷배를 믿고 했는지, 미국과 일본의 뜻을 반영한 행동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행동과 3국 정상회담의 결과,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연대"를 제안하는 등, 러시아의 코털을 자극했습니다. 서방과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에 155밀리미터 포탄을 포함한 군수물자를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1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한국 사람을 간첩 혐의로 붙잡아 구속한 것은 러시아의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는 것을 뜻하는지 모릅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를 건드려 중국을 격분시켰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집권 초부터 탈중국을 외치며,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공급망 분리 정책에 앞장서 가담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과 무역에서 처음으로 적자를 보는 등, 한국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지난해 열심히 추진했던 3국 정상회의 개최는 중국의 비협조로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뒤 2년 안에 정상 간 상호방문을 이루지 못한 최초의 정권입니다.
미국-일본 추종과 한미일 군사동맹 외교의 그림자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에만 머물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외교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군사적으로 억지하는 데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뒀을지 모르지만, 불안과 갈등도 증폭시켰습니다. 군사 위협을 느낀 북한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대항할 명분과 길을 터줬습니다. 이로써 한반도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새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대화와 외교 없는 무력 중시 정책이 오히려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도록 조장한 셈입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과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으로 본 '외교 난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