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9 15:31최종 업데이트 24.03.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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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65세~69세 지하철 무임승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기초과학에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 오마이뉴스

 
저는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는 40대 중반의 강사입니다. 수업 전에 잠깐씩 스몰 토크를 나누는데요. 어느날은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수명이 이렇게 길어졌는데 65세부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맞냐고 여쭤봤죠. 

"65세가 뭔 노인이여. 옛날 고리쩍 기준을 너무 오래 가져온 거여요. 70은 돼야지."
"그람요, 요새 65세한테 노인이라고 하면 욕 먹지요."



10명 어르신 모두 65세를 70세로 올리고 그 세금을 다른 복지에 써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질문을 던지기 전에 '젊은 선생이 무례하다'고 할까봐 살짝 긴장했는데 의외였어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에 나온 것입니다. 원래 만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주다가, 1년 뒤 노인 복지법이 제정되면서 고령 연령이 65세로 낮춰졌어요. 그로부터 3년 뒤인 1984년, 노인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하철 완전 무임승차제도가 시행됐습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100%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수업을 시작하는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듭니다. 어르신들이 짧은 글을 쓸 동안 출석부를 확인했어요. 제 예상이 맞습니다. 이 수업의 막내 어르신이 올해로 딱 70세입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올린다한들, 이분들은 상관이 없으신 거죠.

그 돈을 이렇게 쓰면 어때요?

이 교실 막내가 70세인 건 역으로 생각하면 65세를 노인으로 보기엔 너무 빠르다는 뜻도 됩니다. 그러고보면 저랑 친한 대표님 중 한 분이 올해 63세입니다. 회의할 때는 대표님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언니'입니다. 어르신이라고 부르기엔 사고방식도, 센스도 너무 언니라서요. 이 언니도 내후년부터 지하철을 돈 안 내고 탈 수 있다는 게 어색하다고 말해요. 물론 모든 65~69세가 무임승차를 민망해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 경험상 그렇다는 뜻입니다. 
 

개찰구를 통과하는 어르신 어르신이라고 하기엔 어쩐지 죄송스러운 65세 ⓒ 최은영(미드저니)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65세~69세는 약 61만4천명입니다. 아시다피시 한국은 노령화 속도가 세계 1위잖아요. 이 숫자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요. 2021년 통계로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약 2300억을 썼다고 하니 지금은 더 올랐겠지요. 

이번 정부는 기초과학 연구비를 꽤 많이 줄였어요.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일들이기에 진득한 지원이 필요한데 얼핏 보면 효율성이 떨어져요. 당장 쓸 돈은 많고 이런 연구는 1~2년에 성과가 나지 않으니 뒤로 밀려버린 거죠. 과학 문외한이 들어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 불안감이 드는 소식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 대표 젠슨황 아시죠? 이분이 AI 세미나에서 '과거로 돌아가 다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생물학을 고를겁니다'라고 했어요. 생물학 역시 기초 과학이잖아요. 기초가 탄탄해야 AI 기술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뜻입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한들, 그걸 받쳐줄 원천 기술인 기초과학이 없으면 우린 결국 남의 하청을 받는 신세가 될 거예요. 
 

연구중인 과학자 기초과학은 중요해요 ⓒ 최은영(미드저니)

 
그분들의 배려를 믿으세요

무료 승차권이 어르신의 활동량을 늘려서 길게 보면 의료보험 지출을 막는다는 말도 있지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65세는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미안하다니까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활동량을 걱정할 세대가 아닙니다. 또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 논란도 무시 못합니다. 

원천이든, 하청이든, 활동량이든, 형평성이든 지금 당장 내 주머니 돈을 빼간다고 하면 화가 나서 표를 주지 않을 거라고요? 아예 없는 거보다 주던 걸 없애는 게 더 어렵다고요? 맞아요. 그런 걱정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내 세금을 엄한데 쓸까봐 믿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러니 무임승차 예산을 원천과학 연구투자에 어떻게 쓸 지 정확하게 고지해주세요. 그리고 설득해 주세요. 당신들이 피땀 흘려 세운 나라가 남의 하청으로 먹히기엔 아깝지 않느냐고요. 이분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트인 세대이거든요. 후보자 님의 논리적이고 진심어린 설득을 본인 주머니 사정으로 외면하실 분들이 아닐 겁니다. 그분들의 배려를 믿으세요. 
 

지하철 무임승차 딱 맞는 복지정책을 펼쳐주세요 ⓒ 최은영(미드저니)

 
그래도 표가 걱정된다고요? 다른 세대의 지지를 받으세요. 통계청 기준 40세~64세 인구는 2020만명입니다. 서울 거주 65~69세 인구 61만명에 비할 바가 아니죠. 이 연령대는 선거도 열심히 하잖아요. 그들의 지지를 받으세요. 이 사안이 꼭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다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서 선뜻 나서지 못할 뿐입니다. 해야할 일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하다는 거 아시죠. 이번엔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SNS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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