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을 담은 성범죄 예방·피해자 보호책을 원하는 유권자의 DM
오마이뉴스
안녕하세요, 미국에 사는 교포입니다. 한국의 성범죄 관련 판결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에계? 겨우? 고작? 미국이라면 어림도 없지' 이런 반응을 하게 됩니다. 죄질이 불량하다,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한다, 중벌에 처함이 타당하다면서도 형량은 가볍고 감형 이유는 다양하더군요. 판사는 법과 양형기준에 따라 결정한다는데요. 국민에게 와닿는 엄중한 법으로 언제쯤 바뀌게 될까요?
범죄 예방에 민감하게 협력하는 문화
한국에서도 '한국형 제시카법' 추진이 작년에 큰 이슈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에서는 성범죄, 특히 아동성범죄와 관련해 중요한 두 법이 있지요. 하나는 범죄인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된 메간법(Megan's Law)이고 다른 하나는 제시카법(Jessica Law)입니다.
제시카법은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시사상식사전 인용).
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제시카법이 처음 만들어진 플로리다주의 경우, 초범이라도 징역 25년 이상, 재범의 경우 관용 없는 무기징역이 원칙입니다. 초범이라고, 음주를 했다고, 가해자의 학위취득과 미래를 위해, 심신미약 상태라고, 반성 중이라고 감형해 주지 않습니다.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특정해 주려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제시카법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학교와 같은 특정 시설로부터 거리를 두게 하는 규정입니다.
작년에 제가 사는 동네가 이 문제로 좀 시끄러웠습니다. 우리 학군은 학교에서 0.75마일, 그러니까 대략 1.2Km 내에 사는 학생들은 걸어서 등교를 해야 합니다. 가까운 거리라 스쿨버스가 제공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출소한 성범죄자가 중학교 가까이 집을 얻게 되었습니다. 뉴욕주는 학교 시설 300m(1000 피트)내에는 성범죄자가 거주할 수 없습니다. 규정대로 했으나 하필 학생들의 주 통학로이자 유일한 학교 앞 건널목에 성범죄자가 이사를 온 것이 문제였죠.
미국에선 중학생이라 해도 신입생은 9~10살 정도 어린 아이들입니다. 매일 신호등 앞에 서있는 학생들이 성범죄자에게 관찰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학부모들의 항의와 탄원서 제출에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성범죄자의 통학 시간 외출 금지 정도였고 방과 후 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안전 때문에 한동안 교육구와 중학교가 대책 논의로 떠들썩했습니다.
성범죄자가 이주해 오면 학교에서 각 가정으로 빠르게 알림 메일이 옵니다. 주정부가 제공하는 기록에는 얼굴 사진과 함께 인종과 신체 특징, 필수 개인 정보는 물론 간략한 사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회에서는 주기적으로 성범죄자의 거주지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방문을 권고합니다. 우리 동네 어디에 그들이 살고 있는지 지도 위에 표시가 되는 사이트죠.
핼러윈을 시작하기 전에 부모들은 거주지 정보 사이트로부터 사탕 받기를 걸러야 하는 집을 확인하고, 성범죄자는 집 안팎의 불을 끄고 있거나 표지판을 걸어 아이들과의 접촉을 일절 금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Stranger Danger'(낯선 사람 주의)을 되뇌도록 교육받습니다. 얼마 전에도,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학생에게 흰색 차량을 탄 낯선 여성이 학교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접근하자 학생이 바로 거부하고 학교에 알려왔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이런 일들 때문에 스쿨버스 정차장이 될 거리와 주택도 신중하게 결정이 됩니다. 법도 법이지만, 공존하면서도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주민들 사이에 확고하게 정착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