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2022년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는 LNG 가격이 상승하면 직도입을 줄이고 발전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전기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감소한 만큼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손해를 감소하더라도 LNG를 더 수입하여 발전량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2022년에 실제 발생하였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민간 발전사들이 악해서, 아니면 가스공사가 바보라서? 아니다. 그들은 조직 논리에 의해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LNG 발전사들은 가격 상승과 하락에 따라 LNG를 선택적으로 구매(Cherry Picking)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그 부담은 가스공사에 전가되어 가스공사 부채 증가로 나타났다. 이것은 현재 LNG 직도입 제도 하에서는 당연한 필연적 결과이다.
가스공사는 민간 발전사의 LNG 발전량 감소분을 채우기 위해 더 비싼 가격으로 LNG를 구매하니 가스 도입 비용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비싸게 도입한 가스로 발전하니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딜 수 없어서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 통제 하에 있는 가스 및 전기요금체계는 원가 증가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었고, 인상폭 또한 크지 않았기에 가스공사는 2022년 미수금 누적 금액이 주택용만 8.6조 원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영업 적자라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가스공사의 독특한 회계처리 원칙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한전 또한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수 없었기에 같은 해 32.7조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관련 기사 :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전 적자, 함께 풀어야 http://omn.kr/21vir).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으려는가
한전 적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지자, 한전은 2023년 11월 8일 적자 해소를 위해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자구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한전케이디엔(KDN) 지분 20% 매각,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 "고정배당금이 확보되어 수익성이 양호하고 매각 제한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필자 강조)" 칼라타간 태양광사업 보유지분 38% 전량 매각, 본사 조직 20% 축소, 초과 현원 488명과 디지털 서비스 확대 및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 인력 추가 감축, 그리고 약 700명의 인력이 필요한 사업들을 인력증원 없이 본사 및 사업소 조직 효율화를 통한 해소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전 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은 원가를 반영하지 않은 전기요금 결정 체계에 있다. 그러나 한전의 자구안은 에너지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에서 꼭 필요한 공공성을 아무 생각 없이 훼손하고 있다.
실례로 한전케이디엔(KDN)은 향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토대가 되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의 주요 역할을 할 공기업이다. 이런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시대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관련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제공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인력 확보는커녕 오히려 구조조정하거나 기존 인력으로 "몸빵"하겠다는 계획은 자학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