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이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와 관련된 기시다 총리의 답변이었다. 작년 11월 21일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어디에도 기재가 없고 파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활동비 비슷하게 뿌린 거니까 결국 뒷돈, 돈세탁 뭐 그런 거 아니냐?"라는 입헌민주당 오니시 겐스케 의원의 질문에 기시다 총리가 "뒷돈이란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해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결백을 증명한답시고 총무성이 공개적으로 밝힌 자민당 5대 파벌의 정치자금 수지보고서가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2월 24일 일본 총무성이 공개한 2022년 자민당 5대 파벌의 정치후원 파티 수입보고서에 따르면 세이와정책연구회가 9480만 엔(8억 4582만 원), 시스이카이(니카이파) 1억 8845만 엔(16억 8137만 원), 헤이세이연구회(모테기파) 1억 8142만 엔(16억 1865만 원), 시코우카이(아소파) 2억 3331만 엔(20억 8236만 원), 고치카이(기시다파) 1억 8328만 엔(16억 3583만 원)의 후원금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 덕분에 의혹은 더 커졌다. 국회의원 94명이 속해 있는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 후원 파티 수입이 1억 엔도 채 안 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2월 8일 자 보도에서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아베파로부터 1000만 엔(8914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았으면서 자신의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민당 정치인 이름이 최초로 등장한 기사였고, 이때부터 정국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마쓰노 관방장관의 대응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의원, 참의원 예산위원회는 물론 "뇌물을 받았는가"라는 언론의 계속된 질문에 그는 "저의 정치자금 및 단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해서 적절히 대응하려고 한다"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연이어 니시무라 야스토시, 하기우다 고이치, 다카기 쓰요시, 세코 히로시게 등 이른바 자민당 5인 뇌물의원 리스트가 등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각료 경험을 가진 자민당 중진의원으로 특히 니시무라와 하기우다는 차기 총리 물망에도 오를 정도로 국민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대중성을 지닌 정치인이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NHK도 가세했다. 지난해 12월 10일 NHK는 "최근 5년 동안 1000만 엔 이상의 뇌물을 받은 의원은 마쓰노 관방장관 외 4인을 제외하더라도 하시모토 세이코 전 도쿄올림픽 담당대신 등 10명 이상으로 보인다"며 "오노 야스타다, 이케다 요시타카, 다니가와 야이치 등이 최근 5년간 4000만 엔에서 5000만 엔의 뇌물을 받았다"고 해당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름이 밝혀진 의원들의 대응이었다. 만약 사실이 다르다 하면 명예훼손 등으로 해당 언론을 고발할 수도 있을 텐데 하나같이 입을 맞춰 "성실히 (도쿄지검의) 조사에 응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제대로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대응 때문에 자민당 내부의 '우라가네'(뇌물, 뒷돈)는 이미 조직적으로,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 23일 아직 조사 중에 있지만 파벌의 영수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자신의 파벌 '고치카이'를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 이후 세이와정책연구회 및 시스이카이(니카이파)도 해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연일 하락하는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